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31일 금요일

2004년 잘가라!!

송년회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해를 보내는 의미로 편집부가 모였다. 홍대로-.

이상하게 오늘 두개의 약속이 잡혀있었지만,
편집부가 먼저 계획되어 있었던것이라 아마도 강남쯤에서 모였을 다른 모임은 거절하고, 홍대로 갔다.

요 며칠 굉장히 추운 날씨가 계속되는데 홍대거리에 연말연시를 충분히 느끼게 해준것 같다.

뭐 아주 색다를건 없지만, 언제나 화끈하던 지혜가 장으로써 오늘은 조금 얌전하고 어딘가 허전한 마음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주차장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삼겹살을 먹고, 볼링을 치고, 포켓볼을 치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오뎅까지 먹었다. 종일 먹었더니 배만 부르고- ㅋ

가윤이 선호가 오지 못해서 좀 허전했지만, 성규가 특별히 같이 있어줘서 또 다른 재미도 있었던것 같다.

무석이가 오늘 처음 해본 볼링을 사기쳐서 어이없었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재미있었고, 포켓도 지혜가 신들린듯 쳐대서 재미있었다 ㅋ

2004년.. 정말 다사다난했던 한 해. 내게 있어서도 어느해보다 기억에 많이 남을 해였다. 즐거운일도 많았지만 힘든 날이 더욱 많았던 2004년... 새옹지마. 그 사자성어 네자가 꼭 맞기를 바라면서 2005년에는 내게도 행복이라는게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으면 좋겠다.

2004년 12월 25일 토요일

메리 크리스마스

방학하고 평소보단 두시간쯤 일찍 잠에서 깨고,
오후 약속 시간을 위해 오전에는 어머니께 시간을 드렸다.
어머닌 내일 아버지 제사준비를 위해 시장에를 다녀오셨고,
나는 가게를 보다가 2시쯤 맞춰서 시내에 나갔다.
약속보단 조금 늦었지만 만났고,
그렇게 영화 한편과 저녁을 먹고 9시쯤 되서 집에 돌아왔다.
그저 할일없이 컴퓨터나 종일 두드리다가 보내버릴 줄 알았지만
그래도 다행히 날 챙겨줄 사람이 있긴 했나보다.
고마울 뿐이다.

잠깐 사이 난데없는 후배의 질문- 당황케 하는 질문.
뭐라고 대답해줘야 할지 모르겠고, 나마저도 당황스러워 말문이 막힌채로 한시간을 이야기했나보다. 아니 들었다.

속은 더부룩해지고, 가슴은 답답하고-
시간만 자꾸 가더니 25일 새벽. 크리스마스다.

아버지 제사가 있는 날.

벌써 까마득해진 그 해 그 날이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자리에서 깨어나신 아버지가 어머니와 나와 동생을 알아보시지 못했던 그 날. 그렇게 아버진 응급실로 실려 가셨었다.

입대한지 1년가까이 되는 날. 동생이 두번째 휴가를 나온다. 지금쯤 휴가 나올 생각에 들떠 있을 동생의 잠자리가 편안할지...

크리스마스 이브의 오전은 경찰과 실갱이하는 청년의 괴성과
어울리지 않는 품바들의 공연과 10분쯤 늦어서 미안한 표정으로 다가온 후배- 초반보다 후반이 너무 재미있었던 영화와 매워서 더 먹게 되었던 낚지볶음에 별반 다르지 않는 맛이건만 꼭 그집어야 했던 후에버 커피숍에서 검지 손가락을 붓게 만든 당구 큐대하며- 정신없이 보낸 하루에 허전함이 더 커진 달빛 아래-

오늘은 메리 크리스마스. 성탄이다. 동생의 휴가와 아버지의 제사와 예수가 태어난 날-로 기억되는 그 날이다.

2004년 12월 22일 수요일

4년간의 시험

대학이라는 곳에 들어가게 되면 시험에서 해방되는 줄로만 알았다.
수능 시험이 끝나는날 찹찹한 심정으로 집으로 돌아왔지만
수능 성적표를 받아들고 눈물이 날만큼 화가 났었지만
한신대 입학 원서를 받아들고 가슴이 먹먹해 졌지만
그래도 나는 이제 대학생이다라는 것 하나로
시험에서 다소간의 해방감을 가졌는데
지난 대학에서의 4년동안 얼마나 많은 시험들을 봤는지
얼마나 많은 밤을 새었는지
오늘 마지막 시험과 과제를 마치고나니
왠지 묘한 감정이 휩싸인다.
후련함같은게 없다.

사회는 더 많은 시험을 기다리고 있다는걸
깨달았기 때문일까?

2004년 12월 20일 월요일

약속과 거짓말의 차이

약속운 지키고자 하는 자기 자신의 다짐이다.
거짓말은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다.
가끔은 약속과 거짓말의 차이가 무엇인가에 대해 알 수 없을때가 있다. 지킬 수 없는 것은 약속되어서는 안되는 것인가? 지키지 못한 약속은 결국 거짓말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다짐을 통해서 타인에게 약속을 했으며,
얼마나 많은 지키지 못한 약속들로 인해 거짓말쟁이가 되어 있는가.

약속과 거짓말의 차이는 아무리 좋은말로 설득당하려 하여도
결국 지켰는가 지키지 못했는가에 따른 결과론적 변명일 뿐인것 같다.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단다

벌써 봄이야? 하며 계절감을 상실한 겨울하늘을 보며 한숨을 내쉰게 어제였는데 오늘은 갑자기 추워졌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추워진다고 한다. 금요일까진 이렇게 춥다고 하니...

어쩌면-

올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지도.. 적어도 비나 눈이 온다고 했으니까. 괜히 그 소리에 더 우울해지네-

찹- 찹-

2004년 12월 17일 금요일

2년하고도 9개월 만에

후회가 될 것 같아서 그래서 그렇게 용기낼 수 있었다.
그다지 용기랄 것도 없었거늘-

네게 그렇게 말 거는데까지 무려 2년하고도 9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젠 아무렇지도 않은 사이로, 그저 기억을 모두 잃은듯-
마주서며 웃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만큼-
아프고 좋았던 모든것이 한낱 추억에 불과했음을 새삼 느끼면서

그렇게 꺼네지 못했던 별 거 아닌 인사 한마디를 건낼 수 있었다.

2004년 12월 16일 목요일

비는 내리다 말고

조금 추워지려나 싶었는데 금새 비가 그쳐버렸다.

일기예보에는 밤이나 아침까진 비 소식이 있다던데- 서울시청 앞에 피어버린 개나리와 진달래는 다시 스며 들어가야 하나? 겨울 땅 속으로 말이다- 차라리 눈이 내려주지. 왜 날은 이렇게 따듯하기만 할까? 추우면?

추우면 좋지. 추우면 가슴 속까지 시려서 어깨를 움츠리고, 옷깃을 세우고, 손을 비비며 종종걸음으로 입술을 감싸며 따스함을 간절히 기다리게 되는 계절. 그래서 좋아.

눈이었으면. 혼자여도 그냥 눈이었으면 기분이 조금은 좋았을텐데^^

왠지 울적해진다. 뭐 항상 그렇지만

이제 남은 시험은 한과목. 기말 레포트는 두개. 논문은 한 편.

해야할 일은 많고... 시간은 촉박하고...

2004년 12월 13일 월요일

오늘만 같았으면...

언제나 오늘만 같았으면...

제법 춥긴 했지만,
돌아오는 길은 여전히 허전했지만.

그래도 내일이 오늘만 같다면,
언제나 오늘만 같다면.

좋겠지. 너무나.

2004년 12월 8일 수요일

편집부를 정리하며

왠지 마지막이구나 싶은 생각이 자꾸 들어오는 밤이 되어서 하던 시험공부도 밀어두고 쓰기 시작합니다.
오늘 사은회를 마쳤습니다. 뭐랄까요. 참 많이 아쉽고 떨립니다.
졸업이란것. 처음 입학했던 순간부터 기다렸던 것이지만 막상 한신대 국문과 재학생의 신분으로 여러분과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다 했음을 깨닫고 나니 괜한 억울한 심정. 미안한 마음. 서글픈 생각이 밀려드네요.
사실 잘했다. 열심히 했다. 그런것보다. 못해준것. 서운하게 했던것. 미안한 마음. 그런게 더 많습니다. 그래서 더 이렇게 미련이 남는가 봅니다.
내일이면 정말 우리.들 두번째 펴냄이 나오겠지요. 그걸 보는 순간 기분이 어떨지... 막막합니다만 차라리 웃어보일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그 책 보면 올 한해 함께 고생한 모두의 얼굴이 떠오를테니까요.

모두 아프지 말고, 언제나 행복하길 바랍니다.
당장에야 헤어지고 못보는것 아니지만 그냥 미리 쓰는 인사입니다.
내일이면 또 기분이 멍해져서 이런글 못 남길것 같거든요.

여러분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내년에는 새로 들어올 후배들에게 정말 존경받고 좋아할만한 선배가 되세요.

그리고 기억할런지. 제가 지난 봄 모꼬지에서 여러분에게 했던말이요.
나는 편집부라는 공간에서 여러분처럼 기사를 쓰기 위해서 왔던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지금의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자부심같은건 가지고 있지도 않았습니다. 내게 편집부가 이만큼 커진건 내가 가진걸 다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였습니다. 그때 나라는 사람을 찾고 싶었습니다. 내 존재를요. 나를 확인할수 있는 기회가 필요했고, 마침 그것이 편집부였습니다.

지금의 저는 나를 압니다. 나란 사람을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말했듯이 나는 편집부가 사람이 남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정말 멋진 기사 한편을 써내기보다 모두가 함께여서 언제나 함께이고 싶은 모임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걸 제 힘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걸 알면서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잘 모르겠네요. 과연 조금은 그리 되었는지...
함께했던 사람들 생각난다 했었지요. 지금은 함께하지 못한 사람들이 더 생각난다 하였지요. 미쳐 말리지 못하고 그렇게 나가버린 사람들이 자꾸 떠오른다 했었지요. 그러다 울먹였지요.

편집부가 전에는 참 좋았는데라는 아쉬움. 저만 느끼는 그런것은 아닐것입니다. 그래서 모두가 같이 지금 힘이 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게요 내일이
내일이 있어서. 오늘은 좀 이래도. 내일은 오늘보다 낳을수 있고, 좋았던 그 날보다 더 좋을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할수 있고 그렇게 내일이 찾아올수도 있으니까.. 말이지요.

참 말이 길어졌습니다. 두서없이 그저 횡설수설하기만 하고.
모두- 잘 될거예요. 우리가 그냥 편집부입니까!
민중의 벗 국어국문 편집부 창입니다!

사은회

20041208 사은회

2004년 12월 7일 화요일

먼지같은 기분

생각의 덩어리가 쪼개져서 파편이 되고, 다시금 바스라져서 먼지가 되어버렸다.
땅에 떨어지거나 허공이 부유하던 내 생각의 먼지들은 그렇게 어딘가의 불편함이 되어 사라져 가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차갑게 내리는 겨울비. 긴 밤 자고 나면 저 비가 눈이 되어 하얗게 덮어놓을 그것이 되기를 바라지만 그저 기대일뿐 바람일뿐. 세상은 내가 원하는데로 돌아가지는 않을테다.

머리속에 온갖것들이 가득하다.
내일이나 모레쯤 나올 잡지의 상태며, 12월 들어 유난히 힘들어 하는 지혜나 진희 가슴하며, 벌써 두주째 보낸 수십통의 이력서를 혹여나 읽은 사람의 심사며, 지난밤 보낸 메일을 읽었을 이주용 대표님의 답변이며, 치과를 갔으면 했지만 역시 고집피우고-아니 내게 유독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가지 않았을 한나의 사랑니며, 수요일 오전 수업에 볼 기말고사 시험범위와 목요일 금요일 제출해야할 기말과제들... 내일은 팀과제를 위해 이것저것 설명해줘야 할텐데 정리는 했는지... 내일은 또 사은회구나. 시험공부는 언제하지? 오늘 한것만으로 될까? 내일도 그 비디오 가게를 그냥 지나쳐 버릴까? 내일도 남문에서 걸어와야 하는걸까. 내일도 춥겠지? 수요일은 축구 경기가 있는데.. 못 보겠구나. 편집부 종강총회인데.. 참 그러고 보니 오늘 종강총회를 가지 못했지. 지현이가 전화까지 하던걸. 지혜도 문자하고. 계획은 가는거였는데 어쩌다보니 또 이렇게 미안하게 되어 버렸고. 내일은 사은회니까 카메라를 챙겨가야겠지.

결국은 이렇게 지나치고 다가올 일들. 새삼 내가 고민한다고 달라질것도 없겠지만... 사실 마음 편히 먹고 그저 따라가기도 벅차다.

생각의 먼지들. 조금더 갈아져서 아주 보이지 않았으면 차라리 좋은데...
이렇게 눈만 뜨고 있으면 보인단 말이다. 허공에 날리는 먼지들. 바닥에 쌓인 먼지들 내 어께 위에 내려앉은 먼지들... 보여서 털어내지 않으면 안되는 것들...

그게 나라는 사람인가보다. 내 손에 닿는 모든 것들을 내 힘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그래서 힘들게만 되는... 그걸 싫어했던 사람.

차라리 내 육신이 먼지가 되어 허공에 바닥에 당신의 어께위에 그렇게 눈에 띄는 사람이었으면... 그랬다면... 이렇게 또 하나의 먼지를 털어내고 있지는 않을텐데.

한신대 첫 눈

20041207 첫눈

2004년 12월 4일 토요일

72만원.

오늘 두번째로 인쇄소를 찾았다.
책 한권 만들기가 이렇게나 힘들어서야...
작년에 그렇게 고생해서 만들었고, 올해는 작년보다는 낳겠지 싶었는데
더 힘들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돈 모두 긁어야 60만원.
우리가 선택한 인쇄방법은 마스터 인쇄 가격은 50만원.
10만원의 여유가 생겼고, 독자투고해주신 분들께 도서상품권을 드릴까 고민하던 찰나.

올라오셔서 확인해보시라는- 전화 한통화로
12만원이라는 금액이 올라가 버렸다.

12만원... 아.. 그 많은 돈은 또 어디서 구하는가 말인가.
마스터 인쇄로 나온 샘플은 그냥보기에도 한숨이 나올정도였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이제는 그것조차 따질 기운이 없다.
애시당초 잡지란 무리였을까?
그저 글이나 잔득 담은 문집으로 만족해야 했을까?

사진마다 뭉개지며 어둡게 나온 모양새들이 도대체가 감당이 되질 않았다.

아직도 잡지다움을 드러내려면 한참을 더 공부하고 경력을 쌓고 준비를 해야하는데
이렇게나 돈이 드니... 벌써 힘에 부친다.

내년. 내 후년- 또 어떻게 잡지를 만들어 낼 것인가.

현실인가?

아무리 싸고 싼 집을 찾아도 결국엔 마찬가지의 돈이 들고 만다.


72만원.

지혜가 모자른 12만원을 다 내겠다고 하는것을 말리고서야
십시일반 모아보자라는 결론을 냈다.


아침부터 긴장해 있었고,
점심도 못먹고, 부랴부랴 충무로까지 올라와
두시간이 넘도록 고민과 수정을 거치면서
다시 저녁도 못 챙겨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전차에 올라탔다.

무거운 가방만큼이나 가슴이 꽉 막혀왔다.

아이들에게 또 어떻게 손을 내밀어야 할까..
지금 지혜의 머리속이 잔득 쪼그라들어 있을게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