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1일 일요일

2003년 3월 3일 이후에

2003년 3월 3일은 이 블로그의 첫번째 글이 올라온 날짜다. 하지만 실제로 위키를 포함해서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한건 2001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생이던 그 시절 어느날엔가 위키란 것에 관심을 갖고, 개인 위키를 개설했던 것이 시작이었다. 하지만 2005년 군 입대 이전까지는 국문학도답게 소설과 문학비평에 관심이 많았고, 그러한 이야기를 주로 담아 내기 위한 공간으로 활용했다. 축구를 즐겨 보고, 사진 찍기를 좋아했던 취미는 어느새 내 블로그를 사진첩과 독후감 페이지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러다 2005년 입대를 하면서 한동안 블로그를 운영하지 못했고, 2007년 제대와 함께 사회에 나왔다. 직장을 구해야 했고, 나는 웹 퍼블리셔라는 일을 시작했다. 하루 종일의 관심사는 웹 표준과 웹 접근성이 되었고, 한 달 내내 다루는 이야기는 HTML과 CSS, JavaScript가 되었다. 어느 순간 내 블로그는 '웹표준'이라는 키워드로 어느 검색 사이트에서든 찾아지는 사이트가 되어 버렸다.

어찌 보면 일관성 없이 꾸려져 온 내 작은 공간. 오늘은 문득 내 블로그의 첫번째 글을 되찾아 그간의 흔적을 쫓으면서 나는 이 블로그에 무엇을 담고자 했고, 담아 왔는지. 담아 낼 것인지를 고민한다.

웹표준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이젠 제법 많은 블로그들이 만들어졌고, 더 좋은, 더 나은 콘텐츠들이 올라오곤 한다. 나는 부끄럽다. 내 지식과 글이 이렇게나 부끄럽게 느껴졌던 순간이 또 있었을까 싶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이 블로그를 그만 둘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도 가져본다. 그러다가도 며칠째 허전하게 맴맴돌고 있는 내 글들을 보고 있으면 다시금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며 뭔가를 적으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

나는 조금 더 나아지고 싶다. 이 블로그를 조금 더 나아지게 만들고 싶다. 좀 더 뚜렷한 내 주관 안에서 좀 더 깊은 지식을 덮은 영근 글들을 토해내고 싶다.

댓글 1개:

  1. 안녕하세요~

    저두 누구나 공감가는 대박 글 한번 올려보고싶습니다.

    스킨 교체하셨나보네여, '여름버전' 인듯 한데, 시원하고 깔끔해서 보기좋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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