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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15일 토요일

한국 모질라 커뮤니티 연말 모임 참석 후기

늦은 9시. 30분 늦게 홍대 민토에 도착했을땐 이미 많은 분들이 자리를 채우고 뭔가를 적는데 열중이었다. 낯선 마음에 두리번 거리며 빈 자리에 앉았고, 큼지막한 이름표를 목에 달자 겨우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얼굴을 알아 볼 수 있는 네오위즈의 이동환님과 내가 들어오자마자 '봄?!'이라며 반가워 해주시던 ACG의 전승엽님. 그리고 이름만으로도 유명하신 시도우 웹표준화팀장님이신 신현석님이 맞은편 멀지 않은 자리에 점잖게 앉아 계셨고(싸인을 받고 싶었는데!! 소심해서 말도 못 걸었다), 앞쪽 테이블 끝에 나를 웹2.0으로 인도해주었던 사이트(블로그) 김중태문화원과 '웹2.0 시대의 기회, 시맨틱웹'의 저자이신 김중태님도 계셨다. 어찌나 두근거리던지! 그리고 앞쪽으로는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하고 준비해주신 다음의 윤석찬님 서 계셨다. 그 밖에도 올블로그와 디자인블루, 다음, 펜타브리드, ACG, KT, 삼성 등에서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셨는데 자리가 자리이니 만큼 무겁지도 않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지 않았나 싶다. 나는 모르는 것이 많고, 처음인 이 자리가 사실은 어려워서 선듯 먼저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지만 이렇게 뵙고 싶었던 분들을 한 걸음이나 두어 걸음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내게 좋은 기회였고 경험이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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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와 간단하지만 짧지 않았던 자기소개가 끝난 후에 윤석찬님께서 파이어폭스에 대한 간단한 PT를 진행해 주셨는데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국내 브라우저 점유율이 0.5~0.7밖에 미치지 못한다며 커뮤니티원들의 도움과 분발을 부탁하셨다. 그리고, 각종 프로젝트의 로컬라이제이션에 대한 참여와 각종 익스텐션과 테마지원에 대한 웹개발자, 웹퍼블리셔, 웹디자이너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독려하셨다. 당신의 블로그에서도 느꼈지만 어려울 수 있는 오늘 이 자리에서도 차니님은 차분하고 겸손한 자세로 회원들을 작은 이야기에 깊이 감사하시고 자신의 의견을 정중하게 되돌려주는 모습을 보여서 참 좋았던 것 같다.

사실 난 간간히 웹표준화 업무와 관련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커뮤니티를 찾아왔었는데 앞으로는 조금은 더 움직임이 있는 회원으로 나를 알려도 되겠다 싶은 마음이 생겼다. 선배라면 선배고, 스승이라면 스승일 수 있는 여러 회원님들 뒤에서 아직은 작기만 한 내 위치와 실력을 어서 어서 키워야 겠다라는 다짐이랄까 그런게 불끈 솟은 자리였다.

파이어폭스 티셔츠를 끝내 받지 못한 것이 아쉽고 또 아쉽지만 2시간 남짓 내가 직접 보고 느낀 이 자리, 이 시간의 감각은 2007년 웹을 통해 살고, 일을 하면서 가장 값진 것이 되었지 않나 싶다.

2007년 12월 6일 목요일

태그와 태그 사이에 나 있다

지난 2년 군대에 있는 동안 가장 힘들게 날 괴롭혔던 것은 나의 미래였다. 과거에 묻어둔 사랑과 열정에도 나는 쓸쓸해 했지만 다가오는 미래는 처량한 감상에만 빠질 수 없게 만들었던게 사실이다. 특히 직업이라는 것. 나이를 먹고 나도 한 사람의 몫으로 삶을 지탱해야 할 때가 되어서 그래 내게도 뚜렷한 직업이 필요해지는 시기가 오니까 막막했다.

입대전 나는 학생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프리랜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직업인이기도 했다. 그 때는 코더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그 일. 인터넷에 뿌려져 있는 수 많은 웹페이지들을 출판(Publishing)하는 일을 하는 작업이다. HTML이라는 아주 쉽고 간단한 언어를 가지고 약간의 수고만 해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웹디자이너들이 주로 겸해서 하기는 했지만 제법 규모가 있는 웹에이젼시에서는 업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코더들을 아르바이트나 계약직, 또는 낮은 연봉의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었다. 작업은 단순했지만 업무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흔히 노가다와 비교하는데, 정말 단순히 삽질만 온 종일 하는 것과 같은 일과의 연속이었다.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일은 디자이너와 개발자의 몫이지 코더의 몫이 아니었다. 고분고분히 좀비처럼 페이지만 만들어내면 그만이었다.

과연 이 일을 계속 해야만 하는가? 그게 지난 2년동안 날 가장 힘들게 흔들었던 고민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 웹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을까. 한국이라는 척박한 공간에서 웹이라고 꿈을 심어볼만하겠는가. 나의 생각은 대체로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것이었다.

내가 상병을 달고 다섯달쯤 지났을 때 부대에 인터넷방이 생겼다. 그리고 그 즈음하여 나는 김중태님의 블로그에서 시멘틱웹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접했다. 김중태님은 웹2.0과 시멘틱웹을 설명하기 위한 책을 내셨는데 다음 휴가때 수원역에 도착하자 마자 서점을 찾아 책을 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책이 내가 웹퍼블리셔(코더)의 명함을 조금 더 유예할 수 있도록 꿈을 잡아준 길라잡이였던것 같다. 김중태님의 책과 블로그에서 나는 현실의 변화와 더불어 내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고, 인식의 변화는 내 다짐을 굳히고, 행동을 결행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올 여름. 나는 마지막 휴가를 나와 몇 군데 회사의 면접을 봤다. 며칠의 고민이 있었지만 비교적 어렵지 않게 지금의 회사를 선택하고 전역 후 바로 출근을 할 수 있었다. 난 웹퍼블리셔가 되었다.

소속은 개발팀이고, 처음 명함은 개발자였지만 업무적으로 퍼블리셔였고, 현재 새로 받은 명함에는 '웹'이라는 글자가 생략되긴 했지만 퍼블리셔라고 적혀 있다. 디자인팀이 아닌 개발팀에 소속되어 있는 까닭은 회사와 나 개인의 합의와 결정에 의한 것이었다.

지금의 웹퍼블리싱 작업은 과거와 많이 달라져, 기본적으로 UI를 인식하고 설계하는 기획자적 안목과 이미지로 구현된 디자인을 의미론적으로 분석하여 재디자인하는 디자이너적인 창의력, 프론트(웹브라우져)단에서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위한 개발자적 실용성을 고루 갖추어야만 하게 되었다.

물론 나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이제부터라는 생각으로 공부하고, 실무를 더해가고 있다. 여건도 크게 나아지진 않았다. 아직도 디자이너나 개발자보다는 낮은 대우를 받아야만 하고, 업무의 양은 웹표준화로 인해 더욱 가중되었다. 인력은 부족하고 요구는 늘었다. 웹퍼블리셔의 작업은 결과만을 두고 보았을때 최종 사용자에게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작업이다. 때문에 퍼블리셔의 능력에 따른 대접을 요구하기란 더욱 힘들다. 하지만 웹퍼블리셔의 세심한 노력과 과정에 따라 완성된 사이트의 질은 크게 높아지거나 낮아지게 된다.

무심하게 눈발이 내리는 겨울밤. 사회에 첫 발을 내딛고, 반년의 시간을 지난 즈음. 그리고 새로운 공부와 인연을 맺기 직전의 순간에 이런 글을 남기는 까닭은 내 자신의 측은함도 있겠지만, 내 직업에 대한 약간의 자부심이 불을 피우기 시작했음이기도 할 것이다.

웹표준화를 통해서 가장 강조되는 것은 의미있는 태그를 사용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비롯한 모든 웹에 접근 가능한 사람과 기계들에게 정보로의 접근을 허락하고, 공평하게 제공되어질 수 있어야 하는 철학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의미있는 태그란 무엇인가. 내가 웹을 통해 나타내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그림이나 영상이 아닌 태그로써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게 아닐까.

고로,
태그와 태그 사이에 나 자신을 가장 먼저 정의하고 보여줄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2006년 10월 29일 일요일

깊이와 넓이의 한계를 넘어선 지성 「웹2.0시대의 기회 시멘틱웹」,「조엘 온 소프트웨어」

약간의 시간 차이를 두고 컴퓨터 공학과 관련한 두 권의 책을 읽었다. 지난 여름 읽은 김중태의「웹2.0시대의 기회 시멘틱웹」(이하 김중태)과 오늘 읽기를 끝낸 「조엘 온 소프트웨어」(이하 조엘)가 그것이다.

두 권의 책은 서로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가지고 있는데, 공통된 것은 김중태와 조엘 모두 컴퓨터 세계에서 철학적인 가치관을 확고히 하고 나름 '전문가'다운 지식과 부담없이 탁월한 글쓰기 재주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둘 모두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체험적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것 역시 비슷하다. 반면에 조엘의 것은 소프트웨어라는 좀 더 포괄적이면서도 명확한 것을 토대로 분석적인 태도를 보이며, 김중태는 최근 주목을 끌고 있는 웹2.0에 한하여 다양한 견식을 선보이고 있다. 조엘은 마이크로소프트사나 주노사에서 몸담아 일했던 경험을 십분 발휘하여 대단히 흥미롭고 놀랄만한 이야기들을 꺼네 놓고 있으며, 김중태는 일반인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 되는 현상이나 쟁점에 대한 논의를 국문학 전공 답게 편안한 글쓰기로 채워나가고 있다. 또 한가지 두 권 모두 조엘과 김중태 개인의 블로그에 실린 글들로 그 중 멋진 것들만을 골라내어 책으로 편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담이지마 조엘의 책은 아마존닷컴에서 놀라울정도의 극찬을 받아가며 공학책 답지 않은 공전의 히트를 친 책이고, 김중태의 책 역시 최근 출시되어 컴퓨터 서적에서 연일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다.)

나는 이 두 권의 책을 읽고 연이어 깨어남의 충격을 당했다. 단지 그들의 해박한 지식과 현란한 글솜씨 때문이 아니다. 그들은 아주 친절하게 나같은 무지한 인간도 읽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400여 페이지에 걸쳐 주절거려 주었고, 때문에 나는 "몰랐던" 것을 반성하고, 새롭게 "깨닫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온갖 프로그램을 만져보고, 갖가지 언어를 익혀왔으면서도 어느 것 하나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해 그저 싸구려 프로그래머일 수 밖에 없었던 내게 지식의 깊이와 자신감의 넓이를 확장시켜 준 것이다. 지금 내 앞에 꽂혀 있는 JAVA나 AJAX, MySQL, XML, HTML, CSS, PHP. LINUX 전문 서적들이 참으로 무색하다고까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