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22일 금요일

양심을 베끼는 양심들

이틀 전의 사건이었다.

대부분 04들로 이루어진 1학년 전공 시험시간에 대대적인 컨닝 소동이 있었는가 보다. 사건의 전말은 당사자들의 입을 통해- 몇몇 양심수들의 억울한 호소를 통해- 전해지고 전해지다 모양의 적나라한 발표(그것도 학과 교수님 앞에서)를 통해 일파만파 커져버린 사건이 되어 버렸다. 소문의 확산이 문제가 아니고, 누가 컨닝을 하고 누군 안하고가 문제가 아닌거다. 국어국문학과의 창피스러움이고 당사자들의 분별성 없는 정신상태의 열받음이다. 거기에 선배들이라는 인간들의 무관심 역시 혀를 찰 모양새라 할 수 있겠다. 하필 내가 그네들 선배다. 젠장-

학교 공부를 하면서 가장 비양심적이라는 '컨닝'! 아무리 청렴한 인간이라 할지라도 한두번의 컨닝 유혹을 받아보지 않은 자 없으리- 덕분에 나름대로의 '양심'을 지키고 살아가는 나 역시 가만히 눈감고 떠올려보면 컨닝을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던 모습도 아른거린다. 변명이겠지만 그래도 그건 초등학교때다. 중고등학교때도 아마 몇번쯤은 책상위에 뭔가를 적었던적은 있었던것 같다. 특히 지독히도 안 외워지던 수학 공식들. 가끔은 자리바꿈 뒤에 누군가 적어놓았던 공식들이 내 성적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던적도 있고...

작년 가을이었다. 03학번이 1학년이었던 때였고, 이번과 마찬가지로 조모 교수님의 국문학개론 시험이 시작되었다. 조모 교수님은 유난히도 조용조용하시고 편안한 교수님이시다. 때문인지 어린것들의 갖은 장난과 싸가지없음에도 그저 웃어주실 따름이다. 어린것들은 아주 대놓고 컨닝의 진수를 보이기 시작했다. 책을 보고, 옆 친구와 상의를 해가며.. 아주 지랄을...

얼마뒤- 갑작스러운 재시험은 그렇게 찾아왔던 터다.

그 꼬라지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자손들인가 말인가?
04들은 03들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가고 있다. 아아.. 이 얼마나 훌륭한 후배들인고.
보지 않아도 눈에 훤하다. 그들이 어떠한 모략과 수작으로 답안지를 작성했는가를!
그러면서도 하하 나는 다 보고 썼어~(의기양양) ... 쯧

탓할것도 못되겠다.
선배라고 예상 문제나 찍어줬지. 컨닝은 안된다. 다른 사람의 양심을 베끼는 짓은 하지 말아라- 라는 말 한마디 해준적이 없으니. 허-

넌센스다. 아이러니다.
1학년 장학생 평균이 4.2점대를 웃돈단다. 허허.. 밑에 깔린 녀석들의 초조함이 오죽할까. 베껴서라도 점수를 올려야겠지. 공부를 안 했으니 베껴서라도 답안지를 내야겠지.

더욱 얄미운 건. 무섭다 무서운 교수님들 앞에선 꼼짝도 못하면서 만만해 보이디? 그 교수님이? 그렇게 우습디? 니들은 대학생이다. 아직도 컨닝하지 말아달라고 사정해야 안하는 척을 해주련?

뼈 속까지 도둑놈 피로 가득찰 놈들. 이제부터라도 그러지 마라.
지독히도 무관심하고 안이했던 나 역시. 눈을 부라리며 나무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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