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11일 금요일

사용자들은 정말로 편하다고 생각할까?

웹퍼블리셔로 직업을 갖고 웹접근성과 웹표준화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CDK는 가장 좋은 토론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업계의 많은 전문가들이 하나의 이슈를 가지고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기도 하고, 쓸만한 결론이나 합의를 이끌기도 합니다. 논의의 깊이는 점 점 깊어지고, 내용의 범위는 점점 커집니다. 질적으로 정말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커뮤니티이고, 그 안에서 단 한줄의 댓글이라도 달 수 있는 영광이 내게도 있다는 사실이 가끔은 뿌듯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즘 한가지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들(CDK에서 활동하는 웹 종사자들)의 토론과 결론이 과연 타당한가하는 것입니다. 최근 dece24님께서 올려주신 '셀렉트, 점프, 드롭다운, 풀다운 메뉴의 GO 버튼 이슈.' 글타래에서 dece24님은 마지막에

여기서 만약 go 버튼이 없다면(설사 숨어있다손 치더라도 디자인을 해치기 때문에 나타나서는 안된다고 가정하면) 사용자는 이것을 점프메뉴가 아니라 그냥 폼의 옵션중 하나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제가 우려하는 점

이라고 정리 댓글을 달아 주셨습니다.

일단 저 역시 dece24님 의견이 동감하는 입장임을 밝힙니다. 그리고 제 글이 dece24님의 글에 대한 딴지를 거는 것이 아니니 오해가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용된 dece24님의 글만을 보면 언급된 사용자가 이 글타래의 이슈(웹접근성)가 되는 시각장애인을 지칭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사용자는 이것을 점프메뉴가 아니라 그냥 폼의 옵션중 하나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라고 쓰신 것에는 사실 문제가 없는것 같습니다. 그런데 웹표준이 이슈화 되고 이런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것이 최근인 것을 보면 지금까지 시작장애인들은 Select 요소로 작성된 점프메뉴를 계속해서 사용했거나, 최소한 전후맥락(폼 양식이라면 최소한 전후에 관련된 다른 폼 양식도 함께 포함하거나 제목을 달고 있을 것이고, 바로바기 메뉴의 경우 대부분 본문의 상단이나 하단에 별도로 나타납니다.)을 짚어 그것이 양식 폼 안에서의 옵션이 아니라 점프되는 메뉴라는 것을 인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이 경우가 나쁜 웹접근성을 가진 것이고 잘못 된 것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사용성이라는 것이 최고의 이론이나 옳다고 생각되는 기술에 의한 것이기 보다 사용자의 직접적인 경험에 의해 형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상 안으로 당겨야 하는 문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힘을 강하게 주어 안으로 당기는 이 문이 불편합니다. 하지만 어쩔수 없이 지속적으로 문을 당기며 출입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사용자 편의성을 고려한 사장이 문을 밀고 나가도록 교체를 했습니다. 사람들은 당황해 할 겁니다. 당겼는데 열리지 않는 문을 보면서 문이 잠겼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밀고 나가는 방식을 더 편하게 생각하면서 바로 적응할 겁니다.

예로 든 출입문의 경우는 확실히 밀고 나가는 방식이 편하고, 처음에는 갑자기 바뀐 방식에 당황해 하지만 곧 변화를 받아들이고 더 편한 사용성을 확인합니다. dece24님의 이슈는 그동안 출입문을 당기는 방식에서 미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혼동이 올 수 있겠지만  ul과 a로 바뀐 바로가기 메뉴에 더 친절함을 느끼고, 편리함을 느낄 것이라고 저 역시 기대합니다. 하지만 모든 경우가 이렇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제 고민입니다.

요즘은 UX(사용자 경험)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사람들이 있죠. 그들은 사용자들이 웹사이트에서 마우스를 어디에 두는지 시선을 어디에 두는지 몇번 클릭하고, 어떻게 드래그 하는지. 키보드는 조작하는지 등등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회사에 이런 UX관련 부서나 인원이 있는 것은 아니고, 이렇게 연구되고 조사된 UX 관련 자료가 항상 공개되는 것도 아닙니다. 대부분은 기업에서 자사의 웹사이트를 좀 더 효과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자료로 이용되고 있을 겁니다.

문득 우리에게도 이런 자료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문제는 좁게는 웹퍼블리셔, 넓게는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포함한 범위에서의 웹개발자들이 실제로 사용자들의 반응이나 패턴을 조사하거나 확인해 보지 않고, 회의실 안에 모인 개발자들끼리의 논의와 고민만 가지고 '그럴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는 않은가 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개발자 입장에서의 사용사 편의성(사용성)을 고민한다는 것이죠. 개발자 역시 넓은 의미에서 한명의 사용자이기 때문에 내가 불편하면 다른 사용자도 불편하다는 논리와 개발자 스스로 고민한 사항이 대다수의 사용자들에게도 적용될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소수의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정책의 논리가 대다수의 국민의 생각과 크게 다른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자기들끼리만 입씨름하고 고민한 까닭이지요.

우리 웹 종사자들 역시 그런 실수를 하고는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이버나 다음 정도의 포털에서는 그래도 사용자 테스트를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볼 수도 있겠지만(정말 하고 있나요?) 대부분의 웹에이전시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때문에 포털의 기술을 '믿고' 가져오거나, 전문가의 의견을 적절성 여부를 깊이 있게 고민해 보지 않고 따르는 경향이 있는것 같습니다.

결론은 우리가 어떤 사용성 또는 접근성 이슈를 가지고 논의를 하고 결론을 도출해 내는 과정에서 섣불리 '사용자는 그럴 것이다'라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백 명의 웹퍼블리셔가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해도 백 명의 웹퍼블리셔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사용자들은 그것이 더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을지 모르는 겁니다. 이 넌센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 같은 진지한 고민과 토론 의외에도 실질적이고도 객관적인 사용자경험(UX)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공유가 되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댓글 3개:

  1. 표준에 관련되지 않아도 가끔 기획자가 제시한 내용에 대해서 디자이너, 개발자가 생각하는 방식은 약간씩 다르더군요. 사용자 입장에서 사용자를 배려해야 하는데 우리가 작업자 입장에서 사용자 편의를 생각하는건 아닌지 생각이 듭니다. 아~ 그리고 봄눈님 말씀처럼 전체 사용자를 배려하기 위함도 필요하지만 기존의 다수 사용자에 대한 배려도 고민되는 부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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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희들의 논의가 탁상공론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것을 뒷받침하는 UX에 대한 실증적인 실험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말씀이라고 이해했습니다. ^^ 맞는 말씀입니다. 한편 한 가지 오해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코멘트 드립니다. 저는 해당 이슈에 대하여 글쓰기 할 때 특별히 시각장애인을 지칭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키보드 사용자에 대한 고려였고 이것은 시각장애인보다 더 넓은 범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아니지만 키보드를 주로 사용하거나 마우스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Go 버튼이 시각적으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시각장애인만을 생각한다면 Go버튼은 숨어있어도 상관이 없죠. 시각장애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버튼도 탐색이 가능하니까요. 시각장애의 유무와는 무관하게 좀 더 유니버설한 설계를 염두해둔 이슈였다고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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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정찬명 - 2008/04/14 11:22
    아~ 네 감사합니다^^



    제가 아직은 시야가 좁은가 봅니다. 좀 더 넓게 볼 수 있도록 공부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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