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책과 영화, 다시 드라마로 만들어지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전차남'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전형적인 오타쿠에 소심하기 짝이 없는 남자가 전차에서 곤경에 처한 지적이고 아름다운 여자를 구하게 되면서 만남이 시작되고,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서툰 자신의 사랑과 연애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코믹하면서도 솔직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작품 자체의 소재나 전개는 사실 과거의 플롯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인기를 끌고, 내가 관심을 가진것은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가져다주는 스토리텔링의 변화다. 전차남은 여자를 만난 순간부터 여자로부터 사랑을 확인받는 마지막 순간까지 인터넷 게시판에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고, 질문을 하고 도움을 받는다. 하나의 글이 흔히 댓글이라고 부르는 형태의 파생글로 확대되고, 재생산되는 모습을 띄고 있는데 이러한 과정이 결국은 '전차남'이라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스토리 라인이 되어 버린다. 우리는 잘 만들어진 책이나 영화, 드라마로 이 장면을 바라보았지만 사실은 게시판 속 글을 읽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점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여기 블로그와 같은 개인매체속의 포스트와 미니홈피의 사진, 미투데이나 플레이톡의 댓긋 커뮤니티 속에서 문학적인 이야기가 만들어질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과거에 PC통신 시절 유행하던 릴레이소설과는 다르다. 릴레이소설은 이미 '릴레이'라는 틀이 제한되어 있으나, 현재의 웹은 게시판이든 미투든 블로그든 그 영역의 제한이 조건지어지지 않는다. 그것들은 서로 링크로 물려 있으며, 사진과 음악, 동영상을 흡수한다. 그리고 제3자의 개입(댓글)은 개인의 단순한 일상에 반전을 가져다 주거나 이야기의 증폭을 유도한다. 댓글은 또 다른 댓글을 야기하며, 확장된 댓글은 하나의 스토리로 커간다. 하나의 스토리는 또 다른 글, 포스트, 댓글, 사진, 음악, 동영상과 링크되며 다시 확장된다. 이런 과정은 무한하며 반복적이다. 시작과 끝이 없으며 소설의 고전적 플롯을 해체한다. 비롯하여 하이퍼텍스트의 자연발생적인 현상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몇년동안 연구되어온 하이퍼텍스트문학이 외국에 비해 국내에서는 그다지 주목받지도 못하고 깊이있게 연구되지도 못하였는데, 웹의 발전속에 더욱더 개인화된 웹서비스와 글쓰기 형태는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하이퍼텍스트문학의 태동을 일굴어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참여자와 기획자 혹은, 주도자 간의 저작권 문제가 남겠군요...
답글삭제장르 해체적이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