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난해하다 싶으면 작품 깊숙히 빠져들지 못하는 편이다. 은희경의 글쓰기가 아주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상속」이라는 소설집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읽기가 중단되거나 생각이 단절되는 경험을 겪어야 했다. 근래에 정신없음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은희경의 작중 인물이 내게 쉽게 동화되지 않아서이기도 할 것이다.
작가 은희경은 여자이지만, 작중 화자의 '나'는 시시때대로 '남자'가 되어 나타난다. 연속적이며, 낯설지 않은 풍경의 배경속에서 주인공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속에서 함께 공존하며, 때론 남자로 때론 여자로 변화무쌍하게 등장한다. 무미건조하며, 상투적인 면면들이 고스란히 들어나 보이기도 한다. 그 가운데 쉽게 시선을 피할 수 없게 만드는 냉소와 측은함이 함께 일어 오르기까지 한다.
소설집『상속』에는 '상속'과 더불어 여러편의 중단편들이 실려 있다. 중단편을 주로 다루는 김영하도 그렇지만 이런류의 소설집은 장편소설 한 두편으로 집어내기 어려운 작가적 글쓰기와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위에서 짧게 언급하기도 했지만 은희경의 건조하면서도 냉소적인 글쓰기를 읽어내기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작품마다 가지각색의 해설과 부연이 붙을 수 있겠지만 평론가가 아닌 이상 짧은 소개로 마친다. (솔직히 품평을 하기엔 읽기가 너무나 모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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