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니님의 글 "HTML의 구조적 한계"라는 글을 읽고 한동안 제가 고민하던 주제가 생각났습니다. 이 글은 후니님의 글에 대해서 반박이나 덧붙이는 글은 아니고, 후니님 덕분에 잠시 시들해졌던 고민의 덩어리를 새삼 꺼냈다고 할까요^^ 그런의미로 쓴 글입니다. 그저 두서 없이 적어봤습니다.우리가 사용하는 글이라는 것은 말을 옮겨 적어 놓은 것이며, 말은 머리속에서 색각하는 것을 소리로 내 뱉는 것입니다. 그리고 생각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성격과 태어나고 살아가는 환경, 사회 문화적인 여러 요소에 의해 반영되고 관계 맺어지면서 독특한 사고로 생성되는 것입니다. HTML은 '글쓰기'의 여러가지 방법중 하나이지 않은가 생각했습니다. 결국 우리가 사고하여 말할 것을 어딘가에 옮겨 적기 위한 방법으로 글을 택했고, 세기가 변하면서 파피루스, 양피지, 종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에 글을 싣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웹이라는 매체에 같은 작업을 하고 있죠.
HTML은 그래서 일종의 글쓰기 방법론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문법같은거죠. 영어와 한국어가 글자의 모양과 작성하는 방법이 다르듯이, 웹이라는 새로운 매체에서 표준화된 새로운 언어로 나온 것이 HTML이고 우리는 그 문법을 익혀서 '글을 쓰고 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처음 HTML을 배웠을때 가졌던 느낌이라는 것이 새로운 외국어를 배운다라는 느낌이었고, 그것이 참 쉽고 재미있다였습니다. 초중고 시절 영어는 물론이거니와 일본어와 한자등을 공부했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저는 어느것 하나도 제 것으로 만들지 못했습니다. 기본적인 의사소통 조차도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HTML을 처음 공부했을 때 걸린 시간은 고작 일주일에 불과했죠. 물론 HTML을 익혔다고 외국인과 의사소통까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브라우져에서 보여지는 문자는 결국 과거에 존재했고, 읽힐 수 있는 영어나 한국어니까요.
결국 HTML도 매체였습니다. 나중에 XML과 XHTML이 나오면서 이런 생각이 더 강해졌죠. 종이에 글을 쓸때 우린 연필과 샤프펜슬, 붓, 볼펜 등을 골라서 쓸 수 있죠. HTML은 그런거죠. 연필과 비슷하네요. XML이 쉽게 고칠 수 없는 볼펜과 비슷하구요. 결국 HTML은 우리의 생각을 시각화시켜주는 여러 '글쓰기' 도구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후니님은 서양의 체계적이고 구조화된 문법 시스템이 HTML에도 영향을 주었고, 우리의 정서(문학적인 은유, 비유, 반어법 등)와 글과는 잘 어울리지는 않지 않은가 하는 의문을 가지신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HTML의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글쓰기 요구가 웹표준화 바람에 휩쓸려 수많은 웹사이트를 평가하는 새로운 잣대가 되어 가고 있는 실정에 다소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계신것도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생각과 느낌인데 오해한 것이 있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저도 웹을 업으로 삼고 있고, 하는 일도 웹퍼블리싱입니다. 그렇다 보니 표준화된 HTML코딩에 상당히 신경을 쓰게 되었습니다. 최근의 작업에는 일부러라도 그렇게 진행하려고 알아주지도 않는 작업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일을 하는 것이 단지 유행을 따라가거나 제 스킬을 끌어올려 몸값을 올려보려는 수작은 아닙니다.
뭐랄까 관점이 다르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HTML이 한국이나 일본이 아닌 서양에서 발생된 까닭으로 그 문화의 글쓰기 정서나 시스템이 다분히 녹아 있고, 때문에 전통적인 동양의 글쓰기와는 많은 차이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 부분을 논의한 책과 논문도 있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이퍼텍스트문학과 관련된 자료가 제법 있죠. 그러니까 웹표준화의 고민을 문화적이고 정서적인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후니님의 고민과 걱정이 틀리지 않을것 같습니다. 다만 현재의 웹이 과도기적이고 표준화가 웹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업그래이드 시킬 수 있는 기술이자 기회라면 한국내의 한국어로 된 웹사이트라고 해도 HTML의 체계적이고 구조적이고자 하는 의지를 거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봅니다.
글쓰기적 관점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더 많이 고민해보고 정립해 보고 싶은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습니다. 아직은 공부가 부족해서 함부로 떠들수도(포스팅) 없고, 주장 따위를 할 수도 없지만 새삼 의욕을 복돋게 되는군요. 후니님께 감사드려야겠네요^^
제 글은 HTML을 콘텐츠 구조화의 측면에서 바로 보고 작성했답니다. 물론 의도랑 빗난간 점이 없진 않죠~ :)
답글삭제현재로써 웹용 텍스트 기반 콘텐츠를 구조화하기 위해선 HTML만 사용할 수 있는데, 이 녀석의 구조가 지극히 제한적이다고 말하고 싶었답니다. 다양한 텍스트 콘텐츠를 커버할 수 없으면서, 최근에 웹표준이나 웹접근성이라는 껍데기로 여기저기 자로 재는 점이 안타까웠답니다.
좋은 글 갑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