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영화감상을 적어본다.
오늘 본 영화는 윌스미스의 '나는 전설이다'라는 거창한 제목의 SF였는데 한심스럽기 그지없는 영화였다.
이 영화는 2012년이라는 가까운 미래에 뉴욕시 맨허튼을 배경으로 그려지는데, 바이러스에 의한 인간의 괴물(좀비)화와 멸종은 이젠 너무 진부해져버린 소재가 되어버렸음에도 이 영화는 이를 차용하고 있다. 최근에 하도 좀비 영화가 많이 나왔고, 폭력성이 짙어져서인지 사실 본 영화에서 등장하는 괴물들은 상당히 얌전하다고 볼 수 있다. (깜짝 깜짝 놀라게 하기는 하지만)
주인공인 네빌박사(윌 스미스 분)는 샘(개)과 함께 잡초가 무성한 맨허튼에서 사슴떼를 쫓으며 살고 있는데 영화 초반 이 장면은 비교적 인상적이다. 과거의 영화들이 하나같이 파괴되고 흉물스러운 모습만을 그려냈던것에 비하면 상당히 현실적이면서도 창의적인 시도가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개와 함께 사는 네빌 박사의 모습은 어쩐지 낯이 익다. 네빌박사가 아내에게 맨허튼을 섬이라고 말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네빌박사 단 한명을 제외한 어떠한 인간도 존재하지 않는(뒤에 생존자가 나오지만) 공간에서 인간의 언어로 대화가 불가능한 개가 나오고, 마네킹에게 이름을 붙여서 대화를 시도하는 모습은 톰 행크스가 열연했던 '케스트 어웨이'와 많이 닮아 있다. 감독은 아무래도 인간의 고독을 이러한 모습 속에서 강하게 어필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뒤에 개가 죽은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괴물들에게 달려드는 모습은 오버스럽지만 충분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다가도 네빌박사가 괴물들에게 쫓기거나 싸움을 하는 장면은 전작 아이로봇에서 로봇들에게 공격을 당하는 모습과 너무나 비슷하다. 레지던트 이블에서 주인공이 강력한 힘으로 좀비들을 제압했던것과 달리 네빌박사는 대령이라는 군인 신분에도 불구하고 괴물 한 놈과도 쉽지 않은 대결을 펼치는데, 치고 박고 깨지고, 다치고 난리는 치는 모습이 아이로봇에서 로봇들에게 신나게 두들겨 맞고 아까운 아우디를 박살내 버리는 장면과 절묘하게 오버랩되는 것이다.
영화의 앤딩은 "전설이 되었다"라는 여자의 짧은 대사 한마디로 너무나 허무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을 지어주는데 꼭 워터월드의 앤딩같았달까. 캐빈코스트너도 여자와 아이를 살려내고 자신은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모습이나 여자와 아이를 살리면서 자신은 괴물들과 함께 자신의 거주지였던 맨허튼에 남은(자살) 윌스미스나 다른듯 닮아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어쨌든
언제나 인간적인 액션(성룡처럼 주인공임에도 얻어 터지고, 당하는)을 몸소 선보이던 윌 스미스의 또 다른 액션을 즐길수 있으려나 했던 기대는 가지지 않는 것이 좋겠다. 맨인블랙 시리즈와 아이로봇으로 SF장르의 확실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그이지만 SF장르적 색깔은 식상한 좀비시리즈에 묻혀 버렸으며, 살냄새 나는 그의 액션은 아이로봇이후로 점차 약해져 더는 기대할 수 없게 되었으며, 감독이 보여주고자 했던 인간적 고립과 외로움은 슈렉의 지나친 차용으로 판타지가 되어 버렸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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