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22일 수요일

22일

자야겠다.

하고 마음먹은 순간에 오늘은 왠지 몇가지 남겨놓고 컴퓨터를 닫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적는다.

아침. 어느때와 다름없이 7시 반 시각에 일어났지만 어쩐지 다른날보다 조금은 게이르게 이것저것을 챙기며 집을 나섰다. 그래서인가 열걸음쯤 남겨둔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막 깜박이기 시작했다. 서둘러야지 하는 순간 들고 있던 우산의 끈이 떨어져 버려 우산을 바닥에 떨구고 말았다. 막 떼려던 걸음을 그대로 멈추고 우산을 주어야만 했다. 신호등은 어느새 붉게 변했다.

걸음 걸음으로 언덕을 막 오르기 시작하면서 왜 그랬는지 한 걸음씩 쉬어 올랐다. 딱히 힘이 든것은 아니었지만 단숨에 올라가던 그 언덕길을 오늘은 태연자적하게 한 걸음씩 숨을 고르며 올랐다. 여느때처럼 숨이 차지 않았다.

버스 정류장을 길 건너편에 두고 또 신호등에 걸려버렸다.
조금 길다 싶게 기다리다가 신호가 바뀔 참에 20번 버스가 정류장에 스더니 바로 출발을 하지 않는게 아닌가! 때마침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고 나는 뛰었다.

열어주세요- 라고 차문을 두드렸다. 운전수는 못들은채 신호등만 응시한다. 흠-
관두자.

그렇게 한대를 보내버리고 나니 다음 버스는 좀체 나타나질 않는다. 15분여를 기다려서야 나타났다. 덕분에 오늘은 9시 반이 되서야 학교에 도착했다. 평소보다 30분정도 더 걸린셈이다.

비는 집을 나설때부터 계속 내렸다. 과사는 비어 있었고, 잠시후에 호영이와 현갑이가 들어왔지만 10시가 살짝 넘어 나는 일찍 일어났다.

수업은 조금 지루하긴 했지만 그럭저럭 사고 없이 지나갔다.

수범이 형이 빗길에 차를 태어주어 만우관까지 편하게 왔다.

과사는 여전히 비어있다. 잠깐사이 가현이가 다녀갔을 뿐이다.

진희에게 점심이나 먹자고 할까- 문자를 보냈다. 아니다. 호성이랑 먹을텐데.
답변으로 돌아온 진희의 문자와 전화에 애써 사양을 하며 선희에게 문자를 했다.

선희는 오늘따라 바쁜가보다. 연신 미안하단다. 괜찮은데.

오늘은 날이 아닌가보다 하고 매점으로 향하다가 혹시나 해서 의경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뚝- 수업인가 보다. 잠시 멈춘 발을 매점으로 돌렸다.

삼각김밥- 을 떠올렸는데 어느새 다 팔리고 없네. 초콜릿 하나를 쥐고 나와 바로 도서관으로 향했다. 비 때문인지 대출실 자리마다 사람들이 가득했다. 다행히 열람실은 한산했다. 5열람실은 편하게 노트북을 사용할수 있다. 무선 인터넷도 되고.

부식럭 거리며 초콜릿 하나를 다 먹고 자리에 적응이 되가던 참이었는데.
의경이에 전화가 왔다. 밥 먹잰다. 흠-

학생식당은 비가 오는날엔 대박이다. 어찌나 사람들이 많은지. 20분이나 기다렸을까
겨우 라면 두개와 김밥 한줄을 받아왔다. 그 사이 명진이도 자리에 앉아 주련이까지 모두 넷이다. 내 뒤로 가윤이와 선미 보경이등이 앉아 있었고, 저쪽으로 가현이가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다시 돌아온 도서관. 아까완 다른 넓직한 책상에 노트북을 펼쳤다. 칸막이도 좋긴 하지만 조금 답답하니까.

한시간쯤 지나자 지영이 진아 혜정이 민지가 나란히 들어와 공부를 시작한다.
한시간쯤 지나자 미현이와 인혜가 내 뒷자리에 앉아 과제인가를 시작한다.

나는 그 즈음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트북의 밧데리가 거의다 되어 갔다.

과사는 - 아. 종애가 있었다. 불도 꺼둔채 혼자서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
나는 교재를 책장에 꽂아두고- 안녕-

하고 나왔다.

비는 여전하다. 더- 내리는듯.

청년정 근처에 다다랐을때였나. 해군복을 입은 남자아이와 낮익은 여자아이 둘이 걸어간다. 은주. 희진. 아. 알겠군.

마침 지나가던 진아가 놀라며 반기는 모습이 보인다.

한참이나 그 자리에 서서 그네들의 반가운 인사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넷중 누구 하나도 나를 의식하지는 못했나보다. 내게도 반가운 마음이 있었는데.

그냥. 어쩐지.. 거기까지 다가가 아는척을 하진 못했다. 왠지 모를 마음의 돌덩이 하나가 내 다리를 그렇게 붙잡고 있었다. 나서지 마라. 그냥 있어라.- 그래.

혹시라도 같이 동행할 사람이...

없구나.

버스는 만원이 되었지만.. 집까지 동행할 사람은 없다.

5시. 수원역에 도착했다.

졸린 눈을 비벼대며 버스를 타고.. 집에.

비는. 계속.

비는... 여전히..

핸드폰은... 조용히 5시 반.

오늘 무언가 빠진것은...

음... 가슴. 내 가슴. 채워넣지 못한 차가운 내 가슴.


저녁.. 생략.


밤..

연주누나.. 이야기.. 길게.. 긴시간..맞죠?
제법 길게..오랜만에.. 이야기다운 이야기들을 나누었죠.
내 고민이었잖아요. 들어준거죠. 누나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상담하는건 익숙치 않아요.
결국에 또 나 혼자 마구 쏟아낸것이지만..
그래도 고마워요.

누나 나는 어떤 사람이예요?
나의 어떤 면이 실망스러운가요. 단점일까요?

저도 알거든요.. 나 무엇이 잘못된건지..
그런데 참 답답해요. 왜 그게 잘 안될까요..

소름끼치도록 내가 미워져요.
미쳐버릴거 같아요.

다른 사람도 아닌데..
그 사람에게 한치도 서툰 내 모습 보여주기 싫었어요. 그게 잘 못 된걸까요...
부족한 내 모습.. 틈을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조금이라도 낳은 모습만..
항상 부족해보이니까.. 그래서 그랬던건데.. 그게 왜 자꾸 트러질까요..
원치 않은 방향으로만 가요.

그사람 말 틀리지 않지만.. 그래도.. 내게도 변명.. 아니.. 그건 아니겠죠.
어쩐지 그 사람 나를 아주 낯설게만 봐요. 마치 마네킹처럼.. 바라보며 분석해요.
그래서.. 이해해주려 하지 않는것 같아요. 마네킹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니까.
분석해서 그렇게 판단하면 그만일테니.

그게 못내 서운한거예요. 내 사과를 차갑게 내몰아쳐도.. 그래도 그건 좋아요.
내 잘못을 그렇게 모질게 꼬집어도.. 인정할 수 있으니까.. 그건 좋아요.

왜 한번이라도 내 입장에서 이해해주고 그냥 빈말이라도.. 이해해요. 라고 해주지 않을까요. 정말..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나 봐요. 그냥..그게 조금 서운해요.

새벽.. 1시 4분. 자야겠네요...

2004년 9월 20일 월요일

종일 굶었나.

아침밥 반도 못 뜨고 말았고.
오후엔 토마토 조금 먹은게 다고.
저녁 먹을 시간은 한참 지났고.

배는 고픈데. 입맛이 없다..

가슴은 답답하고.. 머리속은 온통 하얗다 못해.. 숭숭 구멍이 났다..

진희! 감자탕 맛있드냐 ㅠ ㅠ

우울증

우울증 환자들은 공허감에 시달리며 세상만사가 귀찮고 항시 피로하고 생각과 행동이 느려진 느낌을 받는다. 이런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우울증일 가능성이 크다.

우울증의 증상은 식욕감퇴, 집중력과 기억력 감퇴, 성욕감퇴, 불면증 등이며 때론 그 반대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해지면 관절통, 두통, 위경련 등 신체증상도 나타난다.

3주째 이러고 있는데...

2004년 9월 13일 월요일

졸업여행 다녀왔습니다.

2박 3일간의 짧고도 길었던 졸업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졸업여행- 그 이름만으로 가슴 벅차고 아쉬움 많이 남는 여행이겠지만 실상 우리들 여행은 그렇게 우울하지 않았습니다. 즐겁고 들떠 있었지요. 힘이 들기도 했고, 비와 바람때문에 고생도 했지만 산굼부리의 푸른 하늘과 섭지코지의 거친 파도- 만장굴의 길고 어두운 굴과 미천굴의 아름다움. 천지연의 가슴 뭉클함과 주상절리의 절경은 가히 돈이 아깝지 않았음을 증명해 주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오고 이틀이 보내고...
이제서야 조금의 흥분됨을 진정시키고 이렇게 돌아왔음을 알려드립니다.

내일부터는 다시 일상으로의 복귀입니다.

돌아와보니 사실은 마음을 흔들었던 여러가지 일들이 여전히 그대로였습니다. 비는 제주보다 더 차갑게 내리고 있고... 둘 곳 없이 그저 출렁이는 마음에 여전한 피로감을 느끼지만 다부져야겠지요. 몹쓸어지기도 해야겠지요.

제주의 바람은 내게 그런 교훈 하나를 준 듯 합니다.
엉성하게 세워둔 담 같지만 그 모진 태풍에도 쓰러짐 없이 수백 수천년을 버티어 온 것 처럼. 그 모진 파도에도 그 모양 지켜온 용두암과 주상절리처럼.

나의 살아감은 휑-하게 구멍나 어리숙해 보여도 이 속만큼은 단단하게 더욱 모질게 굳혀보며 살렵니다. 그렇게 살아보렵니다.

2004년 9월 4일 토요일

짐싸기

이사를 가는건 아니지만
오늘 집에 돌아와서 다섯시간여동안 나는 홀로 짐을 꾸렸다.
수십장의 시디와 디브이디에서부터 교재, 소설책, 잡지, 만화책...
온갖 레포트와 프린트들..
컴퓨터 모니터와 고장난 스캐너하며 너저분한 선들까지.

한참을 정리하다가 짠맛나는 땀이 콧등을 간지럽히기 시작했을때
팔 다리가 찌릿하게 저려왔다.

방안은 썰렁해졌다. 먼지만 잔득 앉은채로-

내일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마지못해 싸기 시작한 짐들이지만-
그렇게 정리된 짐은 한결 개운해진다.

내 마음속에 짐들.. 이렇게 정리할수야 있겠지.

하지만.. 저 두텁게 쌓인 먼지만큼 내 가슴속에도 무언가 두텁게
남아 버리지는 않을까... 그게 두려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