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은 높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심장에서부터 온다.
천운영님의 소설 '잘가라 서커스'중에 나오는 말이다.
아무리 높은 곳이라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만큼 차가운 심장을 가졌지만, 사랑 앞에서 처음으로 아찔하고도 안타까운 가슴졸임을 느끼는 심장의 떨림. 사랑은 그런 것이구나하고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나는 누구라도 알아 맞출 수 있을만큼 확실한 에이형의 남자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울적해지고, 소심해지는 심성을 어쩌지 못하고, 그렇게 그런대로 살아가는 작은 남자. 운이 좋게도 한두번의 연애도 해 봤지만 애석하게도 남자가 고백을 했던 상대로부터는 단 한번도 결실을 맺어보지 못한 놈이기도 하다. 항상 걱정을 앞세우고 더듬거리다가 기회를 놓치기도 했고, 차마 용기내지 못하고 그만두었던 순간도 있었던 것 같다.
내게 심장은 너무나 가깝고, 큰 것이었을까. 하지만 천운영님의 글귀때문에 조금은 용기를 가져볼양도 생긴것 같다. 그 어떤 차갑고 무딘 심장을 가진 사람이라도 결국은 사랑 앞에서는 홧홧히 뜨거워지는 설레임을 거절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것도 같아서다.
아직은 아쉬운 시간 속에 혼자임을 그냥 그대로 묻어두고 살며 지내지만 제게도 내일이든 언제든 좋은 인연이 나타나고, 다시금 그 떨림 앞에 서 볼수 있겠지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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