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4일 일요일

기도

두려움이 무겁게 깔린 중환자실 앞 복도였다. 10분이 지났는지 1시간이 지났는지- 아니 몇일이 지났는지 도무지 감각의 모든 것이 끊어진채로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토록 간절했던 순간이 있었을까. 하나님이든 부처든 무슨 신 무슨 신이라고 불릴만한 존재가 존재한다면 제발 나의 기도를 들어달라고 그토록 애원했던 적이 또 있을까.

하지만 그 간절함과 절대자에 대한 믿음이 깨지는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양력 달력으로 한장을 넘기고 그 해 첫 눈이 내리던 날 아침-

나의 앞에는 미안함만 무겁게 가슴에 묻고 눈을 감아버리신 아버지가 계셨으니까-

내가 가지고 있는 기독교라든지 하는 것 따위의 지나친 불신은-
나름대로의 현실성을 따지지만 그 해 그렇게 처참하게 거절당한 슬픔이 컸을 것이다.

기도- 내게 기도는 이제 보이지 않는 자에게 터무니없는 부탁을 청하는 것이 아니길 바라고 하지 않으려고 애써본다.
내 마음. 내 신념. 내 의지. 부족하지만 그렇게 내게 기도한다.
언제나 좋은것보단 나쁜것을 먼저 근심하고, 불안한 과정에 대한 확신을 지켜나가는 의지도 약하지만 내게 기도는 나 스스로를 지탱해 나갈 유일한 버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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