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19일 일요일

「마이너리그」/ 은희경

386세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60년을 전후로 태어나서, 80년대에 대학을 다니면서 광주를 보고, 반공을 배우고, 민주화를 외친 사람들. 그리고 90년대의 노동운동을 지나 밀레니엄의 신세대에게 밀려나 이 시대의 주역들을 그렇게 부르고 있다. 작가 은희경도 그 틈에서 자라나 그들과 호흡하고 그렇게 살아온 삶을 가진 사람이어서였을까?
공지영이 그랬듯, 은희경 역시도 자신의 삶 속에 덕지덕지 붙은 역사들을 애써 떨구지 못하고 모질게 글로써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든다.
「마이너리그」는 남성화된 화자가 세 명의 친구들과 고등학교 시절부터 마흔을 넘은 삶의 굴곡까지 함께 이어온 역사를 유희적이면서도 쉽게 웃어 넘길수 없는 일침을 놓는 소설이다. 그들은 80년대를 거쳐 90년대를 살면서, 반공이나 찌라시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매를 맞거나 정학을 당해야 했고, 광화문 사거리에서 넥타이 부대에 휩쓸리면서도 그저 시원한 맥주집을 찾아 종로로 함께 걸음을 제촉하는 4인방이었을 뿐이었다. 대통령이 바뀌고, 시대가 변하는 사이에서도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첫사랑과 브라질 관광이었다.
성격이 아주 다른 네 명의 어쩔 수 없는 엮임 속에서 시대가 가져야 했던 아픔도 그저 남의 얘기처럼, 하지만 그런 그림자 놀이에 더욱 가슴 저리고, 아파할 수 밖에 없는 고통의 역사속에서 그들은 단 한번도 메이져로 살아갈 수 없었다. 「마이너리그」는 그런 마이너리그 속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우리들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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