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드라마를 좋아하는것 같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TV드라마도 모잘라 미국과 일본등의 일본 드라마를 다운받아 출근길마다 그 작은 기계덩이에 눈을 박고 본다.
어제는 아시안컵 3-4위전이 있었고, 우습게도 일본이 상대가 되었다. 한일전은 그저 게임이 아니라 드라마와 같았다. 경기에 지면 지는데로 이기면 이기는데로 한편의 각본없는 드라마가 되곤 했고, 그렇게 우리는 열광하거나 슬퍼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어제의 경기는 절망에 빠진 한국축구에 그래도 투혼이라는 주제를 다시금 불러일으키는 멋진 드라마를 보여주고 끝났다. 주변에 또래의 여자애들은 이 경기를 정말 조마조마해 하며 본 것 같다. 감동을 단단히 받은듯 했다. 물론 멋진 투지를 보여준 경기였고, 승리를 위해 뛰었던 선수들을 나무랄 마음은 없다. 적어도 이 한 게임만을 두고서는 말이다. 다만, 아시안컵에서 보여준 전체적인 모습이랄까? 감독의 자질이랄까? 그런것들이 너무나 답답했고 그 연장선에서 따로 떼어놓고 보기 힘든 한일전을 그저 감동적인 드라마로만 평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언제까지나 투지만 가지고 축구를 할수는 없지 않은가.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최후에 최후에 투지로써 경기를 승리로 이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스포츠일 수 있지 않을까. 경기력과 전술이 실종된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이 가질 수 있는게 투지뿐이었다면 마냥 박수만을 보낼수는 없을것 같다.
다음의 한일전은 드라마이지 않길 바란다. 누구든 확실한 경기력과 전술력으로 상대를 누르고, 승리하는 기쁨을 가져가길 바란다. 기왕이면 그것이 한국이길 바라겠지만 일본이라도 상관은 없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자웅을 겨루는 라이벌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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