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애 답지 않게 조용조용하고 생각이 깊어 보이는 아이들을 흔히 애늙은이라고들 한다. 남 앞에 나서기를 싫어하고 혼자서 생각하기를 좋아했던 내 어린 시절에도 적잖게 그 '애늙은이'라는 소리를 들었던것도 같다. 하지만 그 나이에 하는 생각이 삶에 대한 통찰력을 엿볼수 있는 그런 것은 아니었고, 그저 공상이나 슬픈 상상 따위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은희경의 「새의 선물」은 '진희'의 어린 시절을 통해 바라본 어른들의 이야기. 즉 삶에 대한 자화상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아이 답지 않은 성숙함과 통찰력으로 우물가를 중심으로 모여 사는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성격과 표정들을 스스럼 없이 들어내는 발칙함이 아주 재미나게 읽히는 소설이었다. 중간 중간 정말 아이의 시선일까 싶을정도로 어른의 사고 이상(전지적)을 느끼게 하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어디까지나 12살의 귀엽기만 할 그 나이에 '성장이 멈추어 버린'한 인간의 여인의 무뚝뚝한 표정은 뒤에 「마지막 춤의 나와 함께」에 다시 한번 모습을 보이는 '진희'와 전혀 다르지 않음에 놀라울 따름이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 살면서 계기가 되는 시절이나 순간이 있을 수 있다. 「새의 선물」에서는 열 두살이라는 나이가 그 경계가 되었던 것이고, 나 역시 열 여섯 그 겨울 이후 많은 것이 멈추거나 바뀌어 버린 것을 깨닫게 되는데 아주 다른 것 같지는 않았다. 특별히 내게는 그 해 그렇게 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나 자신에게 찾아올 '죽음'에 대한 거리를 한 참이나 끌어 당기지 않았던가 싶다. 그리고 비슷하게나마 나 역시 보여지는 나와 진짜 나를 구분짓는 방법을 깨달았던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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