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25일 토요일

메리 크리스마스

방학하고 평소보단 두시간쯤 일찍 잠에서 깨고,
오후 약속 시간을 위해 오전에는 어머니께 시간을 드렸다.
어머닌 내일 아버지 제사준비를 위해 시장에를 다녀오셨고,
나는 가게를 보다가 2시쯤 맞춰서 시내에 나갔다.
약속보단 조금 늦었지만 만났고,
그렇게 영화 한편과 저녁을 먹고 9시쯤 되서 집에 돌아왔다.
그저 할일없이 컴퓨터나 종일 두드리다가 보내버릴 줄 알았지만
그래도 다행히 날 챙겨줄 사람이 있긴 했나보다.
고마울 뿐이다.

잠깐 사이 난데없는 후배의 질문- 당황케 하는 질문.
뭐라고 대답해줘야 할지 모르겠고, 나마저도 당황스러워 말문이 막힌채로 한시간을 이야기했나보다. 아니 들었다.

속은 더부룩해지고, 가슴은 답답하고-
시간만 자꾸 가더니 25일 새벽. 크리스마스다.

아버지 제사가 있는 날.

벌써 까마득해진 그 해 그 날이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자리에서 깨어나신 아버지가 어머니와 나와 동생을 알아보시지 못했던 그 날. 그렇게 아버진 응급실로 실려 가셨었다.

입대한지 1년가까이 되는 날. 동생이 두번째 휴가를 나온다. 지금쯤 휴가 나올 생각에 들떠 있을 동생의 잠자리가 편안할지...

크리스마스 이브의 오전은 경찰과 실갱이하는 청년의 괴성과
어울리지 않는 품바들의 공연과 10분쯤 늦어서 미안한 표정으로 다가온 후배- 초반보다 후반이 너무 재미있었던 영화와 매워서 더 먹게 되었던 낚지볶음에 별반 다르지 않는 맛이건만 꼭 그집어야 했던 후에버 커피숍에서 검지 손가락을 붓게 만든 당구 큐대하며- 정신없이 보낸 하루에 허전함이 더 커진 달빛 아래-

오늘은 메리 크리스마스. 성탄이다. 동생의 휴가와 아버지의 제사와 예수가 태어난 날-로 기억되는 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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