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9일 월요일

제대하고, 스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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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션 면접 보던 날

"제대를 하고 집에 와서 바로 잠을 잤는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2년간의 군생활이 그저 하룻밤 꿈 같더라. 너도 그럴거야"

호영이가 제대를 하고 나를 만났던 날 해줬던 말이다. 지난 6월 20일, 고작해야 스무날이 지났을 뿐인데 벌써 아득히 지워져감을 느낀다. 며칠전에는 어색해진 목청을 가다듬으면서 부대에 안부전화를 걸어보기까지 했다. 지호형~ 하며 장난스레 불러보는 후임들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내가 그 녀석들과 다른 세상에 있음을 실감했다.

고민을 많이 했다. 제대후 휴식을 가지면서 미래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볼 것인지 무작정 덤벼볼 것인지. 의외로 결단은 빨리 내려졌다. 아니 급하게 움직였던것 같다. 마음만큼 몸이 부지런하지는 못했던것 같지만 내 생의 첫 직장도 한주만에 어렵지 않게 결정이 되었고, 전역을 하고 3일여를 쉰 뒤 첫 출근을 했다. 역삼동에 있는 온라인광고 회사 디지털오션이다. 좋은 인연으로 찾아가게 된 곳인데 사람들도 참 좋고. 분위기도 괜찮다. 첫 직장으로는 그만이지 않나 싶다.

휴가를 나오면 참 만나고 싶은 사람이 많았다. 전역을 하고서 다들 만나보려고도 했는데 막상 나와보니 그게 안된다. 이러저러한 이유가 붙었다. 이젠 얼마든지 볼 수 있다라는 넉넉함?과 적지않은 씀씀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에 대한 고민을 털어놔야 한다는 쓸쓸함. 그런것들이 괜한 발못을 잡는다. 몹쓸것들.

카메라도 샀다. 군대에 있는동안 많이 올랐다고는 해도(그 덕분이긴 했지만) 얼마 안되는 월급을 모아서 비교적 저렴한 DSLR카메라도 한대 샀다. 이리저리 출사도 많이 다니고 싶었고, 며칠전에도 작정을 했던 터였는데 그게 또 쉽지 않더라. 같이 갈 사람들은 휴일인데도 다들 일을 하고, 혼자라도 갈 작정을 하려다가 후덥지근한 날씨에 밀려 주저 앉았다. 광철이한테 렌즈도 빌렸고, 종근이 렌즈까지 빌릴 계획을 다 잡았는데 정작 출사를 나갈 수 없는 날들이 많아져서 아쉬울 뿐이다. 장마가 지나면 좀 타이밍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커피를 줄이고 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거지만 나의 커피사랑은 꽤나 심해서 하루 다섯잔은 기본이었는데, 우리 회사 4층에는 공짜 커피가 없다! 이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3층으로 내려가야 있다는데 거긴 같은 사업부 직원도 아니고.. (어색하다) 왠지 낯설어서 선듯 내려가지지가 않는다. 결국 녹차와 둥글레차로 연명하고 있고, 가끔 집에서 일회용 커피를 한두개 챙겨와서 마시는 정도다. 이정도만 해도 하루 다섯잔의 양이 두~세잔으로 확 주는 셈이다. 다행히 아직 몸에 이상은 없는듯! (줄였는데 이상이 있으면 안되잖아 ㅡ ㅡa)

최근에 나를 소개해야하는 자리가 많아지는것 같다. 면접때는 물론이었고, 입사후 전 직원들 앞에서 나는 누구입니다라고 소개를 했어야 했다. 어찌나 긴장되던지. 머리속으로 몇번이나 연습한 글자 알맹이들이 결국에 씹히고 뭉개져서 반쯤은 생략된채로 토해져 나왔었다. 어제, 내 성격이 어떻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구나. 하는 생각. 법관이나 의사가 되는것도 참 어렵고,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되는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남을 위해 내 목숨을 내 거는 것 역시 힘들다. 그런데 어쩌면 그런 것들은 매우 특별한 상황이나 인물에게 운명처럼 주어진 것들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보통 사람들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분별없이 어려움을 주는것이 있다면 바로 자기 자신을 남에게 알리는 것 아닐까 싶다. 때론 명함 한 장으로 나의 이름과 연락처를 알리기도 하고, 메신져 대화명을 통해서 넌지시 내 기분을 엿보이게도 하고,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통해서도 나를 감추지 않고 보여주기도 한다. 특별한 경우에는 이력서처럼 정성스럽게 작성된 글로써 나를 포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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