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서 네모안에 자신이 생각하는 파이어폭스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었다.
나는 늦게 도착해서 그 커다란 판대기는 주어지지 않았지만, '소개팅'이라는 정의를 내리며 짧게 발표를 했다.
파이어폭스는 익스플로어나 사파리(윈도우용이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OS X에 기본 브라우저니까)와 달리 운영체제에 존속적이지 않기 때문에 대게는 누군가의 소개로 처음 접하게 된다. 이름도 몰랐고, 생김도 낯선 브라우저를 선듯 설치하고 실행시킬때의 느낌은 언제나 두근거림과 두려움이 뒤섞인채 다가온다. 그건 마치 소개팅을 나갈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이 사람은 예쁘까? 성격은? 음식은 가릴까? 건강할까? 말은 잘하나? 나와 잘 어울릴까? 키가 너무 크면 어떻하지? 씀씀이가 헤픈건 아닐까... 반면에 좋은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나도 이제 연애를 할 수 있구나. 거리에서 당당하게 애인의 손을 잡고 걸어볼 수 있겠구나. 사랑한다는 말도 할 수 있겠지. 항상 옆에서 볼 수 있을거야. 와 같은 상상도 할 수 있고, 결과가 좋다면 정말 그럴 수 있다.
나에게 파이어폭스는 소개팅이다.
내 경우에는 소개보다는 인터넷 공부를 처음 시작하던 고교 시절에 모자익과 넷스케이프사의 커뮤니케이터(네비게이터)를 알게 되었고 그 인연은 모질라 프로젝트와 피닉스의 탄생, 그리고 지금의 파이어폭스까지 이어져 왔다. 한 때 커뮤니케이터를 기본 브라우저로 잠시 사용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윈도우 98에서 ME, XP로 넘어가면서 IE가 5에서 6으로 바뀌면서 세상은, 온통 IE라는 한명의 여인만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더이상의 설레임도 없고, 그저 여왕개미의 일개미가 되어버린듯한 세상.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나는 예전의 풋풋한 설레임이 그리워졌고 베타 딱지를 떼어버린 파이어폭스를 기본 브라우저로 선택하는 과감성을 보였다. 여왕개미가 사는 개미굴에서 독립한 순간 나는 두려웠지만, 나만의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설레임은 더 큰 쾌감을 가져다 주었다. 그녀는 내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알려 주었고 지금 이순간 내가 무엇을 공부하고 시작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여왕개미의 품 속에서 꿈도 희망도 잊고 지냈던 순간들이 너무나 아깝고 후회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파이어폭스는 단순한 브라우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파이어폭스에는 웹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이 내포되어 있고, 그 철학은 순수한 웹월드를 창조하고자 하며, 순수한 웹월드에서는 모든 인간이 창의적이며 평등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내가 하고 있는 일 속에서도 파이어폭스는 내 작업의 문제점들을 세심하게 일러주며, 나는 그것을 깨치며 고쳐간다. 그렇게 나는 다시 배우고 발전할 수 있고, 새로운 것을 기획하거나 개발하거나 창조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은 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공유가 되며, 나눔이 된다. 웹은 그렇게 얽히며, 발전하며 창조된다. 그 중심에 파이어폭스가 있다. 익스플로어가 앞에서 달려가거나 뒤에서 지휘를 하는 입장이었다면 파이어폭스는 항상 가운데어서 모두를 포함하거나 수용하거나 지켜본다. 일부러 차별을 두거나 소외시키고자 하지 않는다.
파이어폭스는 완벽하지는 않다. 익스플로어가 완벽하고자 욕심을 부렸다면 파이어폭스는 스스로를 낮추고 부족해짐으로써 더욱더 완벽해지고 있다. 최초의 웹이 그러했듯이 웹은 가장 보편적인 나눔과 배품의 철학으로부터 완벽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파이어폭스는 예수의 그 현신인듯 세상에 드러나 웹월드를 깨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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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삭제2007/12/16 - [나의/일상] - KoMoCo 연말 모임에 다녀왔다능...은 모임이 끝나고 집에 와서 얼른 썼기 때문에 세세한 이야기들을 쓰진 않았다. 참석자들의 글이 올라왔는지 확인해보려고 검색 했더니 봄눈s님의 파이어폭스는 내게 [ ] 이다가 올라와 있었다. 사실 저 프로그램[footnote]내게 firefox는 ________ 이다 라고 인쇄된 하드보드지 위에 자신에게 해당되는 단어를 쓰고 설명하는 프로그램[/footnote]에서 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