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26일 토요일

한여름에 밀집모자 육군아저씨~

한겨울에 밀집모자 꼬마눈사람~ 하는 노래가 생각났는데

고대하던 육군 활동모가 지난주에 나누어졌다.



뭐 이렇게 생겼다. 생각했던 것 보다는 조금 촌스럽다고도 느꼈는데
막상 쓰고 다니는 후임들을 보고 있으니 제법 어울리는 경우도 많은것 같다.
사진에는 육군예비역 마크같은 것이 붙어 있긴 한데 현재 우리부대에는 계급장이나 부대마크 같은 것은
달지 않고 그대로 착용중이다.

활동모까지 나누어 주는걸 보니 정말 전투복도 디지털무늬로 바꿔 주긴 할 건가 보다.
나야 활동모도 받지 못했고, 디지털 무늬는 훗날 사회에서나 구경하게 될 것 같지만
참 많이 변해가는 군대 속에서 다시한번 격세지감을 느낀 순간이었다.

날짝 까먹는 재미

말년휴가를 제외하면 앞으로 8일 남았다.
아직도 한 주를 더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어찌보면 답답하기도 하지만
쩌렁쩌렁 내려쬐는 햇살속에서도 여전히 답답증을 느끼는것이 화를 돋우기도 하지만
조금은 밖이 두렵고 겁나기도 하다.

어제는 두께때문에 감히 엄두를 못 내고 있던 『살인의 해석』을 하루 반나절동안 다 읽어버렸고,
그 책을 놓자마자 오랜만에 베르베르의 책 『나무』를 손에 들었다.
지나번 휴가 복귀때 가져온 『만다라』와 『제비를 기르다』가 마지막 독서일거라고 생각했고,
그 뒤로 내내 TV를 친구삼아 지냈는데 하루 스물네시간이 어찌나 길던지...

어제는 기어이 오백페이지가 넘는 장편소설 하나를 삼키고야 말겠다는 오기가 들었던 거다.
덕분에 이틀을 보람있게 까먹은것 같고, 남은 여덟일을 그렇게 보내볼까 한다.

병영도서관에는 책이 많다. 아직도 읽지 않은 책이 3천권이나 있지 않나!

2007년 5월 12일 토요일

부대개방의날 행사

오늘 연천 하늘에는 봄비가 내렸다.
부대는 새벽부터 기와를 두드려대는 빗장단에 들떠 있었고, 그렇게 아침은 복닦거리며 시작된것 같다.
보기에도 푸짐한 먹거리들을 양 손에 들고, 빨갛고, 노란 색색의 우산과 힐들이 똑딱거리며 부대 안을 메우기 시작했는데 예전 그 모습과 아주 다르지는 않았던것 같다.
2년전보다는 많이 약소화된 잔치이긴 하지만 나름의 준비를 부모님들께 선보이고,
보따리마다 가득한 밥과 찬들을 꺼네어 아들들에게 먹이는 어머니들 손이 어찌나 부지런히 움직이던지.
한손에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나를 붙잡고 어서 한 젓가락 집으라고, 아니라고, 괜찮다고 굳이 사양하는 모양을 잘라내고 기어이 고기 한 점을 입에 물려주시는 어머니들.
까까머리에 국방색 전투복을 끼워 입은 사내 놈들이 죄다 내 아들 같아서겠지.
티비에 군인만 나와도 내 얼굴이 떠오른다는 내 어머니 말씀처럼, 저 사내들 어머니들도 나를 아들이라 여기시겠지. 그렇게 그 고기 한점 먹이지 못해 미안해 하시는 모습이 너무나 예쁘신것을.

비는 아직도 내리고, 두어 시간 전 쯤에는 번개까지 쳐 대더니 굵었다- 멎었다 한다.
햇살이 살짝 들치는 저녁이 되고, 부대는 언제 다녀갔냐는듯 조용하게 밤을 맞기 시작한다.
생활관에는 어머니가 남겨두고 가신 과일 것들이 한 움큼씩 남은 채로 말이다.

2007년 5월 9일 수요일

「제비를 기르다」/ 윤대녕

연경 누나가 추천해준 책. 그리고 지난 휴가때 선물해주신 책. 속지 한귀에 감사하게도 친필로 글까지 남겨주셨다. 그렇게 누군가로부터 건네 받은 책이라면 한 장 한 장 마음을 애쓰며 읽지 않을 수 없지 않을까.

윤대녕의 작은 울림들은 그렇게 내 심장을 쥐었다 피었다를 반복했다. 총 8편의 작은 꼭지들은 저마다 삶의 애로와 공허함을 담은듯 하다. 하나같이 슬프다와 아프다라는 단어를 쫓게 만들었고, 비어 있는 내 속의 나를 돌이켜 보게하고 있었다. 공허함. 일상에서의 틈. 비어냄. 타인과 나의 괴리를 얽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는 존재감. 윤대녕은 그렇게 묵직한 세기의 시계를 뛰 넘는 세대의 감성을 고스란히 하늘로 가벼웁게 띄우거나, 어둡게 내려앉은 먼지처럼 풀어버린다.

2007년 5월 1일 화요일

I wanna be your star - HEX



I wanna be your star - HEX

verse 1)

니 마음 속에 태양처럼 가득찬 사랑받는 바로 그 사람처럼

니 웃는 얼굴 환하게 해줄 순 없지만

니가 힘들고 지쳤을때 니 사랑에 아프고 눈물이 흐를때면

니 맘처럼 까만 밤을 인도하는 작은 별 처럼

*

(살며시 와) 살며시 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손 내밀어) 니 손 닿을 수 있는 그곳에 내가 있을께

**

(I wanna be your star)너의 별이 될께

(I wanna be your star)너의 곁에 영원히 있을께

(I wanna be your star)기억해줘 너의 마음속에 조그만 빛이 되어

(I wanna be your star)너의 별이 될께

(I wanna be your star)너의 곁에 영원히 있을께

(I wanna be your star)기억해줘 너의 마음속에 조용히 들어갈께

cause I'm your star

verse 2)

한 없이 어두운 길을 걸을때

어디로 가야 할까 알지 못할때

니 마음속에 촛불마저 사라지면

사랑했던 기억도 안나

두려움에 몸이 조금씩 떨릴때면

고개를 들어 작은별이 되어 내가 널 비출께

*

**

Bridge)

다시 또 그대안에 태양이 떠올라

내 작은 빛이 보이지 않는데도

**

너의 별이 될께

너의 곁에 영원히 있을께

기억해줘 너의 마음속에 조용히 들어갈께

cause I'm your star

사쿠란보 (さくらん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체리라는 이름의 홍차- 사쿠란보
오늘 진희 덕분에 처음 알게 되었고, 그 향과 맛도 알았다.
마음에 든다.

※ 수원에 살고 있다면 수원역 3층 KFC 옆 tea9에서 사쿠란보를 맛볼 수 있다.

300

저예산으로도 불구하고 화련한 영상과 특수효과, 웅장한 스케일과 리얼리티를 살린 배우들의 근육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영화 '300' 극장은 이미 막을 내렸고 해서 야심한 시간에 홀로 집에서 17인치 모니터에 기대며 볼 수 밖에 없었다.
참으로 멋진 영화였다. 스파르타의 정예군 300명의 우람한 근육은 남자가 봐도 부러울 지경이었다. 황홀하다고 표현해야하나? 하지만 옥중의 옥이라고 했던가. 그 정력 넘치는 근육과 에너지사이로 나를 끌어당기는 캐릭터가 있었다면 단연 왕비였다.

"여자만이 진정한 남자를 낳을 수 있다" 라는 여왕의 그 말 한마디는
새삼 어머니의 위대함을 논할 가치를 무색하게 하는 말이 아니겠는가.

스파르타의 왕 레오디나스의 용맹함이야 영화 전반을 통해 강렬하게 전달되지만 그 뒤에서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의 내조를 하는 여왕의 모습은 300명의 스파르타 군인보다 더욱 뜨거운 것이지 않았나 싶다.

역사의 뒤에서 역사를 바꾼 이들의 어머니이자 아내였으며, 훌륭한 정치인이기까지 했던 여왕이 진정 '300'의 주인공이었던것 같다.

입대동기 박상철군

상철

상철군!

306보충대에서부터 가평 현리 신교대를 거쳐 지금의 부대까지, 그것도 같은 포대 같은 생활관에서 인연을 함께한 유일한 동기. 박상철군.


나이는 좀 어리지만(내가 많은거겠지...) 속 깊은면도 있고 성격도 좋은 녀석이다.


- 전역하고도 반말할거냐?
- 응. 형이라고는 해줄께.


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버릴만큼 친구사이가 되어버린것도 같다. 여러가지로 안어울리기도 하지만, 군대라는 곳이 워낙 외롭다 보니 의지할 친구를 이렇게 만들기도 하는것 같다. 제법 괜찮은 녀석 오래도록 건강하고 행복해라. 가끔 군대 생각나면(날까?) 안부나 물으면서 잘 지내자구.


* 사진촬영은 차은상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