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은 여자소설을 쓰는 사람이다'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난다. 공지영과 김영하에 이어서 내 눈과 가슴을 부여잡은 작가가 은희경이었다는 점은 특별한 우연에 의한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읽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무언가가 끌어 올랐었다. 《상속》과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마이너리그》등 세 편의 장편만을 읽다가 이참에 은희경의 등단작 <이중주>와 <타인에게 말걸기>등이 수록되어 있는 첫 산문집 《타인에게 말걸기》를 끌어 안게 되었다.
요즘들어 국내에서도 싱글앨범이 많이 늘고 있기는 하지만, 왠지 시디는 열댓곡의 같은 목소리의 서로 다른 느낌의 곡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된다. 소설가들의 소설집도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주로 소설이라 하면 삼백여페이지를 넘거나 조금 모자란 분량으로 한 손에 꼭 쥐여지는 단행본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실상 우리나라에는 중편이나 단편으로 등단하는 작가가 대부분이고, 그러한 이유에서인지 소설집이 참으로 많다. 그리고 그런 소설집은 꼭 시디를 사들고 영 다른 노래들을 듣지만 왠지 통하는 듯한 느낌을 받듯이 감동적이기도 하다.
은희경의 《타인에게 말걸기》는 '여자 소설'이다. 여자를 이야기하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시디처럼 1번 트랙부터 8번 트랙까지 같지만 서로 다른 여자들이 나와 자기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은희경 자신의 이야기인듯도 하고, 진심이 투영된 연기된 작중 화자인듯도 하고, 꿈꾸는 이상향인듯도 한 그녀들의 모습들은 아프거나 쓸쓸하거나 사랑스럽다. 은희경의 대표작 《새의 선물》을 아직 읽어내지 못한 이유때문에 무어라 할 순 없지만, 그녀의 초기작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이 소설집은 은희경이 그려내는 종합선물과도 같지 않나 생각해본다.
새의 선물을 시작으로 은희경 소설만 연달아 읽었던 적이 있었어.
답글삭제내 마음을 잘 표현해주는거 같아서였는데
계속 읽다보니 너무 차갑더라고. 어찌나 차가운지. 나중엔 그 차가움이 싫어서 던져버리게 됐어.
근데, 우연히 은희경을 소설이 아닌 곳에서 마주하게 됐을때 은희경이 준 느낌은.
소설과는 너무 다른 따뜻하고 우유부단해보이기까지 한. 미적미적한
내가 언제나 마주하는 그런 '나같은' 분위기였어.
정 반대의 이미지의 소설. 맘껏 표현하고 살지 못해서 소설이 차가웠나. 생각도 해봤다.
ㅎ 차가움에 질린 이후 여태껏 은희경은 손이 잘 안가.
아차. 원래 책 잘 안읽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