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1일 수요일

아직은 IE8을 사랑하긴 이르다

오늘 오후 한국MS가 마련한 IE8 Love Developer - 개발자가 주목할 Internet Explorer 8 세미나에 다녀왔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해서 사실 MS가 차린 밥상에는 숟가락 들고 잘 찾아가지는 않았습니다만 이번 세미나 중에 2,3 세션에 관심이 갔던지라 회사에 허락을 받고 모처럼 밝은 낮에 외출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소감부터 밝히자면 생각보다 꽤나 유익했던 세미나였습니다. 옥의 티라면 극장도 아닌데 '팝콘'을 서비스로 제공한 MS의 센스 때문에 속이 조금 미식거렸던 것?

팝콘?

MSDN 블로그의 이름이 POPCORN입니다.


행사장 입구에서부터 왠 팝콘 냄새가 진동을 하길래 극장이 있나 하고 잠깐 두리번 거렸는데 정말로 팝콘을 간식으로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거기다 팝콘 명찰을 달고 왠 텔레토비 같은 녀석이 왔다 갔다 하는데 다른 행사장에 왔나 하고 잠깐 멈칫 거리기까지 했구요. 알고보니 MSDN 한국 블로그 이름이 'POPCON'이더군요. IE의 주요 기능을 간략히 소개하는 '쭝스의 1분 데모' 등 스크린 캐스트가 여러개 올라와 있는데 오늘 행사에서도 계속해서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스피커가 지루하게 강의를 하는 것 보다는 훨씬 나았던 것 같았습니다.

Q&A를 위한 자리


중간 쉬는 시간과 행사 이후에 이 자리에서 스피커들에게 질문을 할 수 있도록 별도로 마련된 공간입니다. 좋은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막상 발표를 경청하는 중에는 질문이 있다가도 깔아 놓은 멍석 위에서는 입을 다무는 편이라 차마 질문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첫번째 세션은 MS의 개발자&플랫폼 에반젤리스트로 근무 중인 김대우님의 발표였습니다. 주로 IE8의 일반적인 기능 소개와 세미나 전체 차례를 소개해 주셨구요. 중간에 '익스프레션 웹'의 김영일씨와 '알툴즈'의 세일(성이 생각나지 않네요;)님을 모셔서 IE8의 친구들(?)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디테일한 내용으로 채워진 것은 아니지만 IE8을 준비하기까지의 노력과 웹 표준에 대한 의지(?)를 세미나에 참석한 900여명(예상보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세미나에 참석한 듯 했다)의 참석자-대부분 개발자일 듯-들에게 호소하는 모습이 나빠 보이지만은 않았다. 다만 UI개발을 하는 사람으로서 IE의 Active X등 브라우저의 확장 기능이 있는 이유와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 있어야 하는 이유를 사용자들의 요구와 사용성 때문(공감하는 것이긴 하지만)이라는 것만을 너무 강하게 어필하고 있지는 않았나 싶다. 사용성이 중요한 만큼 정말 중요한 가치-웹 표준이나 접근성 같은-역시 무시될 수 없다는 것도 아는 듯 하였는데 스스로 단점을 구체적으로 밝히는데까지는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던가. 역시 같은 분야에서 일을 하고 계신 분이 저 앞에 서 계시니 괜히 어깨가 으쓱거려지고 뿌듯하더라. 찬명님의 발표는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어려운 주제를 쉽고 명쾌하게 풀어놓는데 재주가 좋으신 것 같다. 오늘 역시 만약에 내가 했더라면 무척이나 어렵고 따분하게 진행했을 것이 뻔한 내용을 너무나 시원 시원하게 풀어 주셨다. IE8 의 웹 표준 지원 정도와 하위 버전과의 호환성 문제, 낡은 웹 페이지와의 호환성 문제, 각 버전별로의 대응법 등을 직접 만드신 예제를 시연해 주시면서 설명해 주셨다. 마치 잘 나가는 EBS 방송을 보고 수학 문제가 술술 풀리는 느낌이었달까?


팝콘과 함께 제공되는 커피. 맛은 괜찮았다. 하지만 난 역시 Firefox가 더 좋다. 찬명님 기대 말씀대로 IE9가 더 나아지고, IE10이 찬사를 받는 순간이 온다면 모를까. 아직은- 그래 아직은 Firefox가 더 좋다.


세번째 세션 발표는 NC소프트 오픈마루 스튜디오의 강규영 과장님이 해 주셨다. 강규영님은 오픈소스 웹 에디터로 유명한 Xquared를 만드신 분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오늘 처음으로 뵙고(먼 발치에서지만)나니 깊은 지식과 훌륭한 말솜씨 그리고 뛰어난 재치까지- 굉장히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라고 적고 싶다. 저런 사람, 아니 괴물이 다 있을까! 하고 감탄이 절로 나왔으니까. 오픈마루에 인연이 있는 지인으로부터 종종 대단하시다는 말만 전해 듣다가 오늘 직접 보니 허언이 아닌듯 했고, 내심 존경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정말 훌륭하신 분이다!


마지막 세션은 정성태님께서 ActiveX 개발자들을 위해 준비한 자료를 발표해 주셨는데 내 지식으로 알아 듣고 이해하기에는 많이 역부족이었던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IE8이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굉장히 친절히 설명을 해 주셔서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더불어 항간에 떠 돌던 Active X 사망설을 일축하셨는데 개인적으로는 이해는 되지만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사용자 경험을 위해서 제공되는 확장 기능이 꼭 Active X 이어야 하는지. 반대로 Active X를 지원하지 않는 다른 브라우저들은 보다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방법이 없는 것인지. 그건 아니지 않는가. Active X가 보안 문제를 완벽에 가깝도록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MS 윈도우와 IE에서만 작동된다면 근본적인 문제는 결코 해결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정성태님께서는 Active X가 사라지고 Active Y가 나온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것이다라고 하셨지만 Active Y가 모든 브라우저와 호환성을 갖춘 것이라면 정말 달라지는게 없을까?


마지막은 오후 내내 불편한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인내로 견딜 수 있게 해준 경품 추천 시간이었다! 하지만 저 텔레토비는 내 편은 아니더라. 빈 손으로 유유히 행사장을 빠져 나왔다.

IE8 정식 버전은 조만간 우리들 앞에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찬명님 말씀대로 UI개발을 하는 웹 퍼블리셔들이나 개발자들에게는 IE8의 출시로 인해 대응해야 할 브라우저가 하나 더 늘어서 단기적으로는 일이 더 는 셈이지만 4,5년쯤 되에는 우리들의 후배들은 보다 나은 환경에서 적은 스트레스로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당장에 IE8만 놓고 예측하고, 평가한다고 했을 때 그들(MS)의 바람대로 IE8을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데에는 아직 찝찝함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세미나를 통해서 듣는 이야기는 대게 긍정적인 부분이다. 실무에서 UI개발자든 서버사이드 개발자든 막상 부딪혀 보면 예기치 못한 난관에 당황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마련이다. 정찬명님이나 강규영님의 노하우가 IE8에 대응하는 상황에서는 분명 큰 도움은 되겠지만 IE의 하위 버전들이 가지고 있던 산적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찬명님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MS가 소수의 하위 브라우저 사용자들의 시스템을 업그래이드를 시켜 줬으면 좋겠다라는 것처럼 MS의 보다 확실한 대답이나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개발자를 살려주세요'같은 캠페인이나 구글의 IE 업그래이드 권장 캠페인 등이 다른 곳이 아닌 MS 스스로 나서서 해야 하는게 아닌가.

과도기의 웹. 그리고 쉼 없이 변화하는 웹 생태계 속에서 브라우저는 계속해서 진화를 하고, 더디게만 보이던 IE 역시 다시 한 번 허물을 벗어 던지려고 하고 있다. MS가 설득의 무기로 삼는 '사용자들에 대한 사용성의 증대'와 UI개발자들의 이상인 '웹 표준을 통한 웹 접근성의 확보'가 IE8의 등장과 함께 대립이 아닌 공존의 관계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추신 / 발표자료는 여기에서 내려 받으실 수 있습니다.

댓글 2개:

  1.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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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봄눈님 그때 사진 찍고 계신 모습을 봤는데...말이죠~

    저도 아직까진 IE8보다 FF가 더 좋습니다 :)



    아~ 결혼 축하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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