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월드컵 이후 단순한 피파랭킹 하락보다 한 경기, 경기를 치루는 모습에서 한국축구의 갑갑증이 커져 간다.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일취월장한 것만은 확실한데 경기장에 들어선 그들은 어찌나 작아 보이는지. 이번 아시안컵은 이런 내 불안함을 증명이라도 하듯 매 경기 조악스러운 경기력을 보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어떤 기자가 베어백 감독은 무장과 지장, 덕장을 모두 이길 수 있는 천운을 탄 덕장일 수 있다라는 웃지못할 기사를 썼는데 때문인지 8할은 운으로 4강까지 올랐다. 하지만 덕장을 이기는 덕장이 있었으니, 이라크 감독의 까무라치는 감격이란!
결국 한국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일본과 3,4위전에서 맞붙게 되었다. 참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결승에서 붙길 바랬던 두 팀이 꼴 좋게 다음 아시안컵 직행 티켓을 놓고 치졸한 싸움을 하게 생겼으니 말이다. 그런데 더욱 가슴을 때리는건 이 경기가 단순한 순위 결정전이 아닌 한일전이라는데 있다.
한일전이 무언가?! 민족적인 자존심까지 내걸면서 필승을 요구할 수 밖에 없는 경기가 바로 한일전이 아닌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예전만큼의 투지와 애국심을 사그라졌다 해도 쉽게 물러설 수 없는 한판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참고, 뜨거워진 가슴을 식혀놓고 도로 생각해보면 이제와서 한일전이 무에 그리 중요할까 싶다. 승리는 일본전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차라리 지난 바레인전에서 통쾌한 승리를 거두었더라면, 사우디와의 첫 경기를 승리했더라면 우린 이미 결승에서 사우디를 기다리고 있었을 수도 있었다. 마치 아시안컵 우승 실패에 대한 보상을 일본에게서 받으려고 하는것 같다.
최근에 수원과 서울이 각각 첼시와 맨체스터와 같은 빅리그의 클럽과 경기를 가졌고, 확실한 수준의 차이를 보이며 패배를 경험했다. 하지만 팬들은 즐거워했고, 게임은 재밌었다. 하지만 유럽의 어느팀과도 자신있게 붙을수 있을것만 같았던 국가대표팀은 아시아의 한 수 아래라는 팀들과 졸전의 졸전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가 너무나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클럽의 수준이 아직 미천한데 국가대표의 수준은 마치 별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는 토요일 일본과의 마지막 경기. 자연스러운 마음으로야 우리가 이겼으면 하고 바라겠지만 왠지 패배가 더 나은 미래를 그려주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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