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1일 토요일
문학애호가가 왠 말인가!
내가 졸업한 국문과에서도 3학년들을 주축으로 학술답사를 다녀오곤 하는데 현대문학반의 답사가 '문학기행'과 비슷했다. 작가의 생가를 찾아가고,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찾아가 작품을 다시 느껴보는 기회를 가지는 것. 시와 소설 밖에서 다시금 작가를 읽게 되는 소중한 경험이 학술답사와 문학기행이라고 불리우는 이 여행의 목적일 것이다.
이러한 여행이 최근 유명 온라인 서점과 기업 등의 후원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는 환영한다. 그런데 이를 취재하는 기자의 '문학애호가'라는 단어에서 알 수 없는 씁쓸함이 느껴졌다.
요즘의 사람들이 독서를 귀찮아하고, 재미있고 흥미 있는것에만 눈과 마음을 열어두는 것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글을 읽는 다는 것이 특별한 취미와 관심을 가져야만 누릴 수 있는 사치가 되어버린 것 같아 마음이 답답하다.
나 역시 책읽기를 부지런히 한다고는 말 못하겠으나 언제라도 찾아 읽고 느낄 수 있는 것이 문학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래서였을까 애호가라는 호칭은 지금보다 더욱 책읽기가 어려워지는 시절에나 붙여졌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2007년 8월 6일 월요일
낭만적 사랑과 사회 / 정이현
근래들어 이런 소설이 눈에 띤다. 기존의 남자와 여자를 나누고 한쪽을 지나치게 비교하고, 평가절하하고 우성화시키는 관념과 질서를 무너뜨리고 동등하게, 아니 동등함을 넘어서 때론 역전을 보이는 소설들. 특히 과거에 지나치리만치 억눌려 있던 여자이야기들이 보란듯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정이현에게서도 그런 모습이 넉넉하게 보이는것 같다. 남편이나 애인에게 눌리지 않고 거뜬하게 그들 위에서 존재하는 여성들을 한편 한편 그려내고 있다.
소설집 가운데 [문학과사회] 신인 문학상 수상작인 '낭만적 사랑과 사회'를 제외하면 한 눈에 읽히는 이야기는 좀처럼 없긴 하지만, '트렁크'나 '무궁화'는 제법 고정되어 있던 관념과 시선을 깨주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2007년 8월 3일 금요일
아름답지만, 아쉬운 논개 이야기
김별아의 논개는 모처럼 전설처럼 굳어버린 논개에 대한 애석한 마음을 쓸어 담은 소설이자. 증거이다.
그녀의 글에서 논개는 너무나 곧고, 깨끗하다. 세상에 어울리지 않을만큼. 오직 마지막 한 순간을 위해
살아가고, 살아남은 생명처럼 그렇게 불티같이 반짝이며 살아 숨쉰다.
그래서였을까. 논개를 그려내는 글자들 사이로 스며드는 가지글들이 참 아쉬웠다.
기왕의 소설이었다면 조금은 작가의 상상을 곁들여(이미 충분히 상상이리라 생각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줄거리들이 붙어 있었더라면 소설의 읽기가 좀처럼 따분하지는 않았지 않았을까 싶다.
기왕의 소설이었다면 논개의 의기앞에 사내의 눈물을 자극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충신이며, 의사며 온갖 위인들의 전기 속에서 논개는 어찌보면 밑바닥 인생의 종이자, 기생이고, 첩실일 뿐이었는데, 그녀의 소설속 삶이 태반이 거짓이고, 작위적이라 할지라도 남강에 기꺼이 뛰어든 기억만큼은 사실이기에 한번은 가슴을 뎁히며 읽어볼만한 소설이지 않았나 싶다.
2007년 4월 3일 화요일
웹문학기행(문학풍경)
디지털카메라와 시나 소설책 한권을 가지고 여행을 떠나보자. 하룻동안 다녀와도 좋고, 1박 2일이나, 그 이상의 긴 일정을 잡아도 좋을듯 하다. 남쪽 땅끝마을 해남과 강진도 좋다. 김영랑의 생가에서 그의 '돌담'에 오늘도 쏟아지고 있을 햇살을 맞으며 시를 노래하자.
대학시절, 내가 다니는 국문과에서는 답사라는 이름으로, 가까운 문창과에서는 문학기행이라는 이름으로 해마다 작가들의 생가와 흔적을 쫓아 여행을 다닌다. 그렇게 다녀온 흔적은 글과 녹취, 사진으로 만들어져 책이 되거나, 적당히 시디롬에 저장되어 교수님의 서람에 보관되곤 한다. 요즘에는 미니홈피나 블로그에도 일부가 올라오기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웹이라는 공간에서 구글맵을 펼쳐놓고, 김영랑을 검색했을 때 바로 남도의 끝자락 강진으로 포커스되어 그의 생각를 보여줄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의 웹2.0 트랜드를 따라 매쉬업 기술을 이용하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다. 국문과든 문창과든 일반인이든 문학을 사랑하고 작가들을 기억하는 문학도들의 노력이 소홀하지 않다면 컨텐츠는 풍부하리라 생각된다. 작각의 생가와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장소들을 둘러보고 사진과 동영상으로 저장될 수 있다면 웹안에 훌륭한 문학기행지도를 만들수 있지 않을까
2007년 1월 1일 월요일
디지털 문학 공동체
문학을 디지털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은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가장 수고스럽다는 점에서 오래되기도 했지만 아직도 완성되지 못했다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글과 책은 인류가 소유한 가치중 가장 최상의 것으로 인정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글이 가지는 쉬움(디지털로의 변환)때문에 가장 먼저 디지털 작업의 대상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이 가지는 매체적 영향력이 아직은 유효하므로 책(문학)은 완벽하게 디지털화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인류는 끊임없이 책의 디지털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웹을 통해서 서서히 그 결말을 기대할 수 있는 시기가 되어 가고 있는 시점이다.
당장에 이 글 역시 웹에서 '블로그'라는 매체적 시스템 속에 기록되고 있다. 책이나 종이가 아닌 상태로 작성되고 보존되고 배포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블로그'는 기존의 여타 홈페이지나 미니홈피 게시판과는 구조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다.
블로그는 마치 기자가 기사를 작성하여 세상에 공개하듯, 쓰기와 공개(배포)하기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구조를 가진다. 그래서 소설가나 시인으로 분류되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도 작가로서의 길(등단)이 확장되어 열리게 되는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 이미 유명 블로거의 내용을 고스란히 담은 책이 출판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착각만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든다. 몇해전만 해도 PC통신의 동호회나 인터넷의 여러 게시판을 통해서 창작된 아마추어 소설들이 '인터넷 소설'이라는 신 장르로 포장되어 속속 서점가에 등장했었다. 그것의 문학적 위치나 진정성 따위를 따지기 이전에 일단은 기존의 문단이 형성해 온 등단의 길이 온라인을 통해 확장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볼 수 있다. 여기에 [각주]스템의 구조적 변경을 통해서 사용자 중심의 웹을 구현하고, 무한정의 다수를 포섭하여 수익을 창출해내는 경제학적 관점으로 바라본 웹의 진화 상태.[/각주]웹2.0 가치에 어울릴만한 '블로그 등단'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춘문예나 이상문학상등과 같이 이미 그 위치나 지휘가 충분한 앞선 시대의 등단문이 건재하지만, 대다수의 개인에게는 다가서기 힘든 길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블로그는 누구라도 개설할 수 있으며, 누구라도 자신의 체험과 생각을 가지고 글을 쓰는 행동(포스팅)은 가능하다. 누구에게 강요된 것도 아니며, 스스로 등단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다만, 스스로의 창작적 욕구와 분출을 통해서 이끌어 낸 블로깅이 [각주]온라인상의 타인, 블로거[/각주]보이지 않는 손에 [각주]낚이다. 타인에 의해 의도하지 않게 자신의 콘텐츠가 공개되거나 유명해지는 현상을 나타내는 통신은어.[/각주]낚여 어느날 갑자기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양상은 전문적이거나, 유행을 타는 것이나, 재미를 추구하는 것 등 극히 일부에 치우쳐져 있다. 이는 마치 연예매니지먼트사에서 길거리에서 예쁘고 잘생긴 일반인을 캐스팅하는 것과 비슷하다. 공식적이거나 이에 준하는 형태 또는 공공의 장소가 없다.
메타블로그라는 것이 있다. 수 많은 블로그들을 개인이 일일이 찾아다니며 원하는 내용을 취득하는 것이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생겨난 시스템이다. 즉, 메타블로그에서 공통의 블로그들을 카테고리별로 묶어서 보여줌으로써 개개인에게 좀 더 편리하게 블로깅이 가능하도록 협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중에는 종합적으로 카테고리를 형성하는 메타블로그도 있고, 특화된 형태로도 존재한다. 이에 어울리게 문학만을 다루는 메타블로그가 있어야 하겠고 그것의 성격은 단순히 카테고리를 특화시킨 형태로 만족해서는 안되겠다. 문예진흥청에서 기획하고 제작하여 운영중인 문장[각주]http://www.munjang.or.kr/[/각주]은 이에 가장 근접한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다. 하지만 파이님의 "타 계정의 블로거들을 집약시키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습니다"라는 말씀처럼 아직은 문장내 블로그만을 통합하고 있어 자칫 네이버나 다음과 같이 폐쇄적인 형태로 자체 컨텐츠 확충만 고민할게 될 우려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문학 메타블로그는 첫째로, 다양한 블로그에서 문학(창작)물을 피드한다. 둘째, 피드된 문학을 자동으로 재 분류하여 소설과 시 등으로 정리한다. 셋째, 블로거들 간에 서로 평가(트렉백)를 가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넷째, 전문가 집단에 의한 비평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실제 신춘문예나 문학상에 후보로 올리거나) 다섯째,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공식적인 배포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한다.
여기에 조건이 하나 붙는다. 어느것이든 창작되는 것들에는 반드시 저작자가 있기 마련이고 여기에는 저작권이라는 권리가 생긴다. 하지만 저작권은 인터넷 안에서 공유라는 철학과 부딪친다. 논란의 여지는 있겠으나 이 시스템 안에서는 공개와 공유가 원칙적으로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따라서 하나의 포스트(글)가 또 다른 포스트와 연결되거나(연작 또는 또다른 장편의 글이 될 수 있다) 변형(이본의 발생) 전파(온라인 구비문학의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서로 다른 포스트간의 다양한 연결(링크)가 성립되어 하이퍼텍스트 문학의 형태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