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21일 월요일

자전거 타기

한번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아주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고 기억되는 것들이 있다. 자전거 타기처럼...

내가 처음 자전거를 탔던 나이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의 머리에 머리를 밟고 올라가보면 그래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가 산 밑의 허름했던 우리집이었고, 그 비탈진 고개를 나는 세발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내리막길을 따라 길은 언제나 차로 북적이는 큰길이 나왔고 그 삼거리엔 파출소 하나가 있었다.

두번이나 그 삼거리의 험한 자동차 밑으로 자전거가 빠려들어가 납작해지는것을 경험했다면 내 몸은 자연스레 자전거타기를 겁냈어야 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수술대에서 일어나자마자 다시 자전거 패달을 밟고 달렸다. 파출소 아저씨의 어의없어 하시는 표정이 재밌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말이다.

두발 자전거- 정확히는 떠오르지 않지만 초등학교 2학년인가 3학년쯤 해서 처음 타본것 같다. 어머니께서 어디선가 줏어오신 빨간색 자전거였다. 여기저기 녹도 많이 슬고 체인도 낡았지만 자전거포를 하루 다녀오더니 금새 새것같이 되었던 내 첫번째 두발 자전거-

온종일 탔을거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자전거를 먼저 살피고, 밥먹는 것조차 잊은채 그 좁디 좁은 골목길과 동네를 휘저으며 자전거 타기에 힘을 쏟았다. 처음 며칠은 제대로 서지도 못했고, 처음 한주간은 똑바로 달리지도 못했지만.. 어느덧 자전거는 내 발이 되어 챙- 챙- 팽팽하게 당겨지는 체인의 힘으로 달렸다. 아스팔트 도로 위를.

꽤 오랜시간이 지났을 무렵. 몇번이나 자전거를 잃어버렸고 지금은 자전거가 없다. 작년 여름이었던가. 여의도에서 일을 하고 있었을 때 휴가 나온 친구가 여의도 공원까지 와 주었던적이 있다. 녀석은 일산 집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왔다. 한번 타 봐도 돼? / 응.

꽤나 높아진 자전거- 아니 그 높아진 시간만큼 떨어져 있던 자전거. 타 보지 못했던 자전거. 잘 탈 수 있을까?

달린다. 아하.. 달리는구나.

자전거. 몇년이나 지났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체인을 굴리는 이 느낌과 감각. 잊어버렸을짐한 시간.. 그만큼 지났는데도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달리기 위해 몸부림 치지 않아도 몸은 균형을 잡고 그 큰 자전거를 곧게 세우며 달릴 수 있었다.

이렇게.. 자전거와 같이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것이 또 있을까? 처음 배울땐 힘이들어도 마냥 좋아져서 헤어나오지 못할정도로 강렬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차츰 잊기도 쉬운 그것.. 하지만 언제라도 다시 시작되면 몸이 기억하고 있는건. 내 감각이 기억하고 있는것 그래서 처음처럼 힘들이지 않고 시작될 수 있는것. 처음처럼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되고. 좀 더 잘 타보려고 잘 해보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

그게 두번째 사랑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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