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것과 어머니, 동생, 집. 그리고 오래전에 외워두고 아직 잊어버리지 않은 친구 몇몇의 번호 정도-
오늘 책상 정리를 하다가 지난 2년간 군대에서 사용했던 전화번호 수첩을 찾았다. 첫장에 어머니와 동생의 사진을 꽂아놓고 그 옆에는 군번이 흐릿하게 적혀 있다. 아마 처음 군번을 받았을 때 잊어먹지 않으려고 적어두었던것 같다.
속을 들쳐보면 아버지 제사일, 어머니와 동생의 생일. 훈련소 주소부터 해서 내 군복 치수까지 적혀 있었다. 그 다음부터는 친구들 선후배들, 지인들의 연락처가 가나다 순으로 차곡차곡 적혀 있고, 몇몇을 빼고는 주소까지 빠짐없이 적어두었다.
그러고보니 군대가기 한달여전 쯤에 이 수첩을 사서 만나는 사람들마나 집주소를 물어서 적었던 일이 기억난다. 대부분의 지인들에게 편지를 보냈고, 운이 좋게도 한번 이상은 답장을 받았던 것 같다. 몇몇은 너무나 고맙게도 많은 편지를 보내주기도 했고, 지혜는 멀리 스페인에서도 잊지 않고 엽서를 보내 주었었다.
군대에 있던 2년간 저 수첩은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이었다. 사회와 단절된 공간에서 유일한 소통의 기회였던 전화와 편지를 가능하게 했던것 저 허름해져버린 수첩이 있었기 때문이었으니까. 한번은 바닥에 떨어뜨려 젖어버리기까지 했지만 글자가 번질까봐 급하게 닦아내던 기억도 떠오른다.
여자친구의 전화번호를 어제까지 외우지 못했던- 아니 외워야겠다는 생각을 못했던 나.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모든 연락처는 어렵겠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번호 정도는 외워둬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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