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Flags Of Our Fathers 로 우리말로 정확히 의역하면 아버지들의 깃발이겠다. 처음에 '아버지의 깃발'이라고 해서 주인공이 되는 한 명의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원제를 보니 '아버지'가 아니라 '아버지들'이었고, 정확히는 바로 조상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 해병대가 이오지마 전투를 수행하던 때를 배경으로 우연히 정상에 깃발을 꽂았더 세명의 군인(6명, 3명은 죽음)의 영웅화가 그려지는 영화이다. 전쟁영화를 통해서 우리는 크게 세가지를 느끼곤 하는데 애국심과 전우애, 그리고 영웅주의가 그것일 것이다. 이 영화는 애국심을 고취시키지도 않았고, 전우애를 강하게 느끼기엔 감동이 없었다. 처음부터 말하고 싶었던 것은 미국이 고질병처럼 사로잡혀 있는 영웅주의였던것 같다. 미국이 만들어내는 미국인이 항상 바라는 '영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사실적인 내용을 통해 고발하면서 꼬집고 있는 셈이었다.
단지 깃발 하나를 꽂았다는 이유만으로 진정 국가와 전우를 위해 목숨을 바친 전우들을 대신하여 열렬한 환호와 은그릇 위에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호사를 누린다는 것은 어쩌면 세 젊은이들에게는 가혹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그것을 일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스필버그식의 사실적인 전투신과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낡은 흑백 사진처럼 녹아드는 드라마를 적절히 섞은 듯한 영화. 아버지의 깃발이었다.
2007년 2월 18일 일요일
아버지의 깃발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