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생선중 하나가 고등어다.
백자반이 되어 소금에 절여 있는 고등어. 하지만 그것이 살아 있을 적에, 그러니까 예전에는
푸른 바다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던 놈이었을 것이다. 푸른 등을 가지고, 해면을 뚫고 쏟아지는 햇볕을 받으면서
떼를 이루며 헤엄쳤을 것이다. 그것은 뜨거움이었을 것이며, 희망이었을지도 모른다.
소설 「고등어」는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다. 그리고 불륜이다. 덕분에 3명의 여자가 추가로 등장한다.
다시 말해 한 남자와 그의 사연에 얽힌 네명의 여자가 등장한다. 옛 애인과 현재 애인, 한번의 결혼을 통한 이혼한 부인과 하나뿐인 딸.
소설은 옛 애인 노은림의 유고 일기로부터 시작해서 남자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미끄러져 나간다.
단순히 불륜을 다루고 있는 소설일수도 있다. 하지만 공지영은 등이 푸르던- 바다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던 고등어를 떠올리며 백자반이 되어버린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거울에 비추듯 그려내고 있다.
어쩌면 80년대를 살았던 세대들에게 더욱 깊은 의미를 가져다 줄지 모르는 책일지 모르겠다.
흔히 민주화운동 세대라고 불리우는 당시의 20대들. 그들에게 있어서 사랑은 투쟁 다음의 것이었을지 모른다. 혹은 수단이나 도구, 또는 부수적인 것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것 역시 뜨거움을 달래는 중요한 것이었음을 뒤늦세 후회하기도 한다.
시대와 시대적 사상, 그리고 사랑이 서로 맞물려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포기되거나 실종되는 이야기.
그럼에도 희망을 놓지 않으려고 했던 주인공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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