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겨울이겠거니 싶은 십이월이나 일월은 절기상으로 원망의 대상이 되지는 못한다. 겨울의 끝이겠거니 해서 이월이나 삼월은 아쉽지만 다가올 봄으로 인내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다가오는 겨울을 머물거림 없이 마중나서야 하는 십일월이 되면 어쩐지 불안하기도 하고 더욱 서글퍼지는 생각에 사무치기 일쑤다. 그건 군대에 있던 밖에 있던 매한가지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요 며칠 아침밥을 먹으러 가는 식당길이 새하얗게 젖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진즉 가을이 가고 있음은 알고 있었지만 떨어지는 가을 낙엽 부서지기 무섭게 찾아드는 추위는 애써 태연한척 하기만은 만만치 않아뵌다.
그렇게 계절이 겹치듯 부대끼며 변해갈때 이런저런 일도 많았던것 같다. 근래들어 부쩍 전역자도 많았고, 새 얼굴도 많아졌다. 그만큼 어수선하기도 하고 들떠 있기도 하고 복잡수선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나날이었다. 생활의 작은 변화에 호들갑 떨듯 소란스러움도 있었고, 아주 난리라도 난듯 열을 올린 날들도 있었다. 큰 일을 두고도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무심하기도 했고, 어쨌거나 귀찮다는 논리로 못 들은 척 하기도 했던 시간들. 그저 군대라는 곳이 속앓이를 들끓게 하고 내내 소심한 마음들을 키우게 하는 것 같아서 아쉽지만 좁아져가는 계절의 온기속에 맞대 잡은 손 모양으로 생각과 가슴을 키우는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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