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문학연구「소설가에 의한 소설, 소설가의 존재방식에 대한 탐색」.p77
글이란 그것을 쓴 사람의 의도와는 달리 자기 나름의 존재 의의를 가진다는 것, 소설이란 이 점마저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 구보의 소설에 대한 생각이다. 이는 물건이 그것을 만든 사람의 손을 떠나는 순간 이미 주인과는 아무 상관 없는 것으로 되는 이치와 똑같다. 이는 마치 예술을 그 자체로 단독적인 물신의 위치로 격상시킨 헤겔 이후의 예술철학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소설은 객체화되는 물건이지만 그것을 만든 사람의 의도와 수용하는 사람의 입장이 뒤바뀐다는 사정까지도 드러내야 한다는 점은 구보가 가진 생각의 독창성이다. 그만큼 소설에는 만든 사람의 고통까지도 드러나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소설은 소설가의 전부를 드러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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