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누나는 욕이란걸 할 줄 모릅니다. 기껏해야 "바보야", "멍청이야" 하는 것이 고작입니다.
그런 누나가 세상에서 가장 심한 욕이라고 내뱉는 말이 "바보 멍청이야"입니다.
중략...
그런 누나에게 제가 "바보 멍청이야"라고 말했습니다. 누나는 속이 상해서 며칠째 제게 말을 하지 않습니다.
어찌보면 우습기도 하고, 이게 뭐야 할 수도 있는 짧은 사연이었다. 하지만 내겐 그렇게 하하- 하고 웃어버리고 잊어버릴만큼 작은 것이 되지 않았나 보다.
나는 살면서 나이라는 것을 한 살 두 살 먹어가면서, 세상살이에 못된 것들을 눈과 귀로 보고 듣고, 몸으로 체감하면서 못되어지는 마음과 방어할 수 있는 욕지꺼리를 배워왔다. 잘못된 것인줄을 알면서도 그것이 나를 강하게 한다고도 생각해왔다. 섬뜩하리만치 무서운 말들을 나는 아무렇지 않게 내 뱉을 수도 있고, 때로는 상처가 되는 말을 무심하게 던져버리곤 한다.
내게 바보야와 멍청이야는 귓가에 닿지도 않을 만큼 초라한 단어일 뿐이었다. 하지만 사연 속에 묻어난 그 단어들은 놀라웁게도 나를 흔들었고, 알 수 없는 죄스러움과 죄책감을 가지게 만들었다. 사연 속 누나의 천진함이나 순수함 때문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단어와 말이 가지는 가장 원초적인 의미를 다시 깨우쳤다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세상 어떤 말과 욕도 의미를 담지 않으면 상처가 되지 않는다. 그저 소리로 깨어져 나갈뿐.
내 입을 토해져 나오는 세상의 어떤 말에도 함부로 독을 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 그 생각이 나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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