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는 웹접근성을 고려한 기회과 제작이 없다. '갑(클라이언트)'의 요구도 없다. 그러니 웹퍼블리셔로 일하고 있는 내가 웹표준을 지켜가며 시멘틱한 마크업을 해가면서 야근과 철야를 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쩐지 스스로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갑'이 요구하지 않아도, 회사가 해보자고 하지 않아도 나는 은근슬쩍 비표준 기획과 디자인 사이사이에 표준을 심어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물론 하루만에 '갑'의 개발자에게 "테이블로 다시 부탁한다"라는 이메일을 받았던 적도 있고, 스타일 지정을 ID로 하는 코더가 어디있냐며 면박을 당한적도 있다. 심지어 함께 일했던 기획자분은 표준화 코딩을 하지 말자고 부탁까지 하기도 했다.
이틀전에는 '장차법'에 대한 소개글을 전사원에게 메일로 뿌리기까지 했지만 디자이너 한분만이 짧게 "우리가 무얼 해야하는지?"에 대해 물어왔을 뿐이었다. 과연 그 메일을 끝까지 읽어보기는 했을까 의심이 들었다.
시장을 이끌어가는 MS는 IE의 차기 버전에서 '버전지정'이라는 당혹스러운 기술을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HTML5와 XHTML2는 어떻게 나올지 여전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CSS3는 또 얼마나 우리를 괴롭힐까. 나는 지금 안과 밖에서 너무나 휘둘리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선사시대 개발자라고 웃으며 놀려댔던 모 기업의 개발자는 그래도 나보다 높은 연봉을 받으며 야근과 철야도 별로 없이 스타벅스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일을 하고 있을것 같다. 그는 최근의 기술에는 그다지 관심도 없으며 새로이 공부를 해야겠다는 열의도 없어 보였다. 물론 겉으로 본 내 생각일 뿐이다. 하지만 어쨌든간에 상대적으로 나는 훨씬 적은 연봉과 쏟아지는 졸음에도 야근과 철야를 버릇처럼 해치우며 오늘도 어제도 새로운 지식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는 지경이다.
그럼에도 나는 처음에 말했듯이 비표준웹에 표준을 심고 있다. 조금씩 말이다. DTD가 빠져 있으면 넣고, 잘못 되어 있으면 고친다. 단독으로 쓰인 태그를 보면 닫아주고, 불필요한 공백문자를 찾아서 지운다. title과 alt 속성을 되도록 입력해주기도 하고, 테이블 하나만이라도 의미에 맞게 DIV나 UL로 바꾸어 놓고, 파이어폭스에서 깨지지 않도록 맞추는 수고를 한다.(FF로 맞추고 IE를 맞춰야 하겠지만 여전히 업계에서는 IE를 기준으로 작업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니 겉으로는 IE를 열어놓고 맞추는 척을 해줘야 한다)
겉으로는 여전히 테이블로 쫘놓고 이미지들로 더덕더덕 붙여놓은 비표준 사이트일지라도 그렇게 조금씩 표준을 심다보면 조금씩 나아지는 사이트들을 만들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잠자리도 갑자기 바뀌면 뒤척이게 되고, 먹던 물이 바뀌면 탈이 난다. 하물며 10여년 가까이 가져온 습관을 한번에 바꾸려 들면 내가 먼저 쓰러지고 말지 모른다. 여태껏 지켜온 ie6을 하루아침에 버릴라 치면 인터넷이 정말 깨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웹표준도 'Transitional'하게 해보자는게 내 생각이다. HTML 문서에 DTD를 Transitional로 지정하면 얼마간의 비표준 태그와 속성까지도 허용되지 않은가.
트랙백 잘못 날렸군요..ㅡㅡ;
답글삭제이밑에 있는 글인데..ㅋㅋ;
정답이라고 생각됩니다.
답글삭제작은 스텝이라도 조금씩 앞으로 가다보면 정상에 와 있을거라 믿고 있습니다. 갈길이 멀지만 이미 꽤 먼 거리를 온거 같습니다. :)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