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버지>>를 읽거나, 최근에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같은 소설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감정에 몰입하게 되고, 슬픔에 코 끝이 간지러워지는 생리를 거부하기 어렵다. 그런데 오늘 내가 읽기를 마친 책은 소설도 아니고, 수필이나 시도 아니다. <<순정만화>>같은 만화책도 아니다.
저자 김화영은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였고, 국내 최고의 문학상이라고 인정받고 있는 동인문학상의 심사위원으로 활동중이신 분이다. 몇 번 그런 방송이 있다는 사실만 들어 알고 있었는데 몇 해전 김화영 선생님이 사회로 해서 여러 시인, 소설가, 비평가, 교수, 기자 등을 매주 두명식 초청하여 이야기를 나눈 "TV문학관"이 1년 전쯤 책으로 나왔다. 그 책이 오늘 소개하는 <<한국 문학의 사생활>>이다.
내 경우에 헐렁하긴 했어도 4년이라는 시간을 국문학과에서 보낸 까닭으로 적잖게 여러 문인들과 작품들을 대충으로라도 보지 않을수 없었는데 실상 졸업 후에 남은 것은 없었다. 그게 참 쑥스럽고 민망한 일이었다. 무슨 변고가 있어서인지 나도 모르겠지만 군대에 와서 뜻밖에 여러 소설들과 작가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열댓권의 책 읽기를 쉬어가면서 선택한 것이 바로 <<한국 문학의 사생활>>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제목이 끌려서 잡은 것이었고, 읽기를 막 시작할때는 그림 하나 없이 글자만 빼곡히 들어 찬 것이 여간 읽히지 않기도 했는데, 간간히 내가 아는 작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하고, 김화영 선생님의 구수한 사회가 눈과 귀에 박히어 들어오는 것이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게 되었다.
<<한국 문학의 사생활>>은 앞서도 밝혔지만 김춘수, 고은, 신경숙, 김영하, 조경란, 이문열, 김광일 등 여러 문인들과 문학과 땔래야 땔 수 없는 사람들이 모여 정말 허심탄하게 당신네들의 문학적 소심함과 때론 대범함. 글쓰기 방법, 돈 벌이, 철학등을 김장김치를 버무리듯 감칠맛 나게 어우러 놓은 책이다.
TV방송을 통해 보지 못한것이 영 아쉽게 느껴지는데, 머릿말과 같이 마지막 김광일, 이문재 편을 읽기까지 사백여 페이지를 끝내는 것이 더 아쉽도록 코 끝이 쨍해졌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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