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남 | 7월24일거리의크리 |
나카타니 미키가 출연한 두편의 영화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2004년 일본내에서 대단한 인기를 모았던 나카노 히토리의 소설 '전차남'을 영화화한 극장판 '전차남(2005)'과 요시다 슈이치의 7월 24일 거리(2005)를 원작으로 하는 '7월 24일 거리의 크리스마스'다. 두 영화 모두 인기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고, 나카타니 미키라는 여배우가 나온다. 일본영화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긴 하나 나카타니 미키라는 배우가 꽤나 인기가 있고(국내에도 상당한 팬이 있는것으로 안다)- 사실 연기력도 상당히 좋다. 한눈에 이끌리는 미모는 아니지만 볼수록 매력적인 연기와 얼굴에 새삼 호감이 가기도 한다. (굳이 우리나라에서 찾아보자면 국민배우 전도연씨와 비슷하달까?)
두 편의 영화를 보고 우연찮은 생각으로 공통분모를 찾은건 단순히 나카타니 미키때문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영화에 깔린 정서와 스토리랄까? 우선 시기적으로 앞선 '전차남'은 남자가 주인공인다.
그는 영화와 애니메이션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컴퓨터 기술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외모는 촌스럽고, 성격은 내성적이며, 행동거지는 '어리버리' 그 자체다. 정말 매력이라고는 찾아볼래야 찾을 수 없는 그런 캐릭터다. 반대로 상대역을 맡은 미키는 수려한 외모와 좋은 직장, 남자앞에서 당당한 자신감등을 두루 갖춘 상당히 모던한 여성이다. 그런데 '7월24일 거리의 크리스마스'에서는 이런 남녀 배우의 배치가 역전된다. 미키는 처음에 정말 미키인가? 싶을 정도로 촌스럽게 나온다.
'어리버리'컨셉도 그대로다. (일본은 '어리버리'는 죄다 저렇게 그려내나 싶을정도로 똑같다!) 상대 남자배우가 유명 작가로 훨칠한 외모를 가졌다는 점도 '전차남'의 배치와 같다.
'전차남'에서는 어리숙한 남자가 전차에서 우연한 기회를 얻어 여자를 만나 사랑에 눈 뜨고, 차츰 용기를 내어 사랑을 완성한다는 이야기다. '7월24일 거리의 크리스마스'는 마찬가지로 어리숙한 여자가 고향을 찾아온 짝사랑에게 용기있게 다가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얼핏 두 영화는 배경이나 캐릭터의 성(性)만 뒤바뀌었을뿐 별반 다르지 않은 꼴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두 영화를 결정적으로 다르게 볼 수 있는 특별함이 있는데 의식의 영역이라고 해야할까? 다음과 같다.
'7월 24일 거리의 크리스마스'에서 주인공은 만화책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리고 내성적인 성격만큼이나 혼자서 생각하고 상상 속에서 대화하기를 좋아한다. 그녀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의 거리를 포르투칼의 낮선 거리와 매치시키며 환상을 만들어낸다. 환상속에서 그녀는 언제나 즐거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는 항상 혼자일 수밖에 없고, 그런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주는 사람이 없다. 외로운 의식의 영역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다시 찾아온 옛 짝사랑은 환상을 깨고 의식의 영역을 확장하는 계기를 가져다 준다. 그건 용기를 내는 힘이었고, 사랑을 얻게 만드는 용기가 된다.
'전차남'에서 주인공은 인터넷에 자신의 의식을 연결하고 확장한다. 인터넷 공간에서 사람을 사귀고(같은 처지 또는 같은 취미를 가진) 생각과 이야기를 나눈다. 반면에 사회에서는 철저하게 혼자다. 심지어 직장에서도 동료들과 업무적인 일 외에는 섞이지 않는다. 그는 전철에서 위기에 처한 여자를 구하게 되고, 사랑을 느낀다. 그녀와의 첫 만남, 데이트, 고백, 이별, 재회에 있기까지 그는 인터넷에서 만난 익명의 사람들에게 털어놓고, 자문을 구하고 도움을 받는다. 인터넷은 익명의 수많은 사람들이 공존하지만 주인공의 의식은 그들 모두를 한데 묶어 자신의 영역안에 둔다. 하지만 철저하게 그 속에서만 인정받는 모습을 보인다.(사랑을 이루기 전까지는)
두 작품 모두 철저하게 외롭고 소외되고 있는 한 인간의 내면과 의식을 중심에 두고, 한쪽은 더욱 내면으로 파고드는 반면, 다른 한쪽은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으로의 확대를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두 작품 모두 인간이기에 원하게 되는 사랑이라는 감정속에서 의식 영역 밖으로의 도전을 시도하고, 성공함으로써 사랑을 이루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7월 24일 거리의 크리스마스'에서는 '만화책'이라는 아날로그적 매체가 등장하면서 인간 내면의 상상력을 통한 의식 공간의 확장을 보여준다. 그 영역은 소외된 개인의 또다른 활동 공간이 된다. 하지만 인터넷시대 이후 슬며시 의식은 온라인으로 넘어간다. '전차남'에서 보여주듯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은 채팅과 문자, 리플등을 통해서 서로에게 의지가 된다. 개인 영역의 이동이자 확장, 연합이 형성되는 것이다. 전자가 철저하게 개인 스스로 감당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공동체적인 극복의지를 보여준다.
영화에서도 이를 잘 그려주고 있는데, '7월 24일 거리의 크리스마스'에서는 주인공의 내적 상상력이 현실과 헷갈릴만큼 자주 등장한다. '전차남'에서는 주인공의 모든 생각과 고민, 심지어 실재 사건까지 인터넷에 공개가 되고,(스스로에 의해) 실시간으로 타인과 소통이 되는 주제가 되어 버린다.
개인적인 상상에 의한 꿈이든, 공동체적인 가상의 공간인 인터넷이든 내 속에 잠재되어 있는 욕망과 터뜨리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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