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의 위기, 소설의 종말과 인문학의 위기, 오존층의 파괴, 이상 기후, 핵실험...
우리는 너무나 큰 '위기'에 처한 인류다. 당장이라도 지구가 멸망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세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평화롭다.
지난 밤 늦게까지 의미없는 웹서핑에 시간을 보내고, 적당히 늦잠을 자주고,
오후께 잠시 어머니의 일을 도운 후에 해가 질 무렵, 춥지 않을 옷들을 걸치고
축구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걸음을 재촉할 것이다. 복귀를 이틀 남짓 남겨놓고
나 역시 그렇게 평화롭다.
어느새 살며시 추위가 느껴지는 계절이 왔다. 더운 것은 그럭저럭 견디었지만 다시 그 추위를 견딜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오금이 시려져 오는 것 같다. 그 사이 해는 바뀔테고, 나이는 또 한살을 견디지 못하고 쌓일테지.
눈 쌓이듯. 1년여간의 좋고 나빴던 것들, 가볍고 힘들었던 것들 모두를 그렇게 희게 덮어가며, 쌓일테지.
그렇게 내 나이 스물일곱, 한 권의 추억을 담은 기억을 덮자.
2006년 10월 14일 그렇게 덮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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