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이혜진(2006.10.12)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를 보고 책과 같은 느낌으로 감상을 적기란 쉽지 않다.
단지 소설에서 모티브만 가져온 것이라면 감독의 철학을 엿볼수도 있겠지만 본 작품은 원작의 내용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책과 마찬가지의 질문을 내 던지고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소설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던 작은 감정들을 영화에서는 쉽게 읽어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나 이런 멜로나 드라마류의 영화를 보고 있을 땐 작은 감정들이 점점이 모여 클라이막스에 이르러 한 덩어리로 울컥하는 그 맛이 일어나는데 책에서만큼 일어나지 않는 것은 단지 내용을 알고 본다는 것과는 다르지 않나 싶다.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면 책을 봤든 안 봤든 관객을 똑같이 평등하게 울릴 수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공지영의 최근작이 기대 이하라는 소리를 들으며 극장을 찾았지만, 적어도 이 작품은 나름 감동있게 읽었고, 오랜만에 내게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해준 것이었기에 그만큼의 기대를 해도 좋다는 허락을 안고서 묵묵히 지켜본 영화다.
이 계절 잡아줄 손가락이 있는 남자와 여자에게는 제법 행복한 두시간이 될 수 있겠지만 공지영이 다만 사랑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서 썼던 작품이 아니었기에 감독 역시 사랑해 라는 이나영의 목 메인 목소리보다는 끊어지는 남자의 숨결을 차라리 들려주며 우리를 울게 해 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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