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21일 수요일

난 코더다

코더라는 직업(?)을 가진지 벌써 2년째다. 음- 사실 직업이라기보다 아르바이트로 방학 때마다 해온 일인데. 그래도 벌써 2년째 네 곳의 직장에서의 코딩 작업은 나 스스로도 어느정도 경력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 생각해 본다.

처음 코더라는 일을 찾았을 때는 단지 드림위버나 나모를 이용한 페이지 찍어내기-가 전부인 줄 알았다. 하지만 두번째 회사인 디자인스톰에서 근무를 시작하면서 나의 그런 생각은 어느정도 변화를 가질 수 있었다.

개발팀장님셨던 '들소'님으로부터 들었던 것이지만 외국의 경우 페이지메이커라는 분리된 파트가 존재한단다. 기획자와 개발자, 디자이너, 그리고 페이지메이커(코더)는 각각의 영역에서 확실한 자기 파트의 업무를 처리하고 효율성을 극대화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코더의 역활은 소규모일수록 무시되고 디자이너에게 또는 개발자에게 일임된다. 그들의 업무가 많아지고 피곤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개발만 해도 머리통 깨지고, 디자인만해도 입에서 단내가 나거늘.. HTML 코딩따위를 덤으로 맡아서 해야한다니! 하는게 아마도 그들 생각 아닐까?

그리고 작년 여름에 디자인피버라는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을 대 '전문코더'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말인즉슨 요즘에는 전문적으로 코딩을 하는 사람을 구하는게 쉽지 않다는 뜻이다.

나는 거기서 일하게 되었다.

코더가 하는일은 간단하다. 죽어라 HTML페이지를 만들어내면 된다. 메인페이지같은 경우 하루에 2~3개쯤 만들면 진행이 나쁘지 않고 서브페이지는 하루에 수십에서 수백 페이지를 찍어낸다. 인쇄기에 돌리듯-

지겹다. 짜증도 나고. 그런데 여기서 생각을 조금 바꾸면 상당한 매력과 권한을 가지게 된다. 또한 자기성장까지도 노려볼 수 있게 된다.

개발자는 OOP로 프로그래밍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디자이너는 화려함에 취해 있고, 기획자는 온갖 잡다한 것에 취중한다. 이렇게 다른 세 파트의 딴지와 앵앵거림을 한몸으로 받는 사람들이 코더다.

기획자로부터 스토리보드를 받고, 일련의 작업 과정을 설명 듣고, 디자이너로부터 디자인파일을 받아서 포토샵으로 열심히 칼질을 해댄 후에 에디터를 띄워놓고 종일 테이블을 쪼개고 붙이고 하면서 '하드코딩'을 한다. 그리고 완성된 페이지는 개발자에게로 넘어간다. 여기서 끝? 아니다. 개발파트에서 HTML소스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을 경우 수정요구가 들어온다. 그뿐인가? 클라이언트의 마음이 바뀌면(이 세계에선 클라이언트가 무조건 왕이다. 젠장맞을것들) 디자인도 바뀐다. 기획도 바뀐다. 코더는 또 야근한다.(물론 개발자의 밤샘과 디자이너의 야근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여기서 코더의 역활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인다. 코딩 과정에서 철저하게 준비되고 일괄적인 코딩을 하느냐에 따라 분리된 세 파트의 기능이 절묘하게 조합되고, 이후 수정요구에 쉽게 대처할 수 있다. 처음 코더를 할적엔 이러한 개념이 전혀 없기 때문에 수백페이지를 날림으로 만들어놓고 나중에 밤새서 수정한 기억이 아직도 가슴을 저미게 만든다 ㅠㅛㅠ

이런저런 궁시렁거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전문코더'는 되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그럴만한 코더도 흔치 않아 보인다. 기획과 디자인 개발을 고려한 코딩 스타일을 제시하는 전문가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말이다. 적절한 스타일시트를 제안하고, 필요한 스크립트를 배치하며, 구조화된 테이블 레이아웃을 제안하는 것. 얼핏 말이 쉽고 간단해 보일지 모르지만 수천페이지의 대규모 코딩 작업을 해본 경험이 있다면 이게 그렇게 말만큼 어렵지 않다. 수년의 경험과 축적된 노하우가 없이는 그렇게 호락호락 만들어지지 않을 경력이란 말이다.

코더! 이거 만만히 볼 일이 아닌 것이다. 기왕에 시작한 코더라면 제대로 전문가가 되어보자.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