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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24일 월요일

너는 전설이었냐?

오랜만에 영화감상을 적어본다.
오늘 본 영화는 윌스미스의 '나는 전설이다'라는 거창한 제목의 SF였는데 한심스럽기 그지없는 영화였다.

이 영화는 2012년이라는 가까운 미래에 뉴욕시 맨허튼을 배경으로 그려지는데, 바이러스에 의한 인간의 괴물(좀비)화와 멸종은 이젠 너무 진부해져버린 소재가 되어버렸음에도 이 영화는 이를 차용하고 있다. 최근에 하도 좀비 영화가 많이 나왔고, 폭력성이 짙어져서인지 사실 본 영화에서 등장하는 괴물들은 상당히 얌전하다고 볼 수 있다. (깜짝 깜짝 놀라게 하기는 하지만)

주인공인 네빌박사(윌 스미스 분)는 샘(개)과 함께 잡초가 무성한 맨허튼에서 사슴떼를 쫓으며 살고 있는데 영화 초반 이 장면은 비교적 인상적이다. 과거의 영화들이 하나같이 파괴되고 흉물스러운 모습만을 그려냈던것에 비하면 상당히 현실적이면서도 창의적인 시도가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개와 함께 사는 네빌 박사의 모습은 어쩐지 낯이 익다. 네빌박사가 아내에게 맨허튼을 섬이라고 말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네빌박사 단 한명을 제외한 어떠한 인간도 존재하지 않는(뒤에 생존자가 나오지만) 공간에서 인간의 언어로 대화가 불가능한 개가 나오고, 마네킹에게 이름을 붙여서 대화를 시도하는 모습은 톰 행크스가 열연했던 '케스트 어웨이'와 많이 닮아 있다. 감독은 아무래도 인간의 고독을 이러한 모습 속에서 강하게 어필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뒤에 개가 죽은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괴물들에게 달려드는 모습은 오버스럽지만 충분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다가도 네빌박사가 괴물들에게 쫓기거나 싸움을 하는 장면은 전작 아이로봇에서 로봇들에게 공격을 당하는 모습과 너무나 비슷하다. 레지던트 이블에서 주인공이 강력한 힘으로 좀비들을 제압했던것과 달리 네빌박사는 대령이라는 군인 신분에도 불구하고 괴물 한 놈과도 쉽지 않은 대결을 펼치는데, 치고 박고 깨지고, 다치고 난리는 치는 모습이 아이로봇에서 로봇들에게 신나게 두들겨 맞고 아까운 아우디를 박살내 버리는 장면과 절묘하게 오버랩되는 것이다.

영화의 앤딩은 "전설이 되었다"라는 여자의 짧은 대사 한마디로 너무나 허무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을 지어주는데 꼭 워터월드의 앤딩같았달까. 캐빈코스트너도 여자와 아이를 살려내고 자신은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모습이나 여자와 아이를 살리면서 자신은 괴물들과 함께 자신의 거주지였던 맨허튼에 남은(자살) 윌스미스나 다른듯 닮아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어쨌든
언제나 인간적인 액션(성룡처럼 주인공임에도 얻어 터지고, 당하는)을 몸소 선보이던 윌 스미스의 또 다른 액션을 즐길수 있으려나 했던 기대는 가지지 않는 것이 좋겠다. 맨인블랙 시리즈와 아이로봇으로 SF장르의 확실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그이지만 SF장르적 색깔은 식상한 좀비시리즈에 묻혀 버렸으며, 살냄새 나는 그의 액션은 아이로봇이후로 점차 약해져 더는 기대할 수 없게 되었으며, 감독이 보여주고자 했던 인간적 고립과 외로움은 슈렉의 지나친 차용으로 판타지가 되어 버렸지 않나 싶다.

2007년 8월 11일 토요일

7월24일거리의크리스마스와 전차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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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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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4일거리의크리


나카타니 미키가 출연한 두편의 영화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2004년 일본내에서 대단한 인기를 모았던 나카노 히토리의 소설 '전차남'을 영화화한 극장판 '전차남(2005)'과 요시다 슈이치의 7월 24일 거리(2005)를 원작으로 하는 '7월 24일 거리의 크리스마스'다. 두 영화 모두 인기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고, 나카타니 미키라는 여배우가 나온다. 일본영화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긴 하나 나카타니 미키라는 배우가 꽤나 인기가 있고(국내에도 상당한 팬이 있는것으로 안다)- 사실 연기력도 상당히 좋다. 한눈에 이끌리는 미모는 아니지만 볼수록 매력적인 연기와 얼굴에 새삼 호감이 가기도 한다. (굳이 우리나라에서 찾아보자면 국민배우 전도연씨와 비슷하달까?)

두 편의 영화를 보고 우연찮은 생각으로 공통분모를 찾은건 단순히 나카타니 미키때문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영화에 깔린 정서와 스토리랄까? 우선 시기적으로 앞선 '전차남'은 남자가 주인공인다.
그는 영화와 애니메이션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컴퓨터 기술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외모는 촌스럽고, 성격은 내성적이며, 행동거지는 '어리버리' 그 자체다. 정말 매력이라고는 찾아볼래야 찾을 수 없는 그런 캐릭터다. 반대로 상대역을 맡은 미키는 수려한 외모와 좋은 직장, 남자앞에서 당당한 자신감등을 두루 갖춘 상당히 모던한 여성이다. 그런데 '7월24일 거리의 크리스마스'에서는 이런 남녀 배우의 배치가 역전된다. 미키는 처음에 정말 미키인가? 싶을 정도로 촌스럽게 나온다.
'어리버리'컨셉도 그대로다. (일본은 '어리버리'는 죄다 저렇게 그려내나 싶을정도로 똑같다!) 상대 남자배우가 유명 작가로 훨칠한 외모를 가졌다는 점도 '전차남'의 배치와 같다.

'전차남'에서는 어리숙한 남자가 전차에서 우연한 기회를 얻어 여자를 만나 사랑에 눈 뜨고, 차츰 용기를 내어 사랑을 완성한다는 이야기다. '7월24일 거리의 크리스마스'는 마찬가지로 어리숙한 여자가 고향을 찾아온 짝사랑에게 용기있게 다가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얼핏 두 영화는 배경이나 캐릭터의 성(性)만 뒤바뀌었을뿐 별반 다르지 않은 꼴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두 영화를 결정적으로 다르게 볼 수 있는 특별함이 있는데 의식의 영역이라고 해야할까? 다음과 같다.

'7월 24일 거리의 크리스마스'에서 주인공은 만화책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리고 내성적인 성격만큼이나 혼자서 생각하고 상상 속에서 대화하기를 좋아한다. 그녀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의 거리를 포르투칼의 낮선 거리와 매치시키며 환상을 만들어낸다. 환상속에서 그녀는 언제나 즐거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는 항상 혼자일 수밖에 없고, 그런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주는 사람이 없다. 외로운 의식의 영역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다시 찾아온 옛 짝사랑은 환상을 깨고 의식의 영역을 확장하는 계기를 가져다 준다. 그건 용기를 내는 힘이었고, 사랑을 얻게 만드는 용기가 된다.

'전차남'에서 주인공은 인터넷에 자신의 의식을 연결하고 확장한다. 인터넷 공간에서 사람을 사귀고(같은 처지 또는 같은 취미를 가진) 생각과 이야기를 나눈다. 반면에 사회에서는 철저하게 혼자다. 심지어 직장에서도 동료들과 업무적인 일 외에는 섞이지 않는다. 그는 전철에서 위기에 처한 여자를 구하게 되고, 사랑을 느낀다. 그녀와의 첫 만남, 데이트, 고백, 이별, 재회에 있기까지 그는 인터넷에서 만난 익명의 사람들에게 털어놓고, 자문을 구하고 도움을 받는다. 인터넷은 익명의 수많은 사람들이 공존하지만 주인공의 의식은 그들 모두를 한데 묶어 자신의 영역안에 둔다. 하지만 철저하게 그 속에서만 인정받는 모습을 보인다.(사랑을 이루기 전까지는)

두 작품 모두 철저하게 외롭고 소외되고 있는 한 인간의 내면과 의식을 중심에 두고, 한쪽은 더욱 내면으로 파고드는 반면, 다른 한쪽은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으로의 확대를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두 작품 모두 인간이기에 원하게 되는 사랑이라는 감정속에서 의식 영역 밖으로의 도전을 시도하고, 성공함으로써 사랑을 이루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7월 24일 거리의 크리스마스'에서는 '만화책'이라는 아날로그적 매체가 등장하면서 인간 내면의 상상력을 통한 의식 공간의 확장을 보여준다. 그 영역은 소외된 개인의 또다른 활동 공간이 된다. 하지만 인터넷시대 이후 슬며시 의식은 온라인으로 넘어간다. '전차남'에서 보여주듯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은 채팅과 문자, 리플등을 통해서 서로에게 의지가 된다. 개인 영역의 이동이자 확장, 연합이 형성되는 것이다. 전자가 철저하게 개인 스스로 감당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공동체적인 극복의지를 보여준다.

영화에서도 이를 잘 그려주고 있는데, '7월 24일 거리의 크리스마스'에서는 주인공의 내적 상상력이 현실과 헷갈릴만큼 자주 등장한다. '전차남'에서는 주인공의 모든 생각과 고민, 심지어 실재 사건까지 인터넷에 공개가 되고,(스스로에 의해) 실시간으로 타인과 소통이 되는 주제가 되어 버린다.

개인적인 상상에 의한 꿈이든, 공동체적인 가상의 공간인 인터넷이든 내 속에 잠재되어 있는 욕망과 터뜨리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 싶다

2006년 10월 7일 토요일

라디오 스타


with 김가윤(2006. 10. 6)
별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라는 말.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 영화처럼 가슴으로 느끼게 설명해준 적은 없었지 않아 싶다. 이젠 그저 이름만으로 한국의 명배우라고 치켜 세울 수 있는 두 사람. 안성기와 박종훈이 오랜만에 호흡을 맞춘 영화가 나왔다.

가끔은 세상을 혼자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모든것을 이루워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더불어 혼자서 다 해내야 내 것이 된다는 욕심으로 가득찬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은 바로 옆에 가족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쓰러지 자신을 추스리며, 다시 한 발 내 딛는 자신을 발견한다.

세상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혼자보다는 둘이서, 그렇게 의지하며 서로의 빛이 되며 걸어가기를 당부하고 있는 것 같다. 라디오 스타는 20년을 함께 한 한물간 가수와 속 깊은 매니저의 우정을 그린 영화다. 꿈을 키우고 싶은 막무가내 락커와 마음씨만 좋은 늙은 매니저의 코믹스러운 대화와 연기 속에 둘만의 뗄 수 없는 그리움이 느껴지는 영화다.

내게 빛을 비춰주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내가 비춰주어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