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27일 일요일

사랑하는 사람들의 연락처 정도는 기억하자

핸드폰이라는 것이 생긴 뒤로 전화번호를 기억하는 일이 귀찮은 일이 되어 버린것 같다.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백명의 연락처를 배불리 삼킨 핸드폰들은 똑똑하게도 단축키를 누르거나, 뛰어난 검색 기능으로 찾아내기 쉽게 만들어져 있다. 덕분에 내 머리속에 기억되는 전화번호는 고작해야 열개 남짓된다.

내것과 어머니, 동생, 집. 그리고 오래전에 외워두고 아직 잊어버리지 않은 친구 몇몇의 번호 정도-

오늘 책상 정리를 하다가 지난 2년간 군대에서 사용했던 전화번호 수첩을 찾았다. 첫장에 어머니와 동생의 사진을 꽂아놓고 그 옆에는 군번이 흐릿하게 적혀 있다. 아마 처음 군번을 받았을 때 잊어먹지 않으려고 적어두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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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을 들쳐보면 아버지 제사일, 어머니와 동생의 생일. 훈련소 주소부터 해서 내 군복 치수까지 적혀 있었다. 그 다음부터는 친구들 선후배들, 지인들의 연락처가 가나다 순으로 차곡차곡 적혀 있고, 몇몇을 빼고는 주소까지 빠짐없이 적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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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군대가기 한달여전 쯤에 이 수첩을 사서 만나는 사람들마나 집주소를 물어서 적었던 일이 기억난다. 대부분의 지인들에게 편지를 보냈고, 운이 좋게도 한번 이상은 답장을 받았던 것 같다. 몇몇은 너무나 고맙게도 많은 편지를 보내주기도 했고, 지혜는 멀리 스페인에서도 잊지 않고 엽서를 보내 주었었다.

군대에 있던 2년간 저 수첩은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이었다. 사회와 단절된 공간에서 유일한 소통의 기회였던 전화와 편지를 가능하게 했던것 저 허름해져버린 수첩이 있었기 때문이었으니까. 한번은 바닥에 떨어뜨려 젖어버리기까지 했지만 글자가 번질까봐 급하게 닦아내던 기억도 떠오른다.

여자친구의 전화번호를 어제까지 외우지 못했던- 아니 외워야겠다는 생각을 못했던 나.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모든 연락처는 어렵겠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번호 정도는 외워둬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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