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잡지사에서 기자로 일을 하고 있는 후배를 지난 휴가때 만난일이 있었다. 후배는 취재차 어딘가를 다녀오는 길이었는데 나를 반가워하자마자 왠 설문지 한 장을 건냈다. 설문지는 서너개의 질문이 있었는데 쉽고 간단한 것들이었다. 아마도 짧은 토막 기사를 쓰기 위해서 인것 같았다. 질문중 하나가 최근 감상깊게 본 책은 무엇인가였는데 잠시 고심하다가 쓴 것이 김영하의 「당신의 나무」였다. 최근에 읽은 것은 아니었으나 최근에 읽은 것중 가장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주 단편적이고, 애로시즘이 가득찬! 공허감이 팽팽하다 못해허탈하게까지 만드는 그의 독특한 글쓰기 전략!은 다시 「호출」이라는 소설집을 읽게 만들었다.
<사이에 「랄랄라 하우스」를 읽었지만 「랄랄라 하우스」는 김영하 특유의 글쓰기 전략이 묻어나 있는 책은 아니고 김영하 작가 자신의 생활수기를 재미나게 블로그 형식으로 이끈 책이었다.>
「호출」은 「당신의 나무」와 같이 여러편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80, 90년대를 오가는 배경과 사랑과 배신 죽음에 대한 모티브가 강하게 깔려있는 것이 「호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히 섹슈얼리즘이나 애로시즘등에 집착함을 떠나 독자로 하여금 허탈하고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는 그만의 독특한 전략은 신세대적이라는 표현만으로는 감히 분석되기 힘든 부분인것도 같다. 파괴적이고, 분해적인 그래서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해체주의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지만, 이토록 강렬하게 분출하는 작가는 보기 드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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