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7일 수요일

육교 위에서.

늦은 시간인데 어쩐일로?
그냥.. 가슴이 좀 답답해서 걷던 중이었어. 여기 올라오니 조금 아찔하네. 원래 이런가?
뭐 그렇지 이런곳에 있는 육교라는 것이...
인적이 드믈고 음산함도 느껴지고.. 저 가로등이라도 하나 꺼져봐..
무슨 낭패를 당할까.
그렇군.. 여기 떨어지면 죽을까?
음.. 뭐.. 잘 떨어지면 죽겠지. 운이 나쁘면 살지도 몰라.
그래? 그럼 운수가 좋은날 골라서 뛰어내려야겠군.
응 응. 그래야지. 괜한 병원비 날리지 말아야지.

요즘엔 무슨 고민이야?
응? 그냥. 뭐 항상 그렇지^^ 언제나 이 즈음해서 힘들곤 하잖아 이젠 습관인것도 같애. 나 자신이 참 미련스럽네.
넌 그게 언제나 문제구나. 보는 사람이 답답해질수도 있다는걸 모르냐? 좀 후련하게 잘라내는 버릇을 길러.
잘라내라.. 무엇을? 살면서 그렇게 쉽게 잘려지는 것이 있던가?
짜식.. 갑갑하네. 무에가 두려워? 무에가 겁이 나서? 도대체 뭔데? 널 그렇게 지치게 하는게?
지치게 하는거? 음.. 내 어질머리- 환경. 사람들. 그런건가? 남 때문은 아닌것 같은데..
결국에는 니 속이 타는거 아냐. 니 속이 새카맣게 타서 그러는거 아냐?
뭐 그런샘이긴 해.

병신- 지랄을 해라. 아주..

훗... 미안하다. 내가 이래놔서.

아냐?

응..

해답은?

지식인에게 물어볼까? 검색하면 좀 나오려나?

지랄..

여기 앉아있으면 나도 거지처럼 보일까?

옷이 더러워야지. 냄새도 나고 머리도 헝클어 놓고. 비듬도 만들어.
이빨도 서너개 부러뜨려놓고. 말은 하지마. 눈은 흐리멍텅하게. 몸은 최대한 구버지게 .

하하.. 그것도 어렵군. 나는 거지가 될 팔자도 못된단 말인가.

당연하지. 요즘같은 불경기에 그것도 직업이야. 너는 하지도 못해.

요즘도 동전 던지냐?
동전? 음 아니 요즘은 잘 안해.

왜 한동안 그짓 많이 하더니?
그냥. 이젠 그런 단순한 결정은 따르지 않기로 했어 잘 맞지도 않고 말야. 앞면이면 행운이고 뒷면이면 불행이다- 싶었던 마음.. 그건 정말 바보같았던거 같애. 그때는 그렇게라도 동전점에 의지하고 싶었나봐. 하루 하루 그렇게 그날의 점을 물어보곤 했지 동전에게...

요즘은? 어디에 기대는데?
요즘? 음 네 보기엔 나 답답해 보이겠지만 내 가슴을 믿어보려고. 자꾸 아니다 싶고 힘들어지는일도 많긴 한데 그래도 결국엔 내 가슴이 내키는 것으로 마음이 하고자 하는것으로 해야지 후회가 적더라고 그래서 나를 믿어보기로 했어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내가 바라는 것을 떠올려. 그리고 생각하지 잘 될거야. 라고.

잘돼?
하하. 아니.. 안돼. 오히려 반대인가? 그래도 뭐 좋아. 아직은 잃은게 아니거든. 끝난게 아니거든. 사실 생각해보면 끝이라는건 언제나 내가 먼저 돌아섰기 때문에 끝난거였어. 뭐든지 간에 말야. 기어이 붙잡고 있으면 어쨌든 끝은 나지 않잖아.

그러다 영영 부질없는 것이 될지도 모르는데?
응 그렇긴 하지. 그럴땐 명철한 판단이 필요하겠지.

명철한 판단이라. 니 머리로 그게 된다고 생각해?
음. 아니 노력해야지. 끈기는 가슴으로 할거고 최후의 판단은 머리로. 그게 지론이야.

가슴과 머리라. 말은 좋네.


여기 올라오면 왠지 울적해져. 아니 슬퍼. 마치 내가 가로등이 된듯해. 아무도 없는 곳을 외롭게 비춰주는 가로등 말야. 저것처럼.

지금은 저게 널 비추잖아. 더 멋지게 해줄까? 가로등이 되버린 넌 날 비추고 있다고. 후후.

오랜만이었다. 그치?
응- 또 와. 어디든 있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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