한번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아주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고 기억되는 것들이 있다. 자전거 타기처럼...
내가 처음 자전거를 탔던 나이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의 머리에 머리를 밟고 올라가보면 그래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가 산 밑의 허름했던 우리집이었고, 그 비탈진 고개를 나는 세발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내리막길을 따라 길은 언제나 차로 북적이는 큰길이 나왔고 그 삼거리엔 파출소 하나가 있었다.
두번이나 그 삼거리의 험한 자동차 밑으로 자전거가 빠려들어가 납작해지는것을 경험했다면 내 몸은 자연스레 자전거타기를 겁냈어야 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수술대에서 일어나자마자 다시 자전거 패달을 밟고 달렸다. 파출소 아저씨의 어의없어 하시는 표정이 재밌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말이다.
두발 자전거- 정확히는 떠오르지 않지만 초등학교 2학년인가 3학년쯤 해서 처음 타본것 같다. 어머니께서 어디선가 줏어오신 빨간색 자전거였다. 여기저기 녹도 많이 슬고 체인도 낡았지만 자전거포를 하루 다녀오더니 금새 새것같이 되었던 내 첫번째 두발 자전거-
온종일 탔을거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자전거를 먼저 살피고, 밥먹는 것조차 잊은채 그 좁디 좁은 골목길과 동네를 휘저으며 자전거 타기에 힘을 쏟았다. 처음 며칠은 제대로 서지도 못했고, 처음 한주간은 똑바로 달리지도 못했지만.. 어느덧 자전거는 내 발이 되어 챙- 챙- 팽팽하게 당겨지는 체인의 힘으로 달렸다. 아스팔트 도로 위를.
꽤 오랜시간이 지났을 무렵. 몇번이나 자전거를 잃어버렸고 지금은 자전거가 없다. 작년 여름이었던가. 여의도에서 일을 하고 있었을 때 휴가 나온 친구가 여의도 공원까지 와 주었던적이 있다. 녀석은 일산 집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왔다. 한번 타 봐도 돼? / 응.
꽤나 높아진 자전거- 아니 그 높아진 시간만큼 떨어져 있던 자전거. 타 보지 못했던 자전거. 잘 탈 수 있을까?
달린다. 아하.. 달리는구나.
자전거. 몇년이나 지났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체인을 굴리는 이 느낌과 감각. 잊어버렸을짐한 시간.. 그만큼 지났는데도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달리기 위해 몸부림 치지 않아도 몸은 균형을 잡고 그 큰 자전거를 곧게 세우며 달릴 수 있었다.
이렇게.. 자전거와 같이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것이 또 있을까? 처음 배울땐 힘이들어도 마냥 좋아져서 헤어나오지 못할정도로 강렬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차츰 잊기도 쉬운 그것.. 하지만 언제라도 다시 시작되면 몸이 기억하고 있는건. 내 감각이 기억하고 있는것 그래서 처음처럼 힘들이지 않고 시작될 수 있는것. 처음처럼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되고. 좀 더 잘 타보려고 잘 해보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
그게 두번째 사랑이지 않을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