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22일 화요일

나에게 블로그는 대학노트다.

대학시절 노트 가득히 적었던 교수님의 판서가 떠오른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 나오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로 한자 한자 빠뜨리지 않고 적어 두었던 노트. 그렇게 공들여서 썼던 노트였는데 졸업한지 겨우 2년여가 지났을 뿐인데 사라지고 없다. 기억에서도 흐릿해져서 어떤색의 노트였는지 몇 권이나 있었는지. 무슨 내용을 적어두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블로그를 시작한건 위키를 처음 접했던 2000년 여름쯤으로 기억된다. 게시판과 위키위키, 그리고 블로그라는 각기 다른 세가지 글쓰기 플랫폼을 놓고 고민하던 때였다. 당시에 나는 굉장히 흥미로웠던 위키에 마음을 쓰게 되었고, 위키를 통해서 나름의 글쓰기와 지식을 담아두기 시작했었다. 하지만 위키는 본래가 공동의 저작도구에 가까웠고, 혼자 쓰는 위키는 어쩐지 버겁게 느껴졌다. 그 뒤에 차츰 블로그란 것에 눈길을 돌렸고, 지금은 구글에 인수된 Blogger 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TNC에서 만든 한국형 블로그인 태터툴즈(지금은 텍스트큐브)를 이용해서 공식적인(?) 블로거로써의 걸음을 걷기 시작했던 것 같고, 작년 군대를 제대하고 사회에 나올 즈음하여 다음의 티스토리로 자리를 옮기면서 지금의 블로그를 유지하게 되었다.

내 블로그에는 무엇이 있을까? 나는 대학시절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고, 조금더 과거-초중고시절-에는 소설읽기를 좋아했던 말랑말랑한 문학소년이기도 했다.(지금은 단연코 그렇지는 않은것 같다) 글씨가 예쁘지도 않고, 맞춤법이 엉성하게 틀리기도 하지만 생각을 글로 만들고 싶어했던 열정만큼은 가졌던 시절이었지 않나 싶다. 그 열정이 조금은 남았던지 대학에서도 국문학을 다녔지만, 지금은 그때만큼은 아닌것 같다. 하지만 습관이라는 것이 무서워서 어린시절부터 그렇게 쓰고, 또 쓰고 했던 버릇이 남아 지금은 이렇게 블로그를 통해 무언가를 긁적이곤 한다. 대학시절 고민했던 ‘문학’에 대해서, ‘비평’에 대해서 그리고 ‘하이퍼텍스트문학’과' ‘스토리텔링’에 대해서, ‘HTML’과 ‘웹표준’에 대해서 떠든다. 버리지 못한 꿈과 현실에서 얻어낸 지식을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는 곳이 바로 내 블로그이며, 스물여덜의 내가 갖고 있는 노트다. 2년이나 3년 후에 어디다 뒀는지 찾을 필요도 없고, 무엇을 적었는지 애써 기억을 되살리려 노력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여전히 오타와 띄어쓰기가 엉망이긴 하겠지만, 약간의 기술적 도움을 받아 고쳐낼 수 있을 것이고, 남 보이기 부끄러운 내 필체도 적당히 동그랗게 만들어진 굴림체나 vista라면 맑은고딕체를, 맥 사용자라면 살짝 뭉그러진 부드러운 ‘필체’를 통해 감춰버릴 수 있을 것이다.


ps. 이 글은 에이콘 출판사의 ‘(블로그 히어로즈 이벤트) 나에게 블로그는 <만남>이다!’라는 이벤트 글을 보고 참여하면서 쓴 글이다. 이벤트 파도타기 차원에서 CSS에 대한 좋은 글을 많이 남겨주고 계시는 겨미겨미님도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

댓글 4개:

  1. trackback from: 봄눈의 생각
    겨미겨미 님 미안해요! 내가 형 낚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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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우리가 대학노트에 빼곡히 써내려갔던 건 그저 지식의 집합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꿈도 함께가 아니었나 싶어요. 멋진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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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rackback from: [블로그 히어로즈 증정] 무더운 여름, TNC의 시원한 이벤트 파도타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꼬날 입니다. ^^V주말 동안 내린 비 때문인지 오늘은 더위가 한 풀 꺾인 듯!!그래도 아직 무더위가 끝났다고 방심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 오랜만에 '피서'를 겸한 '이벤트' 한 판 할까 합니다. 기대하세요~~이름하여 'TNC 이벤트 파도타기~~~' 이벤트 참여 방법은 간단합니다. 여러분의 블로그에 '나에게 블로그는 < > 이다' 라는 주제로 간단히 글을 쓰셔서 이 글에 트랙백을 걸어주세요. 한가지! '이벤트 파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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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안녕하세요~~ TNC의 꼬날입니다. ^^;; 이벤트 파도에 올라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 블로그 트랙백 보냈어요. Pageoff 님도 트랙백 쏴주세요~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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