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좋아합니다.
처음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건 아마 고등학교 1학년때였던것 같습니다. 친구를 따라서 매점까지는 갔지만 과자를 사먹긴 쉬는 시간이 길지도 않았고 뭔가 군것질을 좋아하지는 않았었지요. 더군다나 아침 자율학습을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야 했던 시절에 그 시간은 언제나 비몽사몽이었습니다. 커피를 마시면 잠이 좀 달아날까 싶어 마시기 시작했던 것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학교든 집이든 오늘처럼 회사든 언제나 가장 먼저 커피를 뽑거나 탑니다. 200내지는 3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뽑는 그 짧은 순간이 어쩜 가장 편안한 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뜨겁게 녹아있을 커피의 향을 느끼기 위한 기다림. 강렬하진 않지만 이젠 익숙해져버린 기다림이지만 어쩐지 모를 설레임을 가지게 만드는 순간입니다.
커피를 탈 적엔 일회용 커피를 흰색 종이컵에 쏟아넣고 뜨거운 물을 한컵에서 손가락 마디 하나쯤 모자르게 따르고서는 차수푼으로 휘휘 저어줍니다. 역시나 그 순간은 내게 기다림을 가르쳐 줍니다. 설레임도 가져다 줍니다. 한가지 더 좋은것은 그렇게 직접 타 마실적엔 내게 물을 끓이는 수고를 주고, 물이 끓어올라 김이 나는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달구어진 꼬마주전자의 지글거리는 소리는 내 가슴에 부끄러움을 태우듯 그렇게 뜨거워집니다. 뜨거운 물을 종이컵에 따르는 순간엔 점점 그 속에 녹아들어가는 커피와 프림 설탕의 알갱이들이 보입니다. 녹는. 사라지는.. 형태를 찾을 수 없게 되는..
하지만 그것들은 그렇게 어우러집니다. 맛이 되기 위해서 달콤한듯 쓴 커피의 그 맛을 내기 위해서 향이 되기 위해서 다른 누군가의 입과 코와 가슴을 위해서.
하지만 그것들은 그렇게 어우러집니다. 맛이 되기 위해서 달콤한듯 쓴 커피의 그 맛을 내기 위해서 향이 되기 위해서 다른 누군가의 입과 코와 가슴을 위해서.
나는 그래서 커피를 좋아합니다. 잔득 뜨거워졌다가 금새 식어버릴 캔커피보다는 자판기 커피를. 끓이는 수고는 있지만 그러기에 더욱 나를 느끼게 해주는 일회용 커피를. 설탕 프림 커피를 내 뜻으로 섞어내는 그런 커피를 나는 좋아합니다.
나 역시 나의 모난 성격과 행동, 생각을 한데 섞었을때 다른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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