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든 타의든 한 권의 책 읽기가 끝나면 감정이 채 식기전에 글을 남겨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키보드에 손가락들을 정렬했을 때 수 초안으로 시작이 되지 않으면 그것이 더욱 나를 시달리게 하곤 한다. 지금이 그렇다.
김영하의 소설이라면 두 편의 영화산문집과, 한 편의 소설집을 제외하고는 모두 읽어버렸는데 아직도 그에 대한 깊이를 나는 섶불리 끄집어 낼수가 없다. 내 읽기의 눈이 아직 그 정도일것이기 때문이겠지만, 소설가의 상상력에 대한 독자의 수준이 너무 낮아 참으로 부끄러울 따름이다.
특히나 오늘 읽기를 마친 「검은 꽃」은 며칠전 읽기를 시작한 순간부터 단지 며 분이 채 지나지 않은 조금 전까지 황망한 마음을 거둘 여유가 없이 외롭고, 쓸쓸해지게 만들었다. 대한제국 시절 멕시코 이민세대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라지만, 정작 그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보다는 작가만큼이나 떨어져 읽어내리고 있는 나, 독자의 시각이 매마르고, 너무 갇혀 있었지 않나 하는 충격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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