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럽더라구요"
서점에서 처음 공지영의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을 들었을때 함께 따라왔던 후배가 했던 말이다. 그 말 한마디 때문에 애써 피해왔던 책이기도 했는데, 그래도 내심 공지영의 여러 소설들을 두서없이 읽어냈던 내 노력에 서운함을 남기지 않으려고 빨간것이 예뻐 보이는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
우선 낯설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공지영의 초기작 「동트는 새벽」이나 「고등어」,「봉순이 언니」를 최근에야 읽었던 나로서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을 읽었음에도 '사랑'이라는 주제와 '한일문제'라는 사회적인 쟁점, 그녀 답지 않게 해피앤드로 이어지는 결말이 어쩐지 그녀 답지 않음으로 느껴졌던것 같고, 아마도 이것이 후배의 실망감을 내게도 전하는 것 같았다.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소설로 이미 국내에도 많은 팬들을 둔 츠지 히토나리의 제안으로 쓰게 되었다는 이 소설은 그의 작품과 비슷한 컨셉트로 두 소설가가 사랑하는 남녀의 입장에서 한일간의 문제를 풀어보자는 의도를 가지고 시작되었다. 덕분에 책도 빨간색의 공지영의 것과 파란색의 츠지의 것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아직 빨간책(?)밖에 읽지 못했다.)
공지영이 후기에서도 남겼지만 이 소설을 쓰기까지 적잖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한일간의 문제라는게 어제 오늘의 문제도 아니고, 소설 한 권으로 풀어질 만큼 어설픈 관계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랑'이라는 주제 아래 국가간의 묵은 감정을 풀어보고자 했던 노력은 진심어린 것이라고 생각된다. 요즘 서점에 가보면 일본 작가들의 베스트 소설들이 적잖게 보이는데 그것을 그대로 읽어대는 일보다는 그들 작품 속에 우리의 생각과 정서를 녹여낸다면 그것 역시 새로운 시도이기도 하고, 정말 뜻하지 않은 기대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교집합을 마련할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공지영이라는 그 이름만을 두고,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이라는 빨간 책 한 권만을 앞에 두고 몇 자 적어보자면 기대를 가지기엔 그저 이름뿐인 소설이 아니었나 싶었다. 특히 일본에 대한 감정이 개인적인 것에서 국가적인 것으로 확대되는 모습이 조립식 건물마냥 뚝딱 설계되어 지어지는 듯한 느낌이었고, 해피앤드로 가는 과정이 지나치게 생략적이지 않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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