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31일 일요일

내 도메인의 가치?!

내가 애지중지 아끼면서 지켜온 pageoff.net의 도메인적 가치가 4,860,864원이란다.
실제 매매가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아쉽다!

2006년 12월 22일 금요일

「한국 문학의 사생활」/ 김화영

소설 <<아버지>>를 읽거나, 최근에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같은 소설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감정에 몰입하게 되고, 슬픔에 코 끝이 간지러워지는 생리를 거부하기 어렵다. 그런데 오늘 내가 읽기를 마친 책은 소설도 아니고, 수필이나 시도 아니다. <<순정만화>>같은 만화책도 아니다.

저자 김화영은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였고, 국내 최고의 문학상이라고 인정받고 있는 동인문학상의 심사위원으로 활동중이신 분이다. 몇 번 그런 방송이 있다는 사실만 들어 알고 있었는데 몇 해전 김화영 선생님이 사회로 해서 여러 시인, 소설가, 비평가, 교수, 기자 등을 매주 두명식 초청하여 이야기를 나눈 "TV문학관"이 1년 전쯤 책으로 나왔다. 그 책이 오늘 소개하는 <<한국 문학의 사생활>>이다.

내 경우에 헐렁하긴 했어도 4년이라는 시간을 국문학과에서 보낸 까닭으로 적잖게 여러 문인들과 작품들을 대충으로라도 보지 않을수 없었는데 실상 졸업 후에 남은 것은 없었다. 그게 참 쑥스럽고 민망한 일이었다. 무슨 변고가 있어서인지 나도 모르겠지만 군대에 와서 뜻밖에 여러 소설들과 작가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열댓권의 책 읽기를 쉬어가면서 선택한 것이 바로 <<한국 문학의 사생활>>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제목이 끌려서 잡은 것이었고, 읽기를 막 시작할때는 그림 하나 없이 글자만 빼곡히 들어 찬 것이 여간 읽히지 않기도 했는데, 간간히 내가 아는 작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하고, 김화영 선생님의 구수한 사회가 눈과 귀에 박히어 들어오는 것이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게 되었다.

<<한국 문학의 사생활>>은 앞서도 밝혔지만 김춘수, 고은, 신경숙, 김영하, 조경란, 이문열, 김광일 등 여러 문인들과 문학과 땔래야 땔 수 없는 사람들이 모여 정말 허심탄하게 당신네들의 문학적 소심함과 때론 대범함. 글쓰기 방법, 돈 벌이, 철학등을 김장김치를 버무리듯 감칠맛 나게 어우러 놓은 책이다.

TV방송을 통해 보지 못한것이 영 아쉽게 느껴지는데, 머릿말과 같이 마지막 김광일, 이문재 편을 읽기까지 사백여 페이지를 끝내는 것이 더 아쉽도록 코 끝이 쨍해졌음이다.

벼락

햇살이 벼락처럼 떨어지는 날이 있다.
아찔함에 질려버려 악-소리도 내지 못하고 황홀해지는 날이 있다.

너무나 따스하고,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내 사랑아- 하고 목이 메여오는 그 소리를 뱉어 내지도 못하는 날이 있다.

부르르 떨려오는 심장소리에 귀가 멍멍해져서
뜨겁게 끓어오르는 혈관의 꿈틀거림을 진동으로 느끼는 날이 있다.

그렇게-
하늘은 푸르게 열리고, 바람이 사방으로 고요해지는 날이 있다.

세상에-
숲이 부대끼는 소리와, 강물의 차갑게 깨어지는 소리, 허공의 외롭게 날개 부딪치는 소리만 들리는 날이 있다.

투명한-
망막의 그 깊은 침묵 속으로 벼락이 찢고 들어와 나를 죽이는 날이 이었다.

2006년 12월 15일 금요일

원하는 페이지만 판매합니다.

인터넷이든 오프라인 서점이든 수 많은 책과 잡지들이 진열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정작 찾거나 읽어야 하는 종류는 아주 작은 부분일 것이다. 한 권의 마음에 드는 책을 찾았더라도 그 중에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불과 십여쪽에 불과할 수도 있으며, 불과 몊 쪽만이 내가 읽고 싶거나 인용하고 싶은 부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불과 몇 쪽을 위해 만원이라는 돈을 써야 하며, 혹여라도 두 권 이상이 되면 불필요한 과소비를 범하기 일쑤다.

이러면 어떨까?

나는 오늘 페이지마켓(가칭)에 접속한다. '하이퍼텍스트 문학'에 대한 논문을 쓰기 위해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 위해서 왔다. 검색을 해보니 여러권의 단행본과 수십여편의 논문이 나온다. 그리고 여러권에 걸친 잡지도 나왔다.  하지만 이 모든 자료를 다 구매하기에는 가격이 너무 만만치 않다. 그래서 본문 검색을 통해 내가 특별히 원하는 부분을 찾았다. 검색된 쪽들을 차례로 바구니에 담았다. 결재 버튼을 눌렀다. 대략 70여쪽이 선택되었고, 쪽마다 가격이 차등적이긴 했지만 만원선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 이때 디지털 문서로 저장받기가 조금 더 저렴하고, 책의 형태로 제볻되어 배송되는 경우 약간의 비용이 추가로 붙게 되어 있다.

일종의 롱테일 비지니스가 아닐까 싶다. 음반시장에서는 종종 싱글앨범이라는 형태로 부담이 되는 완전한 앨범을 발표하기 전에 한두곡만을 엄선하여 싱글을 발표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그와 일면 비슷한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의 경우는 정보의 검색과 추출에 가깝다. 독자나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만을 쪽의 단위(사실 웹에서는 쪽의 범위가 없으므로, 문단이나 글자수로 제한될 수도 있을것이다)로 완결된 책으로 판매되는 경우에서 원치 않는 내용까지를 구매하는 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어 더 많은 독자와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을것으로 기대된다.

「웹2.0 경제학」

자꾸만 웹2.0에 대한 책 소개를 하게 되서 죄송합니다. 워낙 제 관심분야이다 보니 돈 아까운 줄 모르고 사서 읽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드릴(이젠 아주 북마스터인양 소개글이 되고 있습니다) 책은 웹2.0 경제학 이라는 책입니다. 병도에 가면 웹 경제학이라는 오래된 책이 있는데 그것과는 주제면인 웹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크게 다른 책입니다.
일단 일전에 소개해 드린 몇 권의 책들과 마찬가지로 웹2.0위에서 형성되고 있는 여러가지 현상이나 개념들을 이해하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선견지명의 책입니다.

구글이라는 기업을 한번쯤은 들어보셨을줄로 압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윈도우를 만든 회사라는 것은 새삼 확인할 필요도 없겠죠. 구글은 최근 몇년사이 MS의 턱 밑까지 치고 올라온 웹서비스 기업입니다. 구글검색이라는 기술로 알려져 있는데, 2~3기가의용량을 제공하는 지메일(GMAIL), 위성사진을 제공하는 구글어스와 구글맵, 데스크탑의 자료까지 검색해주는 구글 데스크탑 등 다양한 웹 서비스를 구현하고 제공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웹2.0을 이해하고, 연구하는데 있어 구글만큼 명확하게 기술과 현상을 설명해주고 있는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상당부분 구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저희 생활관에 경제학을 공부하는 후임병이 있는데, 제가 롱테일이 무엇인지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후임은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오히려 제 설명을 듣길 원했습니다. 롱테일은 이 책에서 다루는 또 하나의 개념인데, 웹2.0으로 다가와서 웹2.0으로 발전해 가면서 발생하기 시작한 신선하지만 새로운 것이 아닌 경제학적 용어입니다.

롱테일, 즉 긴꼬리라는 의미로 핵심 사업 몇개가 아닌 나머지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수많은 아이템들이 뭉쳐져 수익을 창출해낸다는 개념입니다. 80:20 법칙을 아실겁니다. 그것에 반대되는 개념이지요. 인터넷. 그것도 한 발 더 나아간 웹2.0에서 이 롱테일의 법칙이 먹혀들고 있다는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구글이 그것을 구현하고 있고, 실제로 엄청난 수익을 내며, MS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2006년 12월 8일 금요일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은희경

은희경이라는 이름을 알린 건 그녀의 첫 장편 <<새의 노래>>였다. 최근에 그녀의 작품을 여러편 읽고 있긴 하지만 정작 그녀를 세상에 알린 그 작품은 아직 손에 넣지 못했다. 어차피 읽기가 무작위로 작동되는 것이었기에 무심코 집은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가 <<새의 노래>>의 연장선상에 있었다는 것이 새삼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는 주인공 강진희의 이율 배반적인 사랑을 담고 있다. 셋이라는 숫자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균형잡힌 연애관을 가지고 있는 그녀로서 이혼한 남편과 가장 진실했던 사랑, 그리고 오랫동안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남자가 있다. 그리고 그녀에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친구 둘이 있어. 그녀를 포함해 셋이라는 공동체를 만들어낸다. 강진희가 일궈가는 사랑은 때론 아름답지만 일탈적이고, 불륜스럽다가도 애처롭기까지 하다. 그녀는 강한듯 하지만 소심한 성격이며, 현명한 듯 하지만 가장 바보스러운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도 같다. 은희경은 무얼 말해 주려고 강진희와 같은 여자를 만들어 냈을까? 그런 의문이 계속 들었지만 아직은 선명하게 떠오르는 답이 없는것 같다.

신문에 연재가 되었던 작품으로 마디가 짧아 호흡이 비교적 짧고, 전개가 수월한 편이다. 일각에서 독자를 의식해 지나치게 왜설스럽게 쓰지 않았느냐는 호된 목소리도 있었으나 강진희라는 인물이 빠져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자 역시 적지 않았다는 후기도 눈에 띤다.

2006년 12월 5일 화요일

「상속」/ 은희경

조금 난해하다 싶으면 작품 깊숙히 빠져들지 못하는 편이다. 은희경의 글쓰기가 아주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상속」이라는 소설집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읽기가 중단되거나 생각이 단절되는 경험을 겪어야 했다. 근래에 정신없음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은희경의 작중 인물이 내게 쉽게 동화되지 않아서이기도 할 것이다.
작가 은희경은 여자이지만, 작중 화자의 '나'는 시시때대로 '남자'가 되어 나타난다. 연속적이며, 낯설지 않은 풍경의 배경속에서 주인공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속에서 함께 공존하며, 때론 남자로 때론 여자로 변화무쌍하게 등장한다. 무미건조하며, 상투적인 면면들이 고스란히 들어나 보이기도 한다. 그 가운데 쉽게 시선을 피할 수 없게 만드는 냉소와 측은함이 함께 일어 오르기까지 한다.

소설집『상속』에는 '상속'과 더불어 여러편의 중단편들이 실려 있다. 중단편을 주로 다루는 김영하도 그렇지만 이런류의 소설집은 장편소설 한 두편으로 집어내기 어려운 작가적 글쓰기와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위에서 짧게 언급하기도 했지만 은희경의 건조하면서도 냉소적인 글쓰기를 읽어내기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작품마다 가지각색의 해설과 부연이 붙을 수 있겠지만 평론가가 아닌 이상 짧은 소개로 마친다. (솔직히 품평을 하기엔 읽기가 너무나 모잘랐다.)

2006년 12월 1일 금요일

「왜 아랑은」/ 김영하

아랑전설을 아는가? 조선조 임꺽정이 황해도와 경기도 일대에서 난을 일으키던 그 혼란스러운 시대에 저 멀리 밀양땅에서는 아랑이라는 여인이 죽임을 당하고, 새로 부임한 부사들은 하나같이 하룻만에 죽어 나간다. 의기로운 선비 하나가 자청하여 밀양으로 내려가 원혼으로 나타난 아랑의 속사정을 듣고서 다음날로 바로 범인을 잡아내고, 아랑의 시신을 찾아 후히 장을 치루어주었다는 이야기. 아랑의 말따라 한 마리 나비가 되어 범인의 상투위에 앉을것이라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의 사건. 이 이야기가 아랑전설이다.

아랑전설은 민담이다. 그래서 전해지는 이야기도 제법 다양하다. 기본적인 사건 개요는 같으나 그 과정에서 축약되거나 부풀려진 것이 많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런 아랑전설을 가지고 김영하는 아주 색다른 실험을 시도했다. 처음 막연하게 이 책을 잡았다면 어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분명 책은 김영하의 장편소설이라고 칭하고 있는데, 김영하는 아주 드러내놓고 독자에게 함께 아랑전설을 소재로한 소설쓰기를 부탁한다. 1장부터 50장까지 이어지는 글쓰기 강의를 보는듯한 구성. 이 것이 '아랑은 왜'가 여느 소설과 다른 구성이다.

김영하는 아랑전설이라는 소재를 통해 작가가 어떤 식으로 소설을 엮어가는지(하나의 사건을 가지고 어떻게 허구를 구성하는지) 독자에게 일러준다는 것으로 가장하여(포장하여) 또 하나의 소설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즉, 독자까지를 소설속의 등장인물로 포섭하는 대담함을 보이고 있다. 아주 기가막힐 노릇 아닌가! 자신의 글판에 함부로 독자를 끌이다니! 역시 김영하로군! 하는 감탄사가 나왔음은 물론이다.

「웹2.0 이노베이션」/ 오가와 히로시, 고토오 야스나리

최근들어 나는 웹2.0에 대한 관심이 꽤나 높아져 있다. 얼마전부터 부대 내에서도 인터넷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그 호화스러움에 나는 예스24에 접속해서 최근의 책들을 검색하던 중에 오가와 히로시와 고토오 야스나리가 공동 저작한 웹2.0 이노베이션이라는 책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근래들어 웹2.0과 관련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나로써는 두번째 책을 읽은 셈이다. 특이할 점은 책의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점인데, 과거에 몇 번의 경우에 일본인의 책을 번역한 책을 가지고 프로그래밍과 HTML/인터넷 등을 공부한 적이 있었다. 영어권 원서를 번역한 것보다 오역이 적을 뿐더러 문장이나 어휘의 사용이 무난한 것이 오히려 더 이해가 쉽고, 내 것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장점이 있었다. 그들도 영어권 원서를 번역하거나 영문 사이트를 분석해서 책을 내는 듯 한데 어째 우리보다는 항상 한 발 앞선듯 하고, 우린 두번이나 번역된 책을 다시 우리글로 번역해 놔야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아쉬운 마음이 들기는 하다.

웹2.0 이노베이션은 일종의 입문서와 같다. 제1장만을 읽은 후에도 웹2.0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나름 대답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능을 제공하며, 이후 장부터 웹2.0의 선구자격인 구글을 대표로 자국(일본)의 기업들을 예로 들어가며 웹2.0이 어떠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지, 어떻게 성공하고 있는지, 어떻게 발전해 갈 것인지를 조목 조목 작은 그림들로 그려주고 있다.(여기서 일본인 나름의 섬세함이 돋보인다! 우리나라의 그 억지스러운 두리뭉실함이 없다!!)
뭐랄까? 일본식 온천에 몸을 담그고 나온듯한(솔직히 우리나라 온천도 구경 못했다)개운함을 느끼게 해주었달까?

아이러니컬하게도 웹2.0과 상반되는 폐쇄적인 인트라넷 안에서 이런 웹2.0소개를 하는 것이 우습지만 앞으로 웹2.0과 관련한 서적들이 줄기차게 나오리라는 예상과 함께 그 선발대에 있는 몇 권의 책중 단연 추천하고자 하는 책이 바로 웹2.0 이노베이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