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1일 월요일

디지털 문학 공동체

문학을 디지털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은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가장 수고스럽다는 점에서 오래되기도 했지만 아직도 완성되지 못했다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글과 책은 인류가 소유한 가치중 가장 최상의 것으로 인정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글이 가지는 쉬움(디지털로의 변환)때문에 가장 먼저 디지털 작업의 대상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이 가지는 매체적 영향력이 아직은 유효하므로 책(문학)은 완벽하게 디지털화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인류는 끊임없이 책의 디지털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웹을 통해서 서서히 그 결말을 기대할 수 있는 시기가 되어 가고 있는 시점이다.

당장에 이 글 역시 웹에서 '블로그'라는 매체적 시스템 속에 기록되고 있다.  책이나 종이가 아닌 상태로 작성되고 보존되고 배포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블로그'는 기존의 여타 홈페이지나 미니홈피 게시판과는 구조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다.

블로그는 마치 기자가 기사를 작성하여 세상에 공개하듯, 쓰기와 공개(배포)하기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구조를 가진다. 그래서 소설가나 시인으로 분류되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도 작가로서의 길(등단)이 확장되어 열리게 되는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 이미 유명 블로거의 내용을 고스란히 담은 책이 출판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착각만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든다. 몇해전만 해도 PC통신의 동호회나 인터넷의 여러 게시판을 통해서 창작된 아마추어 소설들이 '인터넷 소설'이라는 신 장르로 포장되어 속속 서점가에 등장했었다. 그것의 문학적 위치나 진정성 따위를 따지기 이전에 일단은 기존의 문단이 형성해 온 등단의 길이 온라인을 통해 확장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볼 수 있다. 여기에 [각주]스템의 구조적 변경을 통해서 사용자 중심의 웹을 구현하고, 무한정의 다수를 포섭하여 수익을 창출해내는 경제학적 관점으로 바라본 웹의 진화 상태.[/각주]웹2.0 가치에 어울릴만한 '블로그 등단'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춘문예나 이상문학상등과 같이 이미 그 위치나 지휘가 충분한 앞선 시대의 등단문이 건재하지만, 대다수의 개인에게는 다가서기 힘든 길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블로그는 누구라도 개설할 수 있으며, 누구라도 자신의 체험과 생각을 가지고 글을 쓰는 행동(포스팅)은 가능하다. 누구에게 강요된 것도 아니며, 스스로 등단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다만, 스스로의 창작적 욕구와 분출을 통해서 이끌어 낸 블로깅이 [각주]온라인상의 타인, 블로거[/각주]보이지 않는 손에 [각주]낚이다. 타인에 의해 의도하지 않게 자신의 콘텐츠가 공개되거나 유명해지는 현상을 나타내는 통신은어.[/각주]낚여 어느날 갑자기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양상은 전문적이거나, 유행을 타는 것이나, 재미를 추구하는 것 등  극히 일부에 치우쳐져 있다. 이는 마치 연예매니지먼트사에서 길거리에서 예쁘고 잘생긴 일반인을 캐스팅하는 것과 비슷하다. 공식적이거나 이에 준하는 형태 또는 공공의 장소가 없다.

메타블로그라는 것이 있다. 수 많은 블로그들을 개인이 일일이 찾아다니며 원하는 내용을 취득하는 것이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생겨난 시스템이다. 즉, 메타블로그에서 공통의 블로그들을 카테고리별로 묶어서 보여줌으로써 개개인에게 좀 더 편리하게 블로깅이 가능하도록 협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중에는 종합적으로 카테고리를 형성하는 메타블로그도 있고, 특화된 형태로도 존재한다. 이에 어울리게 문학만을 다루는 메타블로그가 있어야 하겠고 그것의 성격은 단순히 카테고리를 특화시킨 형태로 만족해서는 안되겠다. 문예진흥청에서 기획하고 제작하여 운영중인 문장[각주]http://www.munjang.or.kr/[/각주]은 이에 가장 근접한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다. 하지만 파이님의 "타 계정의 블로거들을 집약시키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습니다"라는 말씀처럼 아직은 문장내 블로그만을 통합하고 있어 자칫 네이버다음과 같이 폐쇄적인 형태로 자체 컨텐츠 확충만 고민할게 될 우려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문학 메타블로그는 첫째로, 다양한 블로그에서 문학(창작)물을 피드한다. 둘째, 피드된 문학을 자동으로 재 분류하여 소설과 시 등으로 정리한다. 셋째, 블로거들 간에 서로 평가(트렉백)를 가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넷째, 전문가 집단에 의한 비평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실제 신춘문예나 문학상에 후보로 올리거나) 다섯째,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공식적인 배포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한다.

여기에 조건이 하나 붙는다. 어느것이든 창작되는 것들에는 반드시 저작자가 있기 마련이고 여기에는 저작권이라는 권리가 생긴다. 하지만 저작권은 인터넷 안에서 공유라는 철학과 부딪친다. 논란의 여지는 있겠으나 이 시스템 안에서는 공개와 공유가 원칙적으로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따라서 하나의 포스트(글)가 또 다른 포스트와 연결되거나(연작 또는 또다른 장편의 글이 될 수 있다) 변형(이본의 발생) 전파(온라인 구비문학의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서로 다른 포스트간의 다양한 연결(링크)가 성립되어 하이퍼텍스트 문학의 형태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댓글 3개:

  1. 이올린에서 "메타블로그" 라는 단어로 검색을 하다가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디지털 문학공동체"라는 말이 저를 사로잡는군요. 저도 블로그를 기반으로 하는 문학동인 <문학공갈> http://gonggal.net/ 을 운영하고 있고요. 문학공갈 멤버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메인 블로그와, 개인 블로그를 두고요. 개인의 창작품은 개인 블로그에 비밀글로 올리고, 트랙백으로 합평을 하고요. 메인 블로그에는 기성 작품을 올리고, 트랙백으로 감상을 하고 있습니다. 문학하는 사람들의 블로그가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조만간 올블 같은 메타사이트 역할을 하는 공간이 생겨나야할 것 같습니다. 좀더 전문화되고 세분화 된 메타사이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게 IT든 문학이든 말이지요. 재작년 쯤인가? 출발한 문장 블로그도 같은 성격이었지만 타 계정의 블로거들을 집약시키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두서 없는 글이 되어버렸군요. 온라인 상에서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게 이렇게 반갑습니다. 특히 오늘은 "텍스트토리" 라든지 "텍스트스토리" 같은 도메인을 검색하고 다녔습니다. 지금은 쓸모가 없겠지만, 훗날에 필요할 것 같아서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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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와! 안녕하세요. 군복무중이라 인터넷을 자주 하지 못하고, 정보를 접할 기회도 여의치 않아서 사실 시장조사도 없이(문장과 같은 사이트가 있는지도 몰랐고, 문학을 다루는 블로그가 어느정도 규모로 존재하는지) 위의 글을 썼었습니다. 그러다가 며칠전에 휴가를 나왔다가 이올린에 저 글을 공개했던 것인데 이렇게 파이님이 답글을 남겨주시니 사뭇 뿌듯하고 설레입니다. 파이님 덕분에 문학공갈과 문장 사이트를 살펴볼 수 있었고, 역시 나보다 먼저 뜻을 세우고 실천해가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사실에 다행스러움과 동시에 아쉬움도 있었습니다.(하하)



    아직은 저의 생각이 가지런하게 정립되지 못하고, 상상력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거기에 군복무 기간이 아직도 6개월가량 남아 있어서 그 사이 또 어떤 변화들이 생길지 겁도 나구요. 하지만 파이님 덕분에 살짝 용기를 되살려 좀 더 고민을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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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나오신다면! 제 개인블로그에 오셔서 글을 남겨주세요. 문장 블로그도 사실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거든요. 문학공갈이라는 곳은 워낙 동인이라는 색깔을 많이 품은 곳이지만요. 언젠가 등장할 문학 메타사이트에서 멋진 모습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즉, 문학동인이나 개인들이 소통하는 사이트가 만들어질 것이라고요. 군생활 잘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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