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시험이 끝나는 주의 금요일이었기 때문에 그저 마음이 싱숭생수하여 새벽 늦게까지 싸이질을 해댔다. 그 사이 사이 블로깅도 하고 위키 서핑도 했다. 인터넷 신문을 구독하다가 MSN으로 채팅도 잠시 하다가 잠이 들었다.
뭔가 자연스러운 시간 축내기의 모습일진데 어딘가 손가락 끝마디 하나를 찌르는게 걸리지 않는가?
블로그와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블로그 논쟁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뜨거운 감자중의 하나였다. 여기저기 블로거들과 비블로거들 사이의 논쟁은 지리하리만치 이어졌었던것 같다. 뭐- 나는 그 얘길 이어하자는건 아니고. 용어에 대한 이야기르 짧게 해보고자 한다.
흔히 인터넷을 정보를 찾아 검색하고, 돌아다니는 행위를 '웹 서핑'이라고 한다. 인터넷을 통해 둘 또는 다수가 동시에 접속해서 대화를 나누는 행위를 '채팅'이라고 한다. 블로거들이 블로그에 새로운 엔트리(글)을 만들어 올리거나, 다른 블로그에서 스크랩을 해오는 행위들을 '블로깅'이라고 한다. 그런데 싸이월드의 미니홈피에 접속해서 방명록에 글을 남기고, 사진을 올리고, 타인의 홈피에서 좋은 글과 사진을 스크랩해 오는 행위를 우리는 '싸이질'이라고 한다.
'블로깅'과 '싸이질'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반응은 어떠할까? 이게 내 생각의 의문부호다.
컴퓨터를 통한 작업을 전문적으로 '컴퓨팅'이라고 하며, 각지의 네트워크가 연결된 상태로 정보가 흐르고 있다면 이를 '네트워킹', 심지어 불법적인 형태의 네트워크 공격을 가리키는 용어로도 '해킹'이 쓰인다. 이러한 용어들은 학술적이거나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용어에 '-ing'라는 비교적 단순하고 명확한 접미사를 통해 만들어진다. 진행형의 의미로 객관적인 서술의 용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싸이질'은 이와 사뭇 다르다. 그 행위와 양태는 '블로깅'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싸이질'은 '-ing'가 붙을 수 없는 불편함을 우선적으로 가지게 되었다. 그건 아마도 '싸이월드 미니홈피'라는 원제의 문제이기도 하겠다. 어느 단어에도 '-ing'를 붙여 행위과정을 나타내는 신조어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싸잉','홈핑'... 어딘가 어색하기 그지없다. 그러한 연유로 미니홈피의 경우 우리말 접사 '-질'이 붙었다고 오해를 풀더라도 '블로깅'과 '싸이질'이라는 용어의 차이가 가져다 주는 우리들의 느낌과 반응은 사뭇 다를수밖에 없게 된다.
접사 '-질'의 사전적 의미를 먼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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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11<br>
「접사」①『도구를 나타내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 도구를 가지고 하는 일'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가위질/걸레질/망치질/부채질. ②『신체 부위를 나타내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 신체 부위를 이용한 어떤 행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곁눈질/손가락질/입질/주먹질. <u>③『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런 일' 또는 '그런 행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담금질/도둑질/발길질/선생질/순사질/싸움질. </u>④『물질을 나타내는 몇몇 명사 뒤에 붙어』 '그것을 가지고 하는 일' 또는 '그것과 관계된 일'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물질/불질/풀질/흙질. ⑤『몇몇 의성어 또는 어근 뒤에 붙어』 '그런 소리를 내는 행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딸꾹질/뚝딱질/수군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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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사」①『도구를 나타내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 도구를 가지고 하는 일'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가위질/걸레질/망치질/부채질. ②『신체 부위를 나타내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 신체 부위를 이용한 어떤 행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곁눈질/손가락질/입질/주먹질. <u>③『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런 일' 또는 '그런 행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담금질/도둑질/발길질/선생질/순사질/싸움질. </u>④『물질을 나타내는 몇몇 명사 뒤에 붙어』 '그것을 가지고 하는 일' 또는 '그것과 관계된 일'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물질/불질/풀질/흙질. ⑤『몇몇 의성어 또는 어근 뒤에 붙어』 '그런 소리를 내는 행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딸꾹질/뚝딱질/수군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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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을 통해서 '-질'의 의미를 살펴보면 '③『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런 일' 또는 '그런 행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담금질/도둑질/발길질/선생질/순사질/싸움질.'가 싸이-질의 '-질'과 같은 의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사용되는 국어용법에서의 '-질'은 그 의미가 저속하다는 것이다. 사전에서 얘를 들고 있는 '선생질'의 경우도 명사 '선생'은 분명 존경받을만한 위치의 존재이다. 그런데 '-질'이 붙음으로써 그 존경의 대상은 땅바닥에 고꾸라지고 만다. 즉, 접사 '-질'은 대부분의 경우 앞의 꾸밈이 되는 명사(대상)의 지위를 하락시키는 역활을 하게 된다.
정리하면, '싸이질'을 하고 있는 우리는, 그리고 '싸이질을 한다'라고 말하고 있는 우리는 스스로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좋은일이 아니라고 암암리에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경우 신조어로 만들어진 '싸이질'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인용하거나 재사용하는 것일수도 있으나 그런 와중에도 누구하나 '싸이질'이라는 용어에 대한 불만이나 사용제한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것을 본적이 없다. 심지어 싸이월드 안에서도 그러한 문제를 겉으로 표출한적이 없는듯 하다. (이는 아마도 '싸이질'이라는 신조어 자체가 싸이월드 붐을 일으키고 있는 지표로 인정되므로 묵인하거나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고 보인다.)
괜한 트집일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싸이질'이라는 신조어가 가지는 의미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중독성 높은 미니홈피 활동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질'에 열광하면서 용어가 가지고 있는 내적 의미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즉, '싸이질'은 나쁘지만 할 수 밖에 없다에서 점차 '-질'도 나쁘지만은 않다라는 정당성을 회복해 가는 과정에 놓일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초중고 학생들이 존경의 대상인 선생님을 향해 '선생질'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떠들수 있는 상황이나 다르지 않게 되는 것이다. 부정적 의미의 정당화. 이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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