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전설을 아는가? 조선조 임꺽정이 황해도와 경기도 일대에서 난을 일으키던 그 혼란스러운 시대에 저 멀리 밀양땅에서는 아랑이라는 여인이 죽임을 당하고, 새로 부임한 부사들은 하나같이 하룻만에 죽어 나간다. 의기로운 선비 하나가 자청하여 밀양으로 내려가 원혼으로 나타난 아랑의 속사정을 듣고서 다음날로 바로 범인을 잡아내고, 아랑의 시신을 찾아 후히 장을 치루어주었다는 이야기. 아랑의 말따라 한 마리 나비가 되어 범인의 상투위에 앉을것이라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의 사건. 이 이야기가 아랑전설이다.
아랑전설은 민담이다. 그래서 전해지는 이야기도 제법 다양하다. 기본적인 사건 개요는 같으나 그 과정에서 축약되거나 부풀려진 것이 많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런 아랑전설을 가지고 김영하는 아주 색다른 실험을 시도했다. 처음 막연하게 이 책을 잡았다면 어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분명 책은 김영하의 장편소설이라고 칭하고 있는데, 김영하는 아주 드러내놓고 독자에게 함께 아랑전설을 소재로한 소설쓰기를 부탁한다. 1장부터 50장까지 이어지는 글쓰기 강의를 보는듯한 구성. 이 것이 '아랑은 왜'가 여느 소설과 다른 구성이다.
김영하는 아랑전설이라는 소재를 통해 작가가 어떤 식으로 소설을 엮어가는지(하나의 사건을 가지고 어떻게 허구를 구성하는지) 독자에게 일러준다는 것으로 가장하여(포장하여) 또 하나의 소설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즉, 독자까지를 소설속의 등장인물로 포섭하는 대담함을 보이고 있다. 아주 기가막힐 노릇 아닌가! 자신의 글판에 함부로 독자를 끌이다니! 역시 김영하로군! 하는 감탄사가 나왔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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