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8일 화요일

개발자들이여 당신의 상사가 바보같다고 느껴진다면 이 책을 선물하라

소프트웨어 누가 이렇게 개떡같이 만든 거야 상세보기
데이비드 S. 플랫 지음 | 인사이트 펴냄
소프트웨어 사용이 어려운 이유는? 『소프트웨어 누가 이렇게 개떡같이 만든 거야』는 왜 사용자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가 어려운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프트웨어를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무엇인지, 누구 때문에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는지, 과연 잘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는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재미있고 직관적으로 풀이한다. 잘못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개발자들의 방식과 사용자들이 생각하는 방법을 대조적으로 알기

저는 웹퍼블리셔입니다. XHTML으로 마크업을 하고 CSS를 가지고 웹디자이너가 건네준 디자인을 브라우저 화면에 재디자인합니다. 그리고 JavaScript로 약간의 재주를 부리기도 합니다.

최근에 웹2.0이라는 경제적 용어가 이슈가 되고, 뒤를 이어서 웹접근성과 웹표준화에 대한 이슈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수의 클라이언트(기업의 우두머리들)와 웹사이트를 대신해서 만들어주는(웹에이젼시) 기업 내의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이를 외면하거나 애써 피하려고만 합니다. 오직 웹퍼블리셔들만이 쫑알쫑알 떠들어 대는 듯한 느낌이 강합니다. 그나마 그것도 소수의 웹퍼블리셔들만이 말입니다.

최근에 저는 사내에서 적극적(?)으로 웹표준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웹디자이너들에게 사용자들이 폰트를 크게 키워서 볼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고, 유연한 레이아웃을 부탁합니다. 바로가기 셀렉트 박스 옆에 버튼을 달아두면 시각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을것이다라는 이야기도 합니다. 플래셔에게는 플래시의 대체 텍스트 기능이 들어 있음을 알려줍니다.(저는 플래시를 전혀 모릅니다. 하지만 웹에서 검색을 통해서 알아냈고, 그 사실을 항상 플래시를 다루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있는 겁니다! 이게 뭡니까!) 기획자와는 아주 긴 시간 논쟁을 벌여야 합니다. 그들의 스토리보드를 뜯어고쳐야 하고, 개발 프로세스를 개선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들에게 장차법을 소개하고, 다양한 브라우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우리 회사가 만들었던 그 많은 사이트들을 하나씩 보여줍니다. 그들은 당황해 합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릅니다. 그저 클라이언트가 좋아만 하면 그만이다 말합니다. 20대를 위한 사이트는 20대만 들어오면 되고, 비주얼이 강한 사이트는 시각 장애인이 와도 볼게 없으니 무시해도 된다라는 논리. 청각 장애인을 위해서 간단한 사이트를 하나 더 만들면 되지 않겠냐는 논리. 회원가입 양식에 온갖 항목을 집어놓고 단 하나의 에러도 표시해주지 않아서 다시 처음부터 가입하게 만드는 개발자의 센스. 우리에게 사용자란 무엇인지? 사용자를 위한 사용성이란 무엇인지?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웹표준과 웹접근성에 대한 이슈는 이 책이 지적하는 사용자에 대한 사용성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보같은 개발자들은 자신들의 관점으로 사용성을 판단한다. 맞는 말인것 같습니다. 저도 제가 코딩한 마크업 문서의 오류를 확실하게 찾아내지 못합니다. 제가 작업한 스크립트가 사용자에게 편리함을 준다고 착각할 때가 아주 많습니다. 저 역시 한 명의 사용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발자는 어디까지나 개발자입니다. 완벽하게 사용자일 수 없습니다. 온전하게 컴퓨터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용자 말입니다. 시시때때로 경고창과 말도 안되는 에러 메세지를 띄워서 사용자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개발자가 생각하는 사용자에 대한 사용성일 뿐입니다. 사용자들은 그것들을 원하지도 않고, 오히려 불편해 한다는 사실을 이 책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한국의 웹은 아주 심각할 정도의 개발자들의 웹입니다. 온통 신기하고 제멋대로인 웹이 지천에 널려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이 불편한 웹을 매번 새롭게 교육받으며 몇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적응해 가고 있습니다.

UI/UX를 떠들면서 우리는 항상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한다라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진정 사용자가 누구였는지를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때 나는 단지 윈도우(또는 맥)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딴지를 거는 것이겠지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윈도우와 웹을 폭넓게 껴 안으며 사용자를 무시하는 모든 개발자들을 싸잡아 '바보'로 만들었습니다.

너무나 속이 후련하고 시원합니다. 만약에 당신의 상사가- 대리나 팀장, 과장이나 부장이나 심지어 실장이나 이사라고 할지라도- 정말 바보같다고 느껴진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말 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 삼품평으로 인해 출판사가 돈을 더 벌고 저자가 비싼 음식을 먹게 할 마음은 추호에도 없습니다. 가까운 도서관에 이 책이 있다면 공짜로라도 보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인중에 누군가 이미 이 책을 사서 보았다면 빌리거나 복사라도 해서 읽어보시길 바라는 겁니다.

개발자들은 너무나 소심해서 자신을 향해 '바보'라고 욕을 해대면 화를 낼지 모릅니다. 하지만 최소한 그렇게 부끄러워할 줄 아는 개발자라면 이 책을 읽고 사용자에 대한 생각을 고칠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 2개:

  1. 저기 뜬금없이 죄송한데요..2008년 4월 11일 오전 2:31

    Yes24 에서 리뷰를 보다 왔습니다.

    내용과 상관없는 뜬금없는 질문 죄송합니다만.. (__)



    http://uccfs.paran.com/PUD/me/chanistic/IMG/1207906217_200804111804304938698701_0.jpg



    위에 이런 기능은 어떻게 사용하신건지 너무 궁금해서요...



    알려주실 수 없을까요? 아니면 관련 페이지만 이라도 알려주셨으면..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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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기 뜬금없이 죄송한데요.. - 2008/04/11 18:31
    제 블로그의 RSS를 긁어다가 보여준 것 같은데요^^ ㅋ

    예스24 블로그는 제가 따로 관리를 해서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 자세히는 모르겟네요. 방법이 있다면 RSS 뿐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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